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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연세대 '8일 오면 죽는다 괴낙서' 현장 찾아갔더니...

연세대 '8일 오면 죽는다 괴낙서' 현장 찾아갔더니...





8일 오후, 연세대학교. 분위기가 정문서부터 심상찮다. 경찰차가 서 있고, 지나가던 두 여학생은 "맞다, 거기 죽이겠다고 써놨다며?", "어!" 하며 몸서리치는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8일날 연세대 법학대에 들어오지 마라, 오면 엽총으로 쏴버리겠다'는 정체불명의 괴낙서가 지난달부터 발견된 연세대 법학대. 법대로 쓰이는 광복관 건물 지하1층 화장실 메모판을 시작으로 돌고 돌던 낙서는 결국 당일날 법학대의 정문을 제외한 다른 출입문은 전부 폐쇄되는 상황까지 가져왔다.

자. 정체모를 8일의 엽총살인마가 보낸 협박 메시지에, 난 도리어 그 현장을 찾았다.




오후 4시 30분. 광복관 건물 한 켠에 보도차량이 서 있다. 경찰은 아닌것 같고, 사설경비업체로 보이는 복장의 경비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확실히,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여기가 정문인가. 유일하게 출입이 허락된 장소.




1층에 배치된 경비원들. 경직된 분위기가 전해져 온다.




정문과 폐쇄된 각 출입문, 건물 내부 등지엔 이번 사건으로 출입이 통제됨을 알리는 공지가 여기저기 나 붙었다. 24시간동안 출입 봉쇄는 물론 의심가는 소지품에 대한 검사, 거동수상자에 대한 연락 요청 등이 담겨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포함해 겸사겸사 취소된 행사도 있다. 그러나 분위기가 심상찮은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강의가 이뤄지는 교실과 동아리반, 복사실과 만남의 광장(지하1층 홀) 등엔 학생과 교수들이 여느때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지만 그렇다고 해서 협박범의 바람대로 인적이 끊기진 않은 것이다.




사이드 출입문은 어디나 할 거 없이 굳게 자물쇠로 잠겼다. "아직도 폐쇄냐"며 푸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제가 처음 시작됐다는 지하 1층 남자 화장실을 찾았다. 모두 두 곳이었다. 그 중 한 곳.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도 괴낙서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것은 당연히 사라졌겠지만, 당일날 추가된 것도 없는 모양이다.

지하 1층을 경계로 가장 인적이 드문 곳을 일부러 찾아가 본다.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통하는 어두운 계단이었다. 여기를 통과해 지하 1층의 또 하나 남은 화장실까지 걸으며 동영상에 담아봤다. 어두운 공간에선 나이트샷(적외선 카메라) 촬영으로 잠깐 전환한다.

 




다시 뒤돌아본다. 그저 내 그림자만 적막한 분위기를 더할 뿐, 어디에도 엽총살인마는 없더라.




나머지 화장실 안. 앞서 다른 취재진 캠코더가 살펴보던 장소. 메모장이 모두 수거된 메모판이 보인다. 여기서 시작된 걸까.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저녁 6시.

지하 1층 홀 안에서 잠시 휴식. 옆에서 남학생들이 "야 아까 SBS가 나하고 인터뷰하자고 하던데..." 하면서 잡담 중. 저 너머엔 정당간담회 취소 벽보를 특이한 기록으로 남기려는 듯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학생도 있다. 불안해하기 보다는 "어떤 X노무자슥이 이런 악취미로 사람들 여럿 곤란하게 하냐"는 분위기로 흐른다.




그나마 보이던 촬영 취재진도 철수한 듯 보이지 않는다. 난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조금씩 학생들의 발길이 잦아드는 홀 안 테이블 앞에 앉아 타로트 카드나 펼쳐보이는 나. '엽기인지 엽총살인마인지! 자 어디 나를 죽여봐라!' 하듯 잠시 자리를 지키며 사방을 경계해 봤다. 참고로 이 카드는 수리검으로도 쓸 수 있다고.

이 부분에서 '참 한가하네'라고 하시는 분. 네. 한가한 프리랜서는 이렇게도 지낸답니다. '어디 누가 더 한가한지 붙어보자고'하며 낙서 범인과 시위하듯 말이다.

그렇게 30분.

훗.

오긴 개뿔.

자리 정리하고 올라와 보니 경비원들도 자리를 비우고 없다. 취재차량도 자릴 뜬지 오래다. 아직 24시까진 몇시간 남았지만 그냥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상황을 종료한 모양이다.




돌아나오는 길의 광복관 건물. 날씨도 포근하고 참 좋은 봄날인데, 희한한 괴낙서로 어수선한 하루를 보낸 법학도들의 전당. 앞으로는 괴악한 낙서로 휘둘리는 일 없겠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