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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한옥,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3가지

한옥,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3가지 
한옥 보존 정책 토론회 이야기 - 上
 
 

    
      

 
3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이 날 열린 한옥정책토론회 '한옥보존 정책의 현황과 향후 발전 방향'(김진애 민주당의원실 주최)은 딱히 주요 언론보도로 소개되거나 하지 않은 행사였다.

아깝다고 생각한다.

한옥에 대해 외국인보다 무지한 우리 한국인들의 실상, 평소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상식, 한옥의 특장점에 대한 이야기 등 정보성에 있어 상당히 유익했던 시간. 내가 내린 정의는 그렇다.

상, 중, 하로 나누어 이 날 있었던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볼까 한다. 전문가에게서 듣는 한옥 이야기, 한옥에서 살며 '한국인들 돌대가리'를 외치는 어느 외국인의 이야기, 그리고 얼마전 한옥을 지키다 빛을 잃었던 사연이 소개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데이비드 킬번 씨의 이야기로 나누어 본다. 

우선, 상편에선 김도경 강원대 건축학부 교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도경 강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한옥 보존과 발전 정책의 현황과 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한옥의 과학적 건축구조 및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한옥의 이야기를 30여분에 걸쳐 알렸다.

그 중 인상깊었던 것은 한옥에 대해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듣기로 크게 3가지가 거론된다.

 

1. 한옥이 '조선시대 말기 건축'에만 한정된다고?

김도경 교수는 한옥에 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 중 하나로 맨먼저, 그 정의를 이야기한다.

"우리들이 흔히, 한옥이라 하면 조선시대 말기의 건축양식이라고 알고 있는데, 잘못된 겁니다."

그는 처음 한옥이란 용어가 언제 어디서 사용되었는지 그 유래는 명확치 않으나, 서양문물이 이입되던 19세기말~20세기초부터 사용된 것은 분명하다고 알린다.

"새로운 건축을 양옥이라 부르면서 상대어로 당시 이 땅의 건축을 한옥이라 부르기 시작한 거죠."

'한옥'이란 단어는 '양옥'이란 말과 동시에 생겨났지만, 한국의 집을 뜻하는 그것이 조선시대 말기에 국한되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주장하는 김 교수. 그는 "이 땅의 건축은 5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며 변화해왔건만 우리가 손쉽게 접하고 형체를 확인할 수 있는 조선시대 후기 이후의 것만이 전부로 인식하는 게 현재의 경향"이라 주장한다. "옛 건축을 한옥이라 부른다면 조선시대 후기에만 한정할 게 아니라 삼국시대 등 그 이전 시기의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

"한옥도 시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했음을 인식해야 건축 사례와 기법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전통의 속박에서 벗어나 오늘날 한옥을 창조하는 자유의 폭도 그렇게 넓힐 수 있을 겁니다."


 


 

2. 한옥이 춥다?

한옥은 '추운 집'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그는 철저히 부정한다.

"한옥에 대해서 '살기에 좀 춥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한옥이 춥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어디에나 소위 '날림집'이라는 부실한 집은 있기 마련"이라며 내부가 춥다고 느끼는 것은 그에 기인한 것임을 주장했다. 즉, 제대로 지어진 한옥이라면 생활이 불편할 만치 온도차가 있지 않다는 것.

"날림집으로 전부가 그런 것인양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죠. 제대로 지어진 한옥은 춥지 않습니다."

 

 

 

3. 한옥이 양식 없이 자유분방하게 지어진 집?

세번째로, 김도경 교수는 한옥이 이렇다 할 양식이나 규칙 없이 자유분방하게 지어지는 집이라는 인식에 대해 역시 잘못된 것이라 지적한다.

"흔히 한옥에 대해서 자유롭게, 양식 없이 지어진 집이라 생각하시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옥엔 한옥을 짓는 규칙과 양식이란게 엄연히 존재하고 있거든요?"

그는 한옥에 대해 마치 '아무렇게나 지어진 집'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고하고 나선다. 그리고 이에 이어지는 내용은 다름아닌, 한옥의 구조적 해석이라는 포괄적인 지식과 정보였다. 한지의 통풍, 온돌 구조를 통한 공기 조절과 정화, 대류현상 발생에서부터 미닫이문의 일직선상 배치와 처마의 기운 각도까지 하나같이 과학적인 배려가 깃들어 있음을 주장한다.

이 밖에도 좌식 문화(앉아서 생활하는)의 범용성을 알리는 김도경 교수. 거실, 식당, 침실 등 각 방 안의 쓰임새가 다른 양옥과 달리 한옥은 공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상을 들여놓으면 그 방이 곧 식당이 되고, 그것을 치우고 자리를 펴면 곧장 침실이 되는 등 매우 가변적인 공간임을 강조했다.

"언젠가 내 한옥 한 채 갖고 싶다"는 그는 그렇게 한옥에 대해 현대의 한국 사람들이 보다 더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이었다.  - 계속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