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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원혜영 의원, 블로거들에 한 수 배우다

원혜영 의원, 블로거들을 소집하다





축배 멘트를 권하자, 그는 노래건배를 제의한다. 재밌는것은, 그가 술을 잘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밝힌 점이다. 실제로 옆에서 보좌관은 그의 잔이 빌 때마다 노심초사한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19일 저녁. 인사동의 한 요릿집. 원 의원이 내게 막걸리를 맥주잔에 담아 건넨다. 민주당 원내대표였고, 부천시장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민주당의 얼굴인 그가 블로거, 트위터 유저들을 초청한 자리. 그가 소셜미디어네트워크 유저들을 불러낸 이유는 뭘까. '간담회'라는 말만 듣고 나선 터였다.


블로거, 트위터들을 불러들인 이유?

알고 보니 그는 '한수 지도'를 부탁하고 나서는 것이었다. 자신도 인터넷 세상을 더 잘 알고 싶고 또 트위터의 세상에 입문하고 싶단다. "지금까진 젊은 세대들이 하는 그 자리에 나이 든 내가 낄 수 있겠느냐하며 살았지만 흐르는 물처럼 바뀌는 세상, 나도 배워야겠다 생각했다"고. 어느덧 환갑을 앞둔 그, 정치일선에선 고참이지만 이 쪽 세계에선 훈련병으로 갓 신고한 그다.

이 자리에 응하고 나선 이들을 살펴본다. 1번타자 '블로거계의 조선일보'(독설닷컴 님이 헌사한 칭호) 미디어몽구, 2번타자 '언터쳐블' 한글로, 3번타자 '거다란'으로도 잘 알려진 커서, 4번타자 '원로 블로거' 보라미랑, 5번타자 '아프리카의 성자' 라쿤(레지던트 이블과는 관련없음), 6번타자 경남도민일보 기자이자 '김주완 김훤주의 블로그'로 알려진 김주완 기자, 7번타자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로 매일 다섯자리수 카운터를 찍는 도아 등. 이 쯤하면 강호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렷다. 

김주완 기자가 "블로거와 만나는 건 처음"이라는 그에게 물어봤다. "기성언론 기자들하고만 만나다가 이런 자리를 가져보니 어떠한가"라고.




그는 걸리는 부분없이 매끈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몇잔 마시지 않았음에도 그의 얼굴은 '얼큰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그는 "즐거운 자리"라며 거듭 건배를 제의한다.

셀...카? 아 나를 찍으라고?

트위터는 어떠한 점에서 주목받는가, 블로거와 기자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현 정권에서 야당 의원으로 느끼는 바는 어떠한가 등의 이야기가 화제에서 오르내린다. 이야기 도중 아이폰, 옴니아 등 스마트폰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트위터를 배우는 것보단 더 시급한 것이 있었다. 휴대폰으로 셀카 찍는 법부터 즉석에서 배운다. (프롤로그 참조) 셀카 한 장 부탁드린다고 하니 한참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비로소 "아 나를 찍으라고?"하고 되묻는다. 첫경험인 셈이다.
이윽고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며 "카메라니 뭐니 하는 복잡한 것들 좀 없는 휴대폰이 있으면 좋겠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찌보면 트위터를 배우겠다는 이야기와 거꾸로 돌아가는 희망사항이다.

부천시장 역임할 때의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난 부천시장 때가 제일 행복해




그는 부천시장 시절을 정치인 세월 중 가장 행복한 때로 꼽았다. 그 전 총선에서 미역국을 먹었지만, 곧이어 부천시장 자리에 올랐다는 그는 "신께서 나를 시장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국회의원선거서 낙선시켰나 보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처자가 "난 이제 당신 때문에 부천 시민이라고 자신을 밝힌다"고 말해 줬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 어린 시민의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전 부천시장,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다.


"우리 민주당도 아직 반성 많이 해야죠"

그는 MB정부에 대해 "소소한걸 찾아보면 잘한것도 많다"면서도 "여러모로 국민들이 기대한 것들을 많이 저버렸고 또 실망을 안겨줬기에 자신의 자리에서 보기에도 안타깝다"고 밝혔다. 지난 가을 연고전 이야기를 꺼내며 "고려대생들이 '우리에겐 김연아가 있다'는 플랜카드로 기선제압을 해보이자 연세대생들은 '우리에겐 MB가 없다'고 맞대응했던 것을 말해 좌중을 웃기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해서도 "우리 역시 많은 반성이 필요하며, 아직도 반성할 것이 많이 남았다, 더 반성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꺼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운 듯 그는 "맥주 한잔 더 하자"고 권한다. 전철 다닐 시간의 여유를 확인하면서 그렇게 우린 한 잔을 더 했다. 나 역시 궁금한 것이 있었고, 그렇게 해서 골목을 함께 따라들어갔다. - 다음 이야기 에필로그에서.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