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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등 5인의 "인터넷 경선 투표하자"를 정론관서 듣고

[단상 여섯]이종걸 등 민주당 예비후보 5인의 "인터넷 투표합시다!"


대학시절 한 교수가 그런 예상을 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선거투표소가 없을 것이다. 대신 국민들은 인터넷을 열고 버튼 하나로 집에서 편하게 투표를 할 것이다"

그리고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두고 외신이 '인류 최초로 인터넷이 선출한 대통령'이라 소개한 것을 아울러 소개했었다. 영향력도 일찍 검증됐으니 시스템 도입은 큰 문제가 아닐 거라는 계산 하에 나온 예상이었다.

근미래...라기엔 너무 앞서간 예측이다. 적어도 지금 현황에선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럼 편해지는 대신에 임시공휴일은 없어지는거 아닐까. 차라리 지금같이 발품 파는 재래식이 낫겠다는 그런 생각.

갑자기 그 때를 복기하게 된 건, 오늘(4일) 이종걸 의원을  보게 되서였다.



민주당의 유필우, 이계안 전 의원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광역자치단체장 예비후보들. 이종걸 의원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지도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민 손으로 직접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을 주장했다. 아울러 여론조사를 빼고 인터넷과 모바일, 현장투표를 포함하는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돌아와보니 이 날 정론관에서 호출에 응했던 기자들은 한결같이 메인카피를 '역동적 당내경선', '출마하려면 최고위원 물러나야' 등을 걸었다. "경선원칙을 심의하는 최고위원회에 제척사유가 있는 분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는 말미의 부분에 힘을 실은 것. 당내에서 '비주류'와 '메인스트림'의 마찰을 예상하는 전형적인 정치 기사지.

반면 난 조금 다른 곳에 포커스를 뒀다. '인터넷 투표 전면 실시'에. 아이폰 바람도 불었겠다, 어쩜 그 때 그 교수님의 '버튼'보다 더 획기적인 모습이 보여질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투표를 한다. 아마 이같은 시나리오는 그 노교수조차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렸다?

이후 이어지는 공동성명을 살펴보니, 현장 순회투표가 70, 모바일 투표가 30이란다. 즉 100퍼센트 완전 인터넷, 모바일 투표는 아니다. 그러나 본게임이 아니라도, 100퍼센트가 아니라도 제1야당의 경선에서 이같은 것이 여론조사를 배제하고 들어선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웠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두 대선 후보의 경선 결과가 나온 뒤에도 상당한 역풍이 불었던 걸 기억한다. 당시엔 당내 경선과 함께 무작위 전화연결을 통해 여론을 포함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다시피 여기서 뒤집어졌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던 이들로선 여기서 역전당한 것, 그리고 이를 1인1표가 아닌 1인 다수의 표로 계산하는 것에 불복을 외치는 상황. 후보 본인이 승복한다고 발표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화가 '무작위'를 전제한다 하더라도 우선은 당에서 공을 던지고 여기에 통화연결자가 급작스레 응하느냐 마느냐 하는 점에 있어 인터넷 모바일, 직접 투표와는 성질이 달라진다. 본 선거와 마찬가지로 투표권자가 스스로 동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손안의 모바일, 사무실과 안방 안의 모니터를 통해 보다 적은 수고로 높은 참여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가치를 지닌다.



사견을 조금 더 단다. 향후 경선이 아닌 본 선거에서, 그리고 이것이 지방선거를 넘어 총선과 대선까지 인터넷 모바일 선거가 거론되는 날은 머지 않았다고 본다. 이는 수년전 그 교수의 것과 내 것이 일치하며, 아마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도 상당수가 수긍할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것의 도입에 있어 또다른 암초를 예상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는 것. 항시 말로는 투표율이 높아야 제대로 된 선거라고 말들 하는데, 정작 높은 투표율이 나오면 싫어할 이들이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자가 젊은 층에 집약되어 있다는 점 또한 민감하게 반응할 이들이 있다. 고연령대에 표밭을 갖고 있던가, 투표율이 낮을 수록 호재로 작용하는 즉 인터넷 도입이 거슬릴 수 밖에 없는 이들. 말하자면 '한정된 선거'가 고마울 수 밖에 없는 딜레마 속의 피선거자.

이들이 메인스트림에 얼마나 포진해 있느냐가 인터넷 도입의 때가 얼마나 유보될 것인가와 비례하게 된다면 그 때도 꽤 재미있는 기사를 쓰게 될 것 같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