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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김연아 금메달에 맞춰 발표된 MBC 사장

김연아 금메달에 맞춰 발표된 MBC 사장 

 
 
2월 26일 오후, 김연아 선수의 벤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싱글 금메달이 확정되던 순간.

      



김연아 선수가 프리 연기를 펼칠 때가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2시경이 되어 모든 경기가 끝나고, 자동으로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된다.

미디어다음의 밴쿠버올림픽 방송 생중계방엔 숱한 댓글이 오르내렸다. 쏟아지는 응원글로 게시판은 초를 다투며 넘어갔고, 사람들은 대단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데 그 때. 게시글 중 누군가가 이같은 말을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가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봐라"

"지금 MBC가 넘어갔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중계센터 게시판을 나와 포털로 향했다. 굳이 뉴스게시판을 찾을 것도 없었다. 간단한 서치로 확인되는 기사들. MBC의 사장이 확정됐다는...

잠시 후 다시 게시판으로 돌아왔다. 게시판에선 웃지 못할 글이 하나 떳다.

"MB, 지금이다 빨리 대운하 발표해라"

이 사실을 알고서 올린 글인지, 우연히 오른 글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미 비슷한 일이 벌어진 상태였다. 한편으로는 정말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퍼뜩 드는 순간이었다.

우연이라면 정말이지 하늘이 정부를 돕는 순간이겠다. 우연이라면 말이지. 다만 누가 믿을지는 모르겠고, 난 그 범주에서 빠진다. 피겨 일정이야 오래전부터 나와 있던 상황이고. 게다가 시간까지 거의 동일하다. 내가 확인했을 때 그 기사들의 업데이트 시간은 '12분전', 가장 빠른게 '1시간전'이었나? 실로 속보였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서 금메달이 확정되고 시상식의 감동과 그 여운이 번지는 그 두어시간 내에 벌어진 일이다.

보면 볼수록, 실로 대단한 수완이라고 감탄하게 된다.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에 정말이지 잘도 묻어간다는 감탄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며칠 지나 지금 와서야 이 글을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때 이 글을 올렸다 한들, 시선은 김연아 선수의 쾌거로 넘어가 있고 이를 돌리는 건... 으음, 진중권 교수? 아니지. '키워드의 신'(그런게 있다면)이 나서도 불가능할 일이라 생각했다. 사실은 지금도 늦은게 아니라 빠른 건지 모르겠다. 너무도 기막힌 타이밍이라, 내 시계추는 고장나 버렸다. 아직도 김연아 선수가 우리에게 선사한 황홀한 금빛은 여전히 여운을 남기고 있으니.

지금 와서 돌아보니, 나흘전에 이같은 시나리오를 예감하는 네티즌이 있었다.(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361422) 작성자 마이클카본 님 역시 "작전 좋네요"라고 칭찬(?)한다. 그리고 정말로 일어났다. 우연이라면 이미 예견된 우연이다. 어린 선수가 일궈낸 고마운 기적의 순간을 타고 나오는 우연이란 말이지?

    



당일, 혹은 시간이 지나 이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한 네티즌은 "칼타이밍이더군요"라고 감탄인지 탄식인지 허탈인지 모를 목소리를 낸다.

내가 현정부를 보며 감탄하고 칭찬하는 건 아마 처음인것 같다. 2년만에 칭찬하는 내가 너무 야박한 건지.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이 100년만에 나오는 그 역사적 순간에 슬쩍 올라타는 그 대단한 기술. 미디어가 한결같이 낭보를 전하는 그 때를 캐치하는 그 능력.

이걸 두고 누구한테 찬사를 쏟아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정부가 되는건지 방문진이 되는 건지. 누가 좀 가르쳐달라. 주어를 어떻게 써야 할진 모른데, 누가 됐건 간에 참 잘하긴 잘한다. 정말이지 수완이 좋긴 좋다.

더러운 술수에 감탄해야 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추신 - 앞으로도 역사는 2010년 2월 26일을 한국의 피겨 여제 김연아의 사상 첫 금메달 순간으로 기록할 것이다. 'MBC 사장 발표'라는 글귀는 글쎄, 어디쯤에서 찾아볼 수 있으려나.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