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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MB정부 2년, 개그캐릭터 하나 없는 대통령

MB정부 2년, 개그캐릭터 하나 없는 대통령
20년만에 끊어진 대통령 개그캐릭터의 계보


MB정부 2년. 25일자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은지 딱 2년째다.

2년간 부재한 것이 하나 있다. 대통령 캐릭터가 개그프로에 오를 날은 대체 언제인가.

얼마전,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갔다가 올린 글이 하나 있다. (http://kwon.newsboy.kr/1591)

야당 대표는 개그콘서트에서 종횡무진 활약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없다. 2년이 지났건만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의 패러디캐릭터가 2년간 없었다고 하면 인터넷 좀 했다는 사람으로선 처음에 의아할 수 밖에 없다. '없었다고?' 하며.

답은 간단하다. 네티즌들이 만들어준 패러디캐릭터는 숱하게 다음 아고라 등지에서 '널렸다'고 할만치 쏟아졌다. 착각할만 하다. 특히 촛불집회 때. 취임한지 불과 100일도 지나지 않아 물릴만큼 봤다. 물론 이들이 양지(?)에 나올리는 만무하다. 청와대가 좋아할만한 캐릭터는 커녕 국가원수모독죄라고 묻고 싶을만큼 네거티브 일색이었으니. 더불어 '쥐'가 표면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상황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청와대나 야당에 있어 이것이 도움이 된 바도 있다. '독재'나 '탄압' 이야기가 나올때면 으례히 '이런 비난이 자유롭게 나오는 시대인데 무슨 시대역행이냐'고 말할 때 이만한 예시도 없으니까.

지난날 대통령의 풍자코미디와 그 계보의 미싱링크를 보면 현 정부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 시대의 방송가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안이기도 하다.

전두환 전대통령 시절, 5공이라고 불리고 공포정치라고도, 군부정권이라고도 불리는 그 시절. 대통령을 개그로 삼는 미국의 예는 정말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지던 그 시절이 지나고. 
정치인의 패러디는 5공 말미에 나왔다.  MBC 일요일밤의대행진이라고 기억들 하시는지. 흉내내기를 잘하던 최병서 씨는 87년 대권을 다룰 네명의 대통령후보를 한번에 흉내내는 재능을 뽐냈다. 얼굴 특색을 그대로 가져온 인형을 덮어쓰고 성대모사로 기호1 노태우, 기호2 김영삼, 기호3 김대중, 기호4 김종필 이상 네 후보를 한 무대에 끌어냈다.
시대가 시대니만큼 민감한 사안은 못 건드렸다.(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다만 "보통사람 이사람 믿어주세요", "학실히",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그래서, 그러니까..." 등 방언과 억양의 특색을 가져와 이들을 개그 무대에 세운 것만으로도 괄목할 부분이다.

군부정권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을 때. 이번에도 MBC가 서경석, 이윤석 콤비의 코너를 통해 김영삼 신임 대통령을 무대로 가져왔다. 이번엔 애니메이션이었다. 나중에야 김현철 씨 사건이나 IMF 등이 터지며 폭락했다지만 초반이던 그 당시엔 꽤 괜찮은 지지율이었다. 92퍼센트의 지지도까지 나왔던 어느 신문의 여론조사 통계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당연히 패러디는 꺼내보이기가 여러모로 원활한 시대였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던지 비리척결 등 포지티브한 내용이 나왔다. 원더우먼 패러디로 벗겨보이기도 했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최불암 시리즈의 대를 잇는 YS는 못말려 시리즈의 출간은 "다른건 몰라도 이런 거 보면 참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어른들 실소를 절로 불러일으키는 사건이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어린 아이들이 더 잘 아는 인물이 됐다. 물론 개그맨을 통해 한번 건너서다. 심현섭 씨는 밤마다 대통령 캐릭터로 사람을 웃겼다. 그가 백재현과 더불어 초창기를 이끈 파일럿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그와 그의 패러디캐릭터가 없었다면 그 초석을 닦는데 한층 어려웠을지 모른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시대는 말할 것도 없다. 배철수의 패러디로 생명력을 얻은 배칠수 씨는 대통령 노무현의 패러디 캐릭터가 되어 다시 인기를 이어갔다. "맞습니다 맞고요"를 곧잘 입에 올리던 그는 노 전대통령 서거 후 고별방송 성대모사까지 하게 됐다. 새 대통령의 분신은 찾을 수 없는데 전 대통령의 분신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20여년을 이어가던 그 계보는 MB정부 들어 딱 끊기고 만다. 지상파 방송 채널의 코미디프로그램 어디에도 찾을 길 없다. 그게 아니라 풍자코미디 자체가 보기 힘들다. 나아가 패러디물을 곧잘 쏟아내던 KBS시사투나잇을 비롯, 시사프로그램조차 이래저래 다 없어지는 시국이다보니 캐릭터가 뛰놀 무대조차 보기 힘들다. MBC 라디오드라마 격동50년조차 사라져버렸으니 이젠 목소리로도 접할 기회는 없겠네.

군사정권때로의 회귀, 과거로의 역행을 논할 때 이만한 예도 없다. 다른 거 돌아보거나 평할 거 없이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난 2년이 얼마나 경직된 시절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정부의 지금 모습에 개그조차 빛을 잃어선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