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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서 옹은 또 눈물짓겠군요.

구봉서 옹은 또 눈물짓겠군요


주섬주섬 취재장비(그래봤자 뭐 있나)를 챙기고 검은 타이를 매려다 말고, 몇 글자 프롤로그로 적어 본다.

'코미디의 명인'이라 불러 부족함이 없을 배삼룡 옹이 새벽 작고했다. 향년 84세. 고인에 대한 이야기는 빈소 현장에서 다시 회고하기로 하고.

그가 투병하는 동안 또 한명 절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그와 명콤비를 이뤘던 구봉서 옹. 이번 타계 소식을 접하면서도 그가 또 한번 생각났다. 이번에 또 울겠구나 싶었다.

10여년전 '후라이보이' 곽규석 씨가 별세했을 때다. 구봉서 옹은 '잘 가게'라며 소리내어 울었다. 그건 전우를 보내는 동지의 눈물일 뿐만 아니라, 이젠 무대가 아닌 세상에서 퇴역해 가는 자신들 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눈물이었을지 모른다. 배삼룡 옹의 투병기에도 그는 심심찮게 슬픈 모습을 보여왔다.

말해 무엇하겠냐마는, 구봉서 옹은 현존하는 코미디언 중 가장 상석에 위치하는 원로다. 몇시간 전까진 배삼룡 옹도 현존하는 동급의 원로였고. 언젠가 조선시대를 무대로 한 사극 꽁트에서 '왕 구봉서'에게 '간신 배삼룡'이 "야, 봉서야!" 하고 덤벼들 때는 지켜보다가 아버지나 나나 다 폭소하고 말았다. 그건 설정이 아니라 실제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이 두사람이 까마득한 윗 기수인지 다시 생각케 하는 부분이다.

구봉서 옹은 오늘 또 눈물지을 것이다. 그 역시 지금은 투병 생활 중. 불편한 몸으로 빈소를 찾긴 힘들테지만 틀림없이 소식을 접하면 그 자리서 눈물을 쏟고 말테지. "봉서야", "삼룡아"하며 허물없이 불러대던 동갑내기 명콤비가 새벽에 "나 먼저 가네"하고 세상을 떳으니.

하나 둘, 종막에 닿는 세대.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과 세상에 남겨진 이들. 떠나는 이를 배웅하며 자신들의 시대를 정리하다 말고 또 한번 노병은 울게 됐다. 좀 더 오래 남은 이들의 그 역할 또한 망자만큼이나 기구하고 슬픈 운명이다.
이왕이면 부디 좀 더 오래남아 자신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마저 풀어주기 바라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