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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제사상엔 머핀과 담배가 올라간다?

우리집 제사상엔 머핀과 담배가 올라간다?




14일 아침.
설날 아침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서울서 부산으로. 그렇게 장거리 귀향길에 나서 간만에 만난 가족들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아침상을 올린다. 
몇년전만 해도 서울의 큰 집에 찾아가 외가가 아닌 친가의 제사를 함께 지냈다. 그러다 외가의 두 분이 세상을 등졌고, 그간 제사를 지내던 외삼촌네는 사정상 제사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어머니가 제사를 지내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서울살이를 하던 나 역시 이젠 본가로 내려가 친조부모가 아닌 외조부모에 술을 따라 올리고 지방을 쓴다.  


붓펜이 없는고로, 볼펜으로 지방을 썼다.
상 위를 둘러보면 있을 건 다 있다. 떡도 맞췄고, 상어산적, 생선은 본래 4가지씩 안 올리는 거라지만 워낙 물에서 나는 먹거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 다 드시라고 올렸다.
그런데...


...?

머핀?

맞다. 머핀이다. 다른 음식은 다 알겠는데 뜬금없이 웬 머핀?

울 어머니 왈 "빵을 워낙 좋아하시니까."

설명 들어간다. 외가 친척은 모두 뉴욕에 있다. 결혼을 위해 홀로 남았던 어머닐 제외하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두 이모와 외삼촌 모두 미국으로 날아갔고, 그러다 보니 보통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상당히 달랐던 노부부다. 특히 외할아버지는 별명이 영국 신사였는데, 185센티 장신에 중절모와 런던포그 버버리코트 차림이 멋졌다. 쌀밥 만큼이나 빵을 좋아했던 식성이다. 격식도 중하지만, 본디 좋아하시던 음식이라면 당연히 함께 맛보게 해드려야 효도가 아니겠냐는 결론이다. 동서가 만나는 '하이브리드' 제사상이 나오게 된 이유다. 


제사 말미엔 담배까지 나왔다. 이건 외할머니를 위한 것. '담바고'를 좋아했던 외할머니. '켄트'를 즐겨 피셨다. 
위스키를 즐겼던 외할아버지, 켄트 연기를 맛있게  피워올리던 외할머니. 그 영향을 받아서일까. 나 역시 소주보다는 진토닉이 좋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