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중 1일을 몽마에 잡혀있던 나, 기면증인가
이상한 경험을 했다.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한, 말 그대로 '남의 일이 아닌 것'이라 소름이 돋기도 한다.
하루하고 반일. 이 중 하루를 꼬박 몽마에 잡혀 있었다. 이건 사람인지 나무늘보인지. 38시간 중 깨어있던 시간은 고작 15시간. 23시간을, 그것도 죽은 듯 늘어져 있었다면 이건 몸에 이상 증세가 생긴게 아닐까.
38시간 중 첫 시작점은 21일 오후 10시 30분으로 잡는다. 난 이때부터 익일 새벽 3시 30분까지 5시간 수면했다. 첫번째 잠자리였다.
잠시 내 라이프 사이클과 당시 정황을 소개하자면. 난 출퇴근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침 9시에 출근,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이상적 일상성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해서 생활은 불규칙하다. 아니, 실은 매우 규칙적일지도. 다른 사람보다 매우 늦은 시각까지 깨어있고 심지어 날을 지새우는 일도 허다한, 그래서 그것이 규칙적으로 자리잡힌 삶.
그렇다고 해서 또다른 의미의 이상향인 백수-와는 거리가 멀다. 프리랜서로 이것저것 소일하며 먹고 살 만큼 버는, 나름 착실하게 앞가림을 하는 사람. 정규직보단 유동적이라도 나름 시간과 씨름하는 삶이다.
요새는 일이 좀 늘어 있었다. 시간관리라던가, 정신적으로 그리고 부수적으로는 이동 등 육체적으로 신경써야 할 곳이 복수형이라 은근히 에너지 소비가 많다.
특히 그 주는 데미지가 많이 싸여 있었다. 사흘정도 밤잠을 설쳤던 것. 게다가 그 날은 서울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오가며 차량 이동이 잦았다. 대중교통에만 카드를 갖다댄 게 일곱번.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나와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었지만 조직 사회에서의 마찰과 갈등을 옆에서 함께 나눠가졌고, 클라이언트 쪽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뭔가 줄타기같은 긴장감을 수반하고 있었다.
저녁에 있던 일정 하나는 몇시간전 취소되어 있었다. 어찌보면 부담을 던 것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고대하던 (데이트와 비슷한 느낌의 것이랄까) 약속이 몇주째 중단된 것이 도리어 맥을 탁 풀리게 했달까. 그럼에도 불구 이리저리 소비한 시간이 꽤 되어 아침 8시에 나선 외근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자택 복귀로 끝이 났다. 당일은 영하 10도 안팎으로 다시 기온이 떨어져 있어 피로도가 더했다.
집에 돌아오니 긴장은 일시에 풀려 버렸다. 아직 처리할 것이 남았지만 그래도 한숨 돌릴 수 있었던 것. 잠시 침대에 누워 TV를 틀고 쉰다는게 그렇게 다섯시간동안의 취침시간이 됐다. 잠드는 줄도 모른 채 죽은 듯 잠들었다.
근래 보기 드문 숙면이었다. 어지간해선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날 수 있을 정도의 것. 이 때까지만 해도 이해는 했다. 워낙 피로도가 싸여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나, 잔여업무를 다 처리하지도 못한 채 다시 골아떨어지고 만다.
22일 오전 여섯시. 일어난지 불과 2시간 30분만의 녹다운. 다시 일어났을 땐 오후 2시가 넘었다. 무려 여덟시간을 기절한 듯 또 날려버린 거다. 몸은 그야말로 초지검이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전 중에 내정된 스케줄 하나는 그대로 날아가버렸고 여유롭게 느꼈던 잔여업무는 압박해 들어온다. 처리할 것들이 양쪽에 쌓였다. 그럭저럭 급한불을 끄고 한 숨 돌린게 저녁 7시 30분경. 저녁을 먹을까 하고 일어서다가 다시 고목나무 쓰러지듯 풀썩 넘어가고 말았다. 지난 잠에서 깬지 다섯시간만의 일이다.
눈을 뜨니 11시 30분. 4시간을 또 죽은 듯 잤다. 침대에 올려진 내 육신보다 더 아래, 내 혼이 침대 밑에 침전된 듯 느껴졌다. 코에선 피냄새가 배어 나온다. 아니나다를까, 피가 나온다. 풀린듯 한 피로는 아직도 상당히 남아있는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게 힘들었다.
겨우 일어서 TV를 켜니 벌써 심야 영화 시간대. 심신은 마비된 듯 컨트롤이 힘들었다. 어디가 아픈 것인가. 그건 아닌것 같다. 그저 무기력하고 몽마의 유혹이 다시 엄습해 올 뿐. 이 쯤되니 두려워지는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잠이 쏟아지는 증상을 찾아보니 기면증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원인불명이었으나 조금씩 실체가 보이는, 그래서 '기면병'이라 불리는 희한한 병 말이다. 실제로 인터넷 백과사전에선 환각증세, 발작적 수면, 두려움과 갈등에서 벗어나는 수단 등 섬뜩한 설명이 많다.
내가 규정하는 장시간의 잠은 8~9시간이다. 이건 군대에서 비번일 때의 취침시간에 기초한 것이다. 23시간씩 연이어 잤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들은 바 있지만 필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 여겨왔다. 설마 내가 하루반만에 그 23시간의 수면기를 쓸 줄이야. 몇번에 걸쳐 토막을 냈다는게 다를 뿐.
이렇듯 연거푸, 그것도 깊은 잠에 빠져든 건 일찍이 기억에 없다. 나태함? 아니다. 이건 그냥 졸린 것이 아니라 일전에 경험한적 없는 극심한 피로를 수반한 것. 잠과 죽음의 경계가 엷다더니 이러다 그 선을 살짝 넘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가 엄습한다.
놀라운건 또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는 것. 더욱 놀라운 것은 나 혼자인 것이 당연한 집 안에 인기척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조금전까지 잠든 내 곁에 누가 다녀간 듯한 기운이 풍긴다. 어째선지 집안 물건도 조금 위치가 달라져 보인다. 이젠 몽유병까지 걱정해야 하나.
마치 깨어있는 시간이 잠을 위한 휴식시간처럼 느껴졌다. 커피를 마셔도 도망칠 수가 없다.
23일 새벽 여섯시 경, 나른한 기운이 엄습하며 잠을 종용한다. 난 그렇게 또 깊게 잠들었다. 괴이한 악몽까지 수반한 긴 잠은 날 오래도록 붙잡아두었다. 내가 도망치듯 다시 일어났을땐 벌써 정오가 지난 12시 30분. 여섯시간하고 반시간이 다시 지났다. 며칠간 미뤄둔 잠을 한번에 쏟아내는 듯 기가막힌 일이 2박3일에 걸쳐 일어난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기까지 쇠한 듯, 알람시계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헤드폰으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지만 이상증세가 감각까지 두려움으로 마비시켜간다. 편안해야 할 수면이 오히려 겁이 나게 만드는 무엇이 된다. 이것은 그저 쉴 수 있는 주말에 데미지 입은 육신을 휴식으로 정상화시키려는 몸의 작용이 만들어낸 순간의 것인지, 아님 주중에까지 이어질 미지의 것인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하루하고 반일. 이 중 하루를 꼬박 몽마에 잡혀 있었다. 이건 사람인지 나무늘보인지. 38시간 중 깨어있던 시간은 고작 15시간. 23시간을, 그것도 죽은 듯 늘어져 있었다면 이건 몸에 이상 증세가 생긴게 아닐까.
38시간 중 첫 시작점은 21일 오후 10시 30분으로 잡는다. 난 이때부터 익일 새벽 3시 30분까지 5시간 수면했다. 첫번째 잠자리였다.
잠시 내 라이프 사이클과 당시 정황을 소개하자면. 난 출퇴근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침 9시에 출근,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이상적 일상성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해서 생활은 불규칙하다. 아니, 실은 매우 규칙적일지도. 다른 사람보다 매우 늦은 시각까지 깨어있고 심지어 날을 지새우는 일도 허다한, 그래서 그것이 규칙적으로 자리잡힌 삶.
그렇다고 해서 또다른 의미의 이상향인 백수-와는 거리가 멀다. 프리랜서로 이것저것 소일하며 먹고 살 만큼 버는, 나름 착실하게 앞가림을 하는 사람. 정규직보단 유동적이라도 나름 시간과 씨름하는 삶이다.
요새는 일이 좀 늘어 있었다. 시간관리라던가, 정신적으로 그리고 부수적으로는 이동 등 육체적으로 신경써야 할 곳이 복수형이라 은근히 에너지 소비가 많다.
특히 그 주는 데미지가 많이 싸여 있었다. 사흘정도 밤잠을 설쳤던 것. 게다가 그 날은 서울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오가며 차량 이동이 잦았다. 대중교통에만 카드를 갖다댄 게 일곱번.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나와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었지만 조직 사회에서의 마찰과 갈등을 옆에서 함께 나눠가졌고, 클라이언트 쪽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뭔가 줄타기같은 긴장감을 수반하고 있었다.
저녁에 있던 일정 하나는 몇시간전 취소되어 있었다. 어찌보면 부담을 던 것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고대하던 (데이트와 비슷한 느낌의 것이랄까) 약속이 몇주째 중단된 것이 도리어 맥을 탁 풀리게 했달까. 그럼에도 불구 이리저리 소비한 시간이 꽤 되어 아침 8시에 나선 외근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자택 복귀로 끝이 났다. 당일은 영하 10도 안팎으로 다시 기온이 떨어져 있어 피로도가 더했다.
집에 돌아오니 긴장은 일시에 풀려 버렸다. 아직 처리할 것이 남았지만 그래도 한숨 돌릴 수 있었던 것. 잠시 침대에 누워 TV를 틀고 쉰다는게 그렇게 다섯시간동안의 취침시간이 됐다. 잠드는 줄도 모른 채 죽은 듯 잠들었다.
근래 보기 드문 숙면이었다. 어지간해선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날 수 있을 정도의 것. 이 때까지만 해도 이해는 했다. 워낙 피로도가 싸여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나, 잔여업무를 다 처리하지도 못한 채 다시 골아떨어지고 만다.
22일 오전 여섯시. 일어난지 불과 2시간 30분만의 녹다운. 다시 일어났을 땐 오후 2시가 넘었다. 무려 여덟시간을 기절한 듯 또 날려버린 거다. 몸은 그야말로 초지검이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전 중에 내정된 스케줄 하나는 그대로 날아가버렸고 여유롭게 느꼈던 잔여업무는 압박해 들어온다. 처리할 것들이 양쪽에 쌓였다. 그럭저럭 급한불을 끄고 한 숨 돌린게 저녁 7시 30분경. 저녁을 먹을까 하고 일어서다가 다시 고목나무 쓰러지듯 풀썩 넘어가고 말았다. 지난 잠에서 깬지 다섯시간만의 일이다.
눈을 뜨니 11시 30분. 4시간을 또 죽은 듯 잤다. 침대에 올려진 내 육신보다 더 아래, 내 혼이 침대 밑에 침전된 듯 느껴졌다. 코에선 피냄새가 배어 나온다. 아니나다를까, 피가 나온다. 풀린듯 한 피로는 아직도 상당히 남아있는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게 힘들었다.
겨우 일어서 TV를 켜니 벌써 심야 영화 시간대. 심신은 마비된 듯 컨트롤이 힘들었다. 어디가 아픈 것인가. 그건 아닌것 같다. 그저 무기력하고 몽마의 유혹이 다시 엄습해 올 뿐. 이 쯤되니 두려워지는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잠이 쏟아지는 증상을 찾아보니 기면증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원인불명이었으나 조금씩 실체가 보이는, 그래서 '기면병'이라 불리는 희한한 병 말이다. 실제로 인터넷 백과사전에선 환각증세, 발작적 수면, 두려움과 갈등에서 벗어나는 수단 등 섬뜩한 설명이 많다.
내가 규정하는 장시간의 잠은 8~9시간이다. 이건 군대에서 비번일 때의 취침시간에 기초한 것이다. 23시간씩 연이어 잤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들은 바 있지만 필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 여겨왔다. 설마 내가 하루반만에 그 23시간의 수면기를 쓸 줄이야. 몇번에 걸쳐 토막을 냈다는게 다를 뿐.
이렇듯 연거푸, 그것도 깊은 잠에 빠져든 건 일찍이 기억에 없다. 나태함? 아니다. 이건 그냥 졸린 것이 아니라 일전에 경험한적 없는 극심한 피로를 수반한 것. 잠과 죽음의 경계가 엷다더니 이러다 그 선을 살짝 넘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가 엄습한다.
놀라운건 또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는 것. 더욱 놀라운 것은 나 혼자인 것이 당연한 집 안에 인기척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조금전까지 잠든 내 곁에 누가 다녀간 듯한 기운이 풍긴다. 어째선지 집안 물건도 조금 위치가 달라져 보인다. 이젠 몽유병까지 걱정해야 하나.
마치 깨어있는 시간이 잠을 위한 휴식시간처럼 느껴졌다. 커피를 마셔도 도망칠 수가 없다.
23일 새벽 여섯시 경, 나른한 기운이 엄습하며 잠을 종용한다. 난 그렇게 또 깊게 잠들었다. 괴이한 악몽까지 수반한 긴 잠은 날 오래도록 붙잡아두었다. 내가 도망치듯 다시 일어났을땐 벌써 정오가 지난 12시 30분. 여섯시간하고 반시간이 다시 지났다. 며칠간 미뤄둔 잠을 한번에 쏟아내는 듯 기가막힌 일이 2박3일에 걸쳐 일어난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기까지 쇠한 듯, 알람시계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헤드폰으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지만 이상증세가 감각까지 두려움으로 마비시켜간다. 편안해야 할 수면이 오히려 겁이 나게 만드는 무엇이 된다. 이것은 그저 쉴 수 있는 주말에 데미지 입은 육신을 휴식으로 정상화시키려는 몸의 작용이 만들어낸 순간의 것인지, 아님 주중에까지 이어질 미지의 것인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