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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IT·과학

[인터뷰] 9개국어, 고스펙 겸비 만물 박사 블로거 유라파

[릴레이 인터뷰] "음식? 음악? 언어? 법? 곤충? 뭐 일단은 다 해요"
7번주자 9개국어에 만물 박사... 멀티 블로거 유라파


"할 수 있는 언어요? 잘 하는건 없어요. 국어,영어,불어,이탈리아어,일어,중국어,라틴어,스웨덴어,그리스어..."

"다뤄본 악기요? 어릴 때 바이올린하고 피아노... 기타는 코드만 좀 잡고..."

"요리요? 그냥... 아내보단 좀 낫게 만드는 정도..."

"네. 서울대 나왔고요, 돈은 안되는데 언어학하고 교육학 전공..."

"책이요? 단독 서적은 몇 권 안냈어요. 한 10권?"

"하는 일이요? 대학 시간강의 나가고 방송 게스트 좀... 통 번역도 좀 하고 글도 좀 쓰고 뭐 그 정도"

"블로그 운영이요? 별로 안해서 시간은 많이 할애 안 해요. 지금 운영하는 블로그가 파란 이글루스 네이버 한 3개 되나..."

...다들 표정들이 왜 그래요? 내세울 거 하나도 변변한게 없는 사람들처럼? 이 정도 하는거 대단한거 아니잖아요.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하는 수준이지.




[릴레이 인터뷰] "음식? 음악? 언어? 법? 곤충? 뭐 일단은 다 해요"
7번주자 8개국어에 만물 박사... 멀티 블로거 유라파


뭐 이래 이거. 잘 하는건 하나도 없단다. 그냥 고만고만하게 할 줄은 아는 영역이 한 일곱여덟개 된다고. 언어는 9개국어 쯤 한다. 제일 잘하는건 한국어고, 그나마 잘 하는 외국어는 불어 정도. 그냥 번역만 할 줄 아는 정도가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웨덴어 그리스어. 해서 9개국어. 독어는 기본만 했고 러시아어는 사전 주면 노랫말 번역 정도밖에 못해 9개국어에 포함되지 않고 튕겼다. 

서울대서 석,박사 수료한 재원으로 목표는 놀고 먹는 삶. 서울시립대서 '과학기술과 법' 교양과목 시간강사를 나가고 있는, 일단은 학술가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맞다. 법학도 공부하는 영역 중 일부라고.

과거엔 작곡도 했지만 재능에 한계를 느껴 관뒀다고 밝힌다. 바꿔 말해 음표보는 법을 안다는 이야기. 다뤄 본 악기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기타는 잘 못하지만 그래도 코드 정도는 잡는다고 밝힌다.

요리, 그럭저럭이란다. 아내보다 김치를 더 잘 담그는 정도...라고.(--;)

맞다. 주요 이력으로는 방송 게스트가 있다. EBS 세계음악기행에서 한 코너를 맞는 게스트였다고. 언어와 음악센스를 겸비했으니 그럴 법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두고 '소수민족언어전문가' 내지 '소수국가음악전문가'라 칭한다.

블로그는 3곳을 운영하는데, 희귀한 음식을 소개하는 요리전문 이글루스 블로그(http://exoticfood.egloos.com)가 있는가 하면,  음악과 나방 등 곤충을 포괄하는 멀티플레이의 파란 블로그(http://blog.paran.com/rarefruit), 그리고 가장 먼저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가 있다. 별로 시간과 공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매주 1개 이상의 포스팅을 꾸려간다니 그 내공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나 더, 여기서 직접 확인한 능력 추가. 가장 중요한 건데, 훈남이다. 다만 앞서 밝혔듯 이미 '우리 그이' 있는 품절남이라는거. 무려 10개월만의 연재 재개를 기념이라도 하듯 슈퍼 블로거가 떳다. 닉네임은 '유라파', 오프라인에서의 실체는 놀고먹는 삶을 꾀하며 서울시립대 강사와 번역가를 전전하는 75년생의 고성능 멀티 프리랜서 장재원 씨다.



그래도 전번 주자 녹두장군 님이 소개한 것은 이글루스의 요리전문블로거 '유라파'니까, 우선은 이 곳부터 소개하겠다.

"닉네임은 왜 유라파죠? 유럽음식을 주로 소개해서?"

"사람들도 그런 이야기 많이 하는데요, 그게 아니고 제 딸아이가 유라입니다."

아항. 유라 파파라서 유라파다.

"그럼 멀티 테이블엔 육아 일기도?"

"준비는 해 놨어요. 이제 차근차근 해 가야죠."

다시 블로그로 넘어와서. 제목부터가 '신기한걸 먹어요!'다. 카테고리 여섯개는 신기한 고기 신기한 해물 신기한 과실 신기한 야채 신기한 음료 신기한 과자... 죄다 동방신기한 먹을것들. 이를 들여다 보면 말린 과실로 요리한 음식들이라던가, 웰빙음식이라 여겨지는 전통 내지 지역특산음식, 아울러 국내선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음식들이 다채롭게 컨텐츠를 구성하고 있다.

"향어백숙이라던가 독특한 음식이 많던데, 직접 만들어 레시피를 공개하시는건지 아님 음식점 리뷰를 주로하시는건지?"

"두가지 다 합니다."

특이한 식재료에다 특이한 음식점들. 일반적인 음식은 아니다보니 혹 비위가 약한 이는 곤란한 음식도 없지 않겠다 싶었다. 그러나 배우자, 딸아이 동석해서 즐기는 경우가 잦다고. 참고로 유라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양고기다.

"식비가 장난 아니게 들겠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우리 딸은 또 쇠고기는 안 좋아해요. 말고기, 타조고기, 기러기고기... 별의별 고기를 다 먹는 것에 아는 사람들도 음식비 많이 쓰겠다고 하시는데, 사실 어떤 고기나 특이한 재료의 음식을 먹더라도, 고급 한우고기 먹는것 보단 싸요."

많은 특이 요리를 해 본 만큼, 실력도 만만치 않으렸다. 그는 "어릴 적부터 요리를 접했다"며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다. 그리고, 오뚜기 3분 요리.

"제가 어릴적엔 오뚜기 3분요리 광고가 인기였어요. '오늘은 아빠가 요리하는 날'이라는 카피였죠.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또, 요리를 곧잘 하십니다. 그 때문에 그런 생각 했어요.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남자는 나중에 여자한테 사랑받지 못하는 거 아닐까 하는... 그래서 이것저것 거부감없이 요리를 접해왔지요."

배우자와는 소꿉친구다. 집안 어른끼리 왕래하다 보니 자신들도 자연스레 얽혔다(이런 얽힘은 매우 바람직스럽다 싶다?)고 밝힌다.

"부인도 요리 잘하시나요?"

"일본 유학파인데, 거기서 곧잘 즐긴 파티음식을 잘 만들어요. 그외엔 그럭저럭?"

"김치는?"

"잘 못담급니다."

"말 다했군요. 본인은?"

"전 좀 잘 담급니다."

"말 다했네요."

김치를 아내보다 더 잘 담그는 남편이면 요리 솜씨 말 다했지 않은가.

요리 및 리뷰 블로그의 가치를 그는 어디에 두고 있을까. 그는 '얼리어답터'의 가치를 말한다.

"그렇잖아요, 새로운 것을 접하는 건 초기에 돈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먼저 접한 이는 이에 관한 노하우나 정보를 알려줌으로서 다음 사용자들의 부담을 덜도록 돕지요. 사회적 역할이라고 하는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대중음식도 좋아한다고. 맥도날드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도 본인이나 유라나 곧잘 먹는다고. 편의점에 신기한 신제품이 들어오면 그것도 꼭 먹어본단다.

"다른 나라에 나가면 하루는 꼭 날을 잡아 그나라의 편의점 탐방을 해 봅니다."


 
그는 이 날 커피숍에서 많은 책을 쌓아둔 채 읽고 있었다. 말하자면 평소 자리하는 곳에 내가 찾아가는 걸로 인터뷰 스케줄이 짜인 셈이다. 그런데 맨 위의 저 두꺼운 책은... 소법전.

"맞아요. 법학도 지금 하는 일과 관련돼서..."

그는 서울시립대학교서 과학기술과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도 있나 싶어 물었더니 사법시험은 치지 않았다고.

"제가 서울대에서 전공한 건 언어학과 교육학이예요. 실은 아는 이가 경제학을 제안해서 미국 유학길에 올라 회계사도 해봤는데... 일이 힘들더라고요."

그는 놀고 먹는 것이 삶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그래서 귀국 후엔 시간 널널한 중소기업에도 다녔지만 얼마 후 관뒀다.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 봐요."

역시나 그는 그렇다고 했다. 이걸 물어본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 중 놀고 먹는게 꿈이라 밝히는 캐릭터가 은근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샤먼킹'이 있겠다.) 놀고 먹는 삶을 목표하는 것은 생활 자체에 연연할 경우 아이디어의 혁신이라는 것이 그저 거기에만 머물기 때문이라고.

학교 수업 말고 하는 일은 무엇인가 물었더니 들어오는 번역일이 있다고. 놀라지 마라. 할 줄 아는 언어가 영어, 프랑스어 찍고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스웨덴어, 라틴어... 유럽 넘어 아시아 오면 일본어와 중국어가 있다. 그리고 제일 잘하는 국어까지. 무려 9개국어를 한다. "잘은 못하지만 번역 정도는 한다"는 수준으로 꼽아본 숫자다. 참고로 독일어는 딱 기본만 했고 러시아어는 사전 던져주면 가사 번역 정도는 한다고 하니 일단 예비 엔트리엔 넣어둘만 하겠다.

번역은 주로 해외 음반 가사 번역이라고. 그말인즉, 직역 아닌 의역이 능숙해야한다는 건데, 예술적 소양도 있으렸다.

"2002년 월드컵 덕을 많이 봤어요. 당시 슬로베니아, 세네갈 같은 낯선 국가 사람들도 들어왔었잖아요? 이 때문에 음반도 그렇고 제3세계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늘었는데 이를 두루두루 섭렵하는 사람이 드물었나봐요. 덕분에 제 일이 좀 늘었죠."

EBS 세계음악기행 게스트로 꼽힌 것 역시 그런 언어능력이 주효했다고. 물론 제3세계 것을 비롯 음악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과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손에 대어 봤고, 작곡도 했으나 능력을 절감하며 지금은 그만 뒀다고 하는 말에서 조예가 깊음을 엿볼 수 있다.

"글도 쓰신다고요?"

"제 단독저서는 몇 권 안 돼요. 10권 정도? 주로 학술 관련한 책들이요."

생물분류기사 자격이란 말은 여기서 처음 들었다. 곤충 등 생물들을 탐사하다 미보고된 신종이 나오면 이를 학계에 전하는 데 있어 필요하다고. 나비와 나방, 잠자리 등 곤충을 찾아 소개하는 챕터가 파란블로그에 있는데, 그가 가진 카메라 중 데세랄은 주로 곤충탐방용이다. 생명과학에도 관심이 있어 자격증을 취득했단다.

 


시사 쪽은 블로그엔 다루지 않는다고. 정치적 성향을 물었더니 "옳은 것을 좋아하지만 지금 옳다고 믿는 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다. 다만 강의 중엔 뉴스를 소개하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질문은 던지는 정도라고 했다.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데 주력하다보니 댓글러들과 논쟁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블로그에서 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곳엔 없는 정보라고.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정보를 제가 올려놓고, 이것을 찾은 누군가가 댓글로 '한참 헤매이다 찾아 다행이다'라고 감사글을 남길 때 가장 보람을 느끼지요."

조회객 수를 물었더니 확인을 해 본 적이 없어 나도 모르겠다고 답한다.

"처음부터 조회객을 염두하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그래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블로그보다는, 단 한사람을 위한 블로그를 추구하거든요. 다른 곳에선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정보를 찾는 누군가가 내 블로그에서 그걸 찾아낸다면 그걸로 제 포스팅의 의미는 확실해지지요."

이래뵈도 PC통신시절부터 네티즌이었던 그다. 홈페이지 운영을 거쳐 5년전 블로그를 처음 접했고, 지금 이글루스 블로그는 2년전부터 오픈했다. 꾸준하게 흥미를 잃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어봤다.

"꾸준히 하려고 고민하는게 도리어 문제의 소지가 있어요. 방문자수 지표 등에 좌우되면 본래 목적을 잃고요. 가능하다면 블로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위한 블로그를 만들어야 하지요. 그게 삶에도 바람직하고 또 오래도록 블로그를 이어갈 수도 있는 길입니다."

블로그에 연연해 하지 말고 즐기며 할 것을 초보 블로거들에게 조언하는 유라파, 장재원 씨다.

다음 릴레이 주자는 친히 섭외까지 미리 해주셨다. 이후 주자는 파란의 곤충 전문가 '버그헌터'님(http://blog.paran.com/bughunter)으로 내정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