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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박근혜라는 이름의 무게감, 기대했다 돌아섰다의 무한루프

박근혜라는 이름의 무게감
네티즌들 외면하고, 또 시선 모으고 반복의 연속


박근혜 의원이 세종안 수정안 발표 다음날 강공에 들어갔다.  (관련보도 SBS http://news.nate.com/view/20100112n28928)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는 초반 멘트처럼 흥미진진한 건 사실이다. '여느때처럼 일단 초반부는' 말이다.

박근혜 의원은 지난해 여름 미디어법 정국에서 눈과 귀가 쏠리고 또 여러 앙금을 남긴 적이 있다. 미디어법 반대 목소리를 내며 뭔가 '여당 속의 야당'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한편으로는 그 이름의 강력함을 실감했었다.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가 거대여당을 뒤흔들고 판세 자체를 틀어버릴 수 있을까 하며 말이다.

7월 당시 관련해서 기사 두 개를 냈었다. 하나는 로도스섬전기의 카라를 연상케 하는 강력한 입김을 밝힌 오피니언 스타일 (http://kwon.newsboy.kr/1351)이었고, 하나는 오프라인 가판대에서 확인되는 주간지의 '박근혜 도배'(http://kwon.newsboy.kr/1350)를 소개한 포토기사였다.

지금 보면 다음 행보를 떠올리며 묘한 기분에 든다. 잘 나가다가 김 팍 샜다고 해야 하나, 부글부글 끓던 냄비가 이내 짜게 식었다고 해야 하나. 아시다시피, 반대 입장에 섰다가 결국엔 한 배를 탄 운명만 확인시켜 보이듯 한나라당과 함께 했다.

한글로 님은 그녀에 대한 기대감의, 아니 본인의 기대감에 대한 배신감이라 표현하는 게 맞으려나. 뭔가를 기대하며 토털이클립스를 구경하고 돌아왔다가 느낀 것에 "착각했다, 반성한다"며 스스로를 질책하는 포스팅을 올렸다. (http://media.hangulo.net/914)

국내 시사블로그판의 한 축을 담당하는 그의 역대 포스팅 중에서, 이 글은 그 자체적, 내부적으로도 의미를 둘 수 있는 글이라 평한다. 표적을 칼같이 찔러대는 어택커가 전공인 그가 이번만큼은 자기한테다 그 칼을 푹 찔러 넣었다. 혜안이라던 그조차도 그 한순간, 그녀가 뿌려댄 환상에 매료되고 말았나 보다.

물론 그건 그만의 사정이 아니었다. 나 역시 그 일본 판타지 명작의 '회색의 마녀'를 떠올리며 다음 행보를 흥미있게 바라봤고, 실제로도 맘 먹으면 전세의 축을 좌지우지할 능력이 되는 독립세력이라고 지금도 그렇게 본다. 당시 포털기사 댓글란에서 확인된 네티즌 반응에서도 그 혼동은 대단했다. 한편에선 회의적 반응이 일면서도 또 한편에선 '한번 지켜볼까나' 하며 '혹시나' 하는 반응이 연이어 터졌다. 반대로 '모체로의 회귀'를 했을 땐 "그럼 그렇지"하는 비난이 터졌다.

한번 그렇게 됐다 보니, 이번 상황을 바라보는 네티즌 시각에도 그 추진력에 의문을 품는 글이 이어진다. 위 SBS 관련보도에 네이트 유저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상당수 꺼냈다. '박쥐'(김민영 님)라는 비아냥도 있고, 아니나다를까 미디어법 때 이야기를 꺼내는 유저도 보인다. "잘못됐다 하다 또 결정적일땐 맞다고 할꺼"(황진하 님) 라고 못 믿겠다는 목소리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러한 선례에도 또다시 관심은 폭증한다는 거다. 미디어다음에선 최다댓글 뉴스에 관련보도가 올랐다.


3000여건에 달하는 댓글 수. 물론 여기서도 곱지 않은 시각이 묻어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여전히 말 한마디로 수천건의 댓글반응이 터질 만큼 그녀의 거동은 돌풍의 핵이라는 거다.

그녀 아닌 다른 한나라당 의원이라 하더라도 흥미로울 일이다. '당론 = 의원 것' 공식의 국회에서, 소속당에 반기를 들면 그것은 곧장 보기드문 '소신'이 되는 게 우리 현주소 아니던가. 여기에 '박근혜'가 나서니 곧장 뉴스가 되고 정국의 핵이 된다. 정치에 '흥미'를 말하는건 어폐가 있겠으나, 정치판에 있어 확실한 뉴스메이커임은 인정할 수 밖에.
 
"서커스 줄타기"라는 냉소 속에서도 '박근혜 파워'는 다시 수면에 떠올랐다. 그 영향력을 어디까지 현실화시키는가가 다음번의 관건. 기대하게 만들고, 또 '믿은 내가 바보였다'고 돌아서게 만들고, 그럼에도 또 시선을 가게 만들고...

한글로 님은 지금도 트위터로 세종시 수정안에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글로 님, 어떡하실래요? 한번 더 반성할 거 감수하고 기대해 보실래요?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