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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제설차 한번 밀고가니 더 곤란해진 횡단보도 사정

제설차 한번 밀고가니 횡단보도 사정은 더 나빠져




11일, 퇴근길 횡단보도 앞에서 본 풍경.

서울 지하철 까치산 역 앞 도로에 제설작업 차량이 등장했다. 기세좋게 밀고가는 대형 쓰레받이(?). 도로는 이미 대체적으로 무난한 상황이었지만 가장자리에 쌓여있던 것들을 한데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앗. 역효과.

잠시 차량이 멈춰섰던 횡단보도. 즉, 곧 이 몸이 건너갈 도로 위가... 엉망이다. 애써 모았던 눈을 내려놓듯 이리도 이쁘장하게 놔두고 지나간 것.

'이게 머여' 하는 소리는 내 입에서만 흘러나온 것이 아니었다. 나란히 섰던 행인들도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아저씨 1 - 이래 놓고 가면 어쩌란 거여.

아줌마 1 - 쩌억(입 벌어지는 소리)

아줌마 2 - 이거 이거... 이래놓고 다시 와서 쓸고 가려나?

아저씨 2 - 안 오지. 지금 차가 이리도 막히는 시간대인데 어케 오겠어?

아줌마 3 - 움마, 이거 이래놓으면 꽁꽁 얼텐디. 

 


사진찍다 보니 그만 신호를 놓쳐버렸다. 오가는 사람들 발 앞에 커다란 눈덩이들이 굴러다닌다. 축구를 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상황.

지나가고 잠시 지나니 또 색다른 제설작업차 한대가 온다. 이 차는 말 그대로 소금 뿌리는 차. 염화칼슘으로 추정되는 백색 덩어리들을 살포하고 지나간다. 이번엔 그 덩어리들이 대기 중이던 행인들 앞으로까지 튀어 사람들마다 화들짝 놀란다. 공익을 위한 공무지만... 뭐랄까. 좋은 일 하면서도 퉁명스런 표정으로 이미지를 깍아먹는 서툰 아저씨를 연상케 하는 모습.

염화칼슘이 살포되고 잠시 뒤. 확실히 눈이 녹아내리기는 한다. 그러나.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포천과 철원 사이에서 세번의 겨울을 나고 수없이 염화칼슘(이지 나트륨인지 기억이 안 난다)을 뿌려보며 제설작업에 나름 조예를 쌓았던 경험에 비춰본 바, 내린 결론.

'이 정도로는 이거, 다 못 녹는다'

그리고, 세번의 제설작업을 통해 얻은 귀한 교훈이 있다.

'쌓인 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녹다 만 약간의 얼음코팅이다'

마지막으로, 설령 저 눈이 언젠가(얼마의 시간을 요할지 모르지만) 다 녹아 해결이 된다고 해도. 하필 장소가 장소니만큼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그 동안 횡단보도 건너는 행인들은 불편을 겪어야 하고 아이스볼을 차야 한다.'

제설작업이 위험의 불씨를 새로 남기지 않는, 눈과 위험가능성을 모두 제거하는 작업이 되길 바란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