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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용산참사 장례식 할 때는 눈이 녹고, 끝나니 다시 쌓이더라


용산참사 장례식 할 때는 눈이 녹고, 끝나니 다시 쌓이더라



우연이라면, 참 묘한 우연이었다. 딱 열흘 모자란 1년만의 장례식에, 눈은 참으로 묘한 인간의 감정을 투영시키더라.
9일, 작년 용산참사 희생자 5인의 장례가 열린 서울역. 이 날 서울의 날씨는 영하 6도였다. 겨울의 추위지만 그래도 어제보단 다소 풀린 날씨.
정오부터 시작한 영결식 때 하늘은 맑았다. 그리고, 눈이 녹아 떨어지고 있었다. 서울역광장 한켠의 지붕 위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는 눈덩이가 계속해 아래 인파 사이로 떨어져 내린다.

눈 녹듯 사라진다던데, 이는 얼어붙었던 한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일까, 그것도 아님 눈물인 것일까.



묵념 중인 사람들. 수천여명의 인파가 몰린 서울역광장은 그 수에 비해 비교적 조용하게 의식이 치뤄졌다.









지난 용산 참사 관련 집회에서도 매번 모습을 보이며 '용산 학살'을 주장하던 재야운동가 백기완 선생은 이 날 이 대통령에 대해 '이명박 씨'라 부르며 지탄했다. 그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었다. 




노전대통령 추모제 때도 모습을 보였던 무용인 김미선 씨가 진혼무로 혼을 달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의 야당 대표들이 조사를 위해 나섰다. 그들은 한결같이 '야당 대표로서 여러분들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망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유가족들의 인사. 그들은 "그간 국민여러분께 과분한 사랑을 얻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다 끝내 눈물을 터뜨린다.





영결식은 참여시민들의 헌화를 끝으로 막을 내리고, 행렬은 참사현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천천히 나아가는 행렬. 그러나 끝까지 원활치가 않은 행보다.


표지판에 걸려 멈추는가 하면, 선두 차량 앞에서는 한 행인이 도로 위에 꿇어앉은채 5분여간 움직이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그는 이내 절을 하고선 서서히 일어서 차체를 쓰다듬다 어딘가로 사라져갔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됐던 영결식 동안 맑았던 하늘은 갑자기 흐려졌다. 그리고 한동안 멈췄던 눈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참사의 현장으로 향하는 행렬 위로 쌓여가는 눈. 마치 영결식동안 유보됐던 것들이 해제된 듯, 점차 굵어졌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