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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KBS 라디오 연기대상, 목소리의 그 주인공들

2009 KBS 라디오 연기대상, 목소리의 그 주인공들




18일, KBS 라디오홀. 2009 KBS 라디오 연기대상 중 성우들이 실력을 뽐내는 한 장면.

아래 영상을 보면 얼굴을 몰라도, 캐릭터 연기에 순간 순간 "어! 그 사람!"하고 무릎을 칠 법한 상황이 연속된다.






난 매년 이 연말 시상행사를 찾는다. 여타 방송계 시상행사와 달리 언론 노출이 적은 반면 팬들 사이에선 궁금해 마지 않는다. 정보가 아쉬운 사람들에 있어 꽤 필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자평해본다.

실제로도 이 시상식은 꽤 재밌다. 본 메뉴인 시상 이상으로 '덤'이라 할 수 있는 성우들의 축하공연이 눈길을 끈다. 그간 목소리로만 여기저기서 접했던 주인공들이 천의 목소리로 시시각각 변신하고, 때로는 정말 '재주꾼'이다 감탄할 만큼 놀라운 재치를 보여준다. 여타 지식이 없는 이가 방청석에 앉아있다보면 '저 사람이 그 사람인가'하며 놀랄법한 일이 줄기차게 벌어진다. 물론 팬들 입장에선 어느 연예인 팬클럽 부럽지 않을 환성을 그들에 선사할 간만의 기회다.



샤론스톤에서 이젠 짱구 엄마로 더 친숙한 강희선 성우, 포켓몬스터의 로켓단 로이와 윌스미스 전담으로 유명한 김일 성우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한편으로는 과거 라디오 전성시대 때 영웅이었던, 그러나 비디오 시대인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또 다른 그들과, 그들의 계보를 잇는 현 세대의 어우러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 씁쓸하면서도 또 달콤한 여유가 묻어난다. 지난 해의 경우는 60대의 방유성 성우를 비롯 여성 성우들의 '노바디' 공연이 UCC를 타고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평소엔 외화나 애니메이션 스크린 뒤에서 목소리로만 접하던 이들이기에 거기서 받는 인상은 한층 더 강하다.

이번엔 10분짜리 동영상에 담아낸 '성우탐구생활' 공연의 한 부분을 감상해 볼까. 케이블 채널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남녀탐구생활'의 나레이터, 서혜정 성우가 후배성우들과 함께 공연한 무대다.




  
간만에 성우, 그 자체가 수면 위에 올라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 남녀탐구생활. 그러나 그 주인공인 서혜정 성우에만 집중할 수가 없다. 앞에서 몸으로 웃겨 주는 성우들 역시 존재감이 막강하다. 특히, 문외한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법한 대표적인 대중적 스타 강수진 성우는 '최강수진'이란 새 별명을 얻으며 제대로 팬서비스를 해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홍패밀리' 홍선영 홍성헌 홍승섭 홍시호 성우 4인방은 안익수 음향효과 기술자와 함께 열연한다. 같은 홍 씨지만 진짜로 가족들은 아니다.

축하공연에 비해 시상은 시간적 비중이 적다. 그러나 그간 성우계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본 사람들에 있어선 정말 드라마틱한 순간이다. 순서는 신인상부터 수여된다.



남자 신인상은 33기 김태영 성우에게 돌아갔다. 여자 신인상은 33기 최정현 성우. 김태영 성우는 함께한 동기들과 영광을 나눴고 최정현 성우는 끝내 울음보를 터뜨린다.


 
 
공로상은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대모 격인 최수민 성우에게 돌아갔다. 과거 라디오 드라마 '아차부인 재치부인'에서 명성을 떨쳤고, 렌탈 비디오와 유선방송 전성시대였던 80년대엔 '태양의 사자 철인28호'와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을 비롯 숱한 애니메이션, 특촬물 비디오 더빙물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해 2030세대에 짙은 향수를 남긴 장본인이다. 한동안 출연이 뜸했지만 최근 케이블 애니메이션 채널 챔프에서 '못말리는 3공주'로 다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한편 이 날 수상 자리엔 연기자 겸 가수인 아들 차태현 씨가 함께 올랐다. 평소 성우들 모이는 자리에 자주 축하공연을 맡는다고.

그녀는 수상 소감에서 "90년 대상을 받고 이젠 공로상까지 받게 됐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수년째 진행을 맡고 있는 김영진, 김옥경 성우 콤비. 이 날은 유독 김영진 성우가 선배 김옥경 성우의 화를 돋군다. "전 신인상을 수상했고 엔터테이너 상도 받았습니다"라며 무관의 선배를 건드리는 그. 결국 그녀는 "너 몇기야?"하고 묻는다.

"24기입니다."

"제가 선배입니다."(20기다.)

한 원로 성우는 "이기는건 그거밖에 없지"라며 웃고 말았다.

그런데 이건 복선이었다. 올해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바로 그녀였다. 작년에도 "왜 난 상을 안 줄까요, 언젠간 받겠죠"라며 투덜대던 김옥경 성우는 드디어 한을 여기서 풀었다.




수상소감. 그녀는 "우는 아이 젖 준다고, 계속 상 달라고 했더니 결국 받는다"고 웃음을 유도한다. 몇년간 수상소감을 준비했다는 그녀, 특별한 수상소감을 이어가다 결국엔 '눈물이 나네요'라며 급히 소감을 정리한다. 그간 '강철의연금술사'에서 러스티, 슈렉의 피오나 공주, 위기의 주부들에서 나탈리 등 애니메이션과 외화, 라디오 드라마와 DJ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던 바 '이미 준비된 후보자'였고 결국 올해 소원을 이뤘다.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홍시호 성우에게 돌아갔다. 슬램덩크의 강백호, 홈쇼핑의 '39900'원, 짱구는못말려 극장판 '태풍을 부르는 장엄한 전투', 게드전기, 더 락의 니콜라스 케이지, 이누야샤의 나락 등으로 유명한 그는 "꼭 받고 싶었던 상이었는데 이 자리에서 그 꿈을 이뤘다"며 감격을 표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