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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칵테일] 12. 코스모폴리탄, 촌놈은 달콤한 도회에 빠진다

[바의칵테일] 12. 코스모폴리탄, 촌놈은 달콤한 도회에 빠진다



참 빛깔이 예쁘다. 칵테일을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데 그 첫 맛은 역시나, 우아한 자태다. 

순간 올드팰인가 했다. 언젠가 꼭 한번 마셔보고픈 그 칵테일. 이 한 잔은 코스모폴리탄이다.

신촌으로 나왔지만 이번엔 BM이 아니다. 그곳에서 50여미터나 떨어졌을까. 신촌 쪽에 빠삭한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thinking inside the box를 이번 연재의 세번째 장소로 정했다.

이 곳은 검색으로 찾아냈다. 신촌에 괜찮고 저렴한 칵테일바를 찾았더니 가장 많이 눈에 띄던 곳. 그만큼 이미 이름이 알려진 장소인데 BM하고는 여러모로 느낌이 달랐다. BM이 어둠을 전제로 디스플레이된 곳이라면 이곳은 은은한 촛불로 빛과 열을 제공한다. 안주로 김과 간장을 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바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은 칵테일 이야기부터.




BM에선 본 적 없는 칵테일이 몇 가지 있었다. 이 중 가장 저렴한 군인 6000원대에서 하나 고른게 코스모폴리탄. 보드카를 베이스로 라임주스와 크랜베리 주스 등 여러 향긋한 레시피가 담겼다. 

노란색이 감도는 붉은 색깔. 자칫하면 촌스러 보일수도 있건만 투명하고 은은한 분위기와 엮이며 매우 세련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마치 남성 화장품 오딧세이의 이미지 색상을 연상케 한다.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매력적인 빛깔. 

다만, 생계형 인간에겐 이같은 한숨이 먼저 흘러나올수도 있겠다. '양이 너무 작아!'




이런 잔 좋더라. 착 감기는 언더락도 좋지만 간만의 외도는 꽤나 만족스럽다. 위로 치켜들어 보면 이 칵테일 정말 섹시하다. 글라스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러본다. 연인과의 스킨쉽처럼. 남성 입장에서 봤을때 이 칵테일은 바에 찾아와야만 만날 수 있고 말도 걸 수 있고 만져 볼 수도 있는(...??? 오해는 마라. 난 '그런' 놈이 아니다. 그냥 실상을 체감한다는 것을 표현하자면 그렇다) 환상같은 여인. 위에 담긴 살얼음은 살랑이는 치맛자락 끝인가. 아님 차갑게 다가오는 도도함인가. 

진한 향이 꼭 화장품을 연상케했는데 나중에 보니 데메테르 사에선 아예 이 칵테일향을 향수로 아이템화 했더라. 다른 술이라면 몸에 냄새가 뱄을 때 주정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 술 만큼은 향수 대용이다. 대환영할 일이다.  




시음해 본다. 으음. 달짝지근하다. 과거엔 술이 매우 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달단 말야. 이 술은 짭짤한 느낌이 꼭 캔디같다. 시간이 흐른 뒤 혀를 입천정에 대보면 배어있던 단맛이 다시 미끄러져 내린다.

그렇다고 달콤하고 부드럽기만 한 건 아니다. 보드카가 담긴 칵테일 답게 상당히 독하다. 적어도 한동안 약한 도수의 칵테일을 계속 접했던 이에겐 세게 느껴질 수 밖에.

이 날 날씨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 술은 살얼음이 띄워진 술답게 차갑다. 그런데 알콜 기운으로 금새 몸이 데워지는걸 느낀다. 겨울에 더 어울리는 정취다. 차가우면서도 따스한 내면이 숨겨져 있다. 괜찮다. 살얼음 띄운 것도 맘에 들어.

이름이 코스모폴리탄이던가. 세계, 도시... 촌에서 올라온 샌님이 동경할 법한 도회적인 이름.
이 쯤하니 뭔가가 연상된다. 망상극장 시작. 주인공은 밭을 일구다 우연찮게 난생처음으로 도시에 흘러들어온 시골 남자. 저녁이 되어 한 술집을 찾았다. 고향 술집에서 맡던 흙냄새는 찾을수 없다. 전혀모를 이름만 주욱 나열된 메뉴판을 보다 그냥 고른게 이 칵테일 한잔. 고향 술집에서 벌컥대던 흑맥주나 럼주와는 전혀 다른 향취. 한모금씩 입에 댈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빠져드는 맛. 처음 만나는 도시의 인사다. 도회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칵테일이다.   

오늘 칵테일은 분위기 한번 잡아보고 싶다던지, 달콤한 맛을 즐긴다던지 한다면 무난한 선택이 되겠다. 알콜캔디. 말 그대로 어른을 위한 사탕이다. 남자도 여자도 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강하던 알콜느낌도 시간이 지나면 의외로 빨리 사라진다. 잠깐의 취기는 찰나의 환상.
다만 단 맛을 싫어한다면 추천하기가 그렇다. 단순히 달달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츄파춥스를 빨아먹을 때처럼 달콤짭짜름해서 말야. 약간은 끈적한 맛. 그러나 칵테일답게 뒷맛이 남거나 하진 않으니 안심해도 좋다.




다음에 한번 이야기 할거지만 이 바는 계산서를 잔과 함께 내려놓는다. 바 다운 맛이라고 해야 하나.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바를 찾은 이라면 이것도 좋은 이미지 서비스. 좀 더 출세해서 넥스트를 주문하고 두세장 얻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뜻하지 않게 청년의 출세욕망을 자극한다.


코스모폴리탄 (보드카 x 라임주스 x 크랜베리주스 등)

신촌 thinking inside the box

가격 6000원

촌평 섹시한 향과 맛과 빛, 도시적이고 매끈한 메탈의 매력이 잘 용해된 캔디맛 음료. 내 귀에 캔디가 왜 귓가에 맴돌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