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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넋 달래는 진도씻김굿, 그 '모습'

장자연 넋 달래는 진도 씻김굿 모습



"아, 내가 왜 이걸 직업으로 삼았지..."

혼을 씻기던 진도씻김굿 전승자 박미옥 씨가 이내 눈물을 훔쳤다. 씻김굿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다.

4일 한낮, 서울 인사동 쌈짓길 중앙에서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장자연 씨를 비롯 분사한 여성연예인들의 넋을 달래는 진도씻김굿이 4시간동안 쉴 새없이 이어졌던 것이다.

침묵아사(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 주최로 열린 서울 한복판에서의 굿은 혼을 불러오는 초혼굿으로 시작됐다.




현 계승자인 박미옥 씨가 혼을 불러내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이 와중엔 외국인 관광객들도 계속해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일본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와 가이드가 분주히 이야기를 나누고,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무리도 눈빛을 빛낸다.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들에게도 이는 매우 시선이 가는 모습이었다. 혼을 불러다 달래고, 원을 씻기고, 한을 받고서 저승가는 노잣돈으로 길을 열어주는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과, 역시나 한국 전통의 소리가 유전자 속 기억을 깨운다.

박미옥 씨의 혼 부름이 정적이라 한다면, 이수자 강은영 씨의 춤은 매우 역동적이다.





우연이라면 우연, 날씨의 조화가 묘한 분위기를 도왔다. 혼을 달래는 창을 할 때 소리꾼은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그 시점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주최자들이 '끝나고 내리면 좋을 것을...'하고 걱정하던 건 잠시였다. 순서가 끝나자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르게 개어 있었다. 


굿은 본래 축제였다고 한다. 박미옥 씨는 산 자를 위한 굿을 함께 선보였다. 모여든 이들에 쌀을 던지고, 그들에 번창과 안녕을 빌어준다. 이 날 행사는 떠난 자를 위한 위령제와 남은 자를 위한 격려가 함께 맞물린 자리. 이승과 저승의 문턱에서 기이한 인연을 맺어준다.



무대는 막바지로 치닫는다. 불러낸 혼을 이제는 한을 씻겨 편히 보내야 한다. 장자연 씨의 혼이 정말 이 곳을 찾았는지는 증명해 보일 수 없다. 적어도 이 카메라 하나만으로는 말이다. 확인 가능한 것은 박미옥 씨의 눈물 뿐이었다...





곧풀이와 영돈말이 의식이다. 영상은 이 중 영돈말이의 마지막 부분과 전승자의 넋두리. 이는 망자의 옷을 말아 씻기는 의식으로 사람을 형상화한 것과 옷을 씻어 그 한을 달랜다.

"왜 우신 거여요?"

그 대답은 기억나지 않는다.

씻김굿의 마지막은 혼이 떠나는 길을 터주는 길내기. 모여들었던 사람들의 손을 빌려 망자가 밟고 갈 흰 천 위에다 노잣돈을 한 장 씩 얹는다.

  

저마다 꺼내드는 카메라가 늘어난다. 그리고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외국인들. 쌈지길 위로 다시 한번 기묘한 분위기가 부유한다.

"혼이 떠났다"고 알리는 사회자. 그리고 박수소리. 이 행사에 동조한 사람들은 이것으로 일말의 마음 속 무언가를 함께 털어냈을까.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억누르는 무게감은 씻김굿의 분위기를 씻어내려 흥겹게 흔들고 울리는 강은영 씨의 북춤으로 사라져간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