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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오늘, 블로거를 대표해 서울시장 앞에 섭니다

오늘, 블로거를 대표해 서울시장 앞에 섭니다
블로그질 1년, 나의 서울시정 참석기 (전기)


써놓고 보니 진짜 제목한번 거창하게 뽑아놨네요. 미리 말하지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1대1 대면하는 것도 아니고.

며칠 전 일입니다.

"아, 나 사진 찍히고 그런거 별론데..."
"별 부담 없이 그냥 나와 주시면 돼요."

몇차례 서울블로거데이에 참여했던 바, 그 인연으로 알게 된 시청의 한 관계자에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하철 9호선, 대중교통, 수돗물편 취재글 참조)

"시장님이 나오는 행사가 있는데 블로거를 대표해 전자평가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이었죠. 일종의 발표 및 시상식인데 심사위원 자격의 참석이라고. 유선상으로 들었던 정보의 내역은 딱 그 정도였습니다. 

처음엔 딱 자르진 못했어도 슬쩍이나마 거절의 빛을 보였습니다. 뭐랄까. 도리어 초대받는 이 쪽이 의외였달까. 그간 내가 촛불정국을 위시해 시사판에서 꺼내보였던 주관과 칼럼을 살펴봤다면 현정부기관 입장에선 절대 달가울리 없을 텐데 말이죠. 물론 '블로그를 대표하여' 자리에 서는 내 입장에서도 껄끄럽긴 매한가지고. 

헌데 섭외가 여러모로 어렵다는 뚯을 전해들으니 잘라 말하긴 어렵고. 해서 "일단 다른 분을 섭외해보시고 정 안되면 다시 연락달라"고 밝혔습니다.

전화를 끊고 1시간. 영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사람 좋아보이는 그녀, 홀로 진땀 빼고 있나 싶어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 다행히도 나서주신다는 분이 있다고요?"

그럼 잘 됐네 하고 벗어나려는 순간.

"마침 그 다음주에 또 후속 행사가 있어요."

하핫. 이런 십라.

한번은 도와주겠노라고 나섰던 상황에서 일이 생각치도 않게 돌아갑니다. "괜히 전화를 걸었네요"하고 푸념하며 뭐 그렇게... 코가 걸려버렸습니다. '괜찮아, 잘은 몰라도 어차피 정치적이거나 곤란한 사안의 행사도 아닌것 같고 하니 별 문제 없을거야'하고 자조하면서.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제. 자세한 계획서를 메일로 전달받았습니다. 으음.

'안녕하세요 권근택 파워블로거님.'

내가 고대로 받아 써놓고도 부담스럽구나. 저 저기요. 제발 파워블로거라고 부르지 말아줘요. 블로그 오픈 1년째 풋사과한테 이런 극존칭이라니.

헌데 그건그렇고. 확인해보니까 이거 뭐여.

'...1분이내로 좋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속았다!
속였구나 담당관!

첨엔 발언 같은 거 안하고 전자부저만 누르면 된다메?! 행여나 기념촬영같은거 하면 그조차 슬쩍 내뺄 구멍을 찾으려던 나건만. 

게다가 하나 더 있더군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한 분 나오신다...?"

혹시나 하긴 했는데 역시나입니다. 심사단엔 저를 비롯 각 일반인들로 구성된 시민평가단 뿐 아니라 국회의원 자격의 좌석도 한석 배정. 그리고 여기에 여당 측 인사가 이름을 올립니다. 형평성에 맞춰(정치 토론장은 아니지만) 민주당이나 타 야당 인사도 한명 배정...? 그런거, 없고요. 

하여튼. 이렇게 해서 정부고관 및 여당의원 있는 자리에 반정부성향(필시 저 쪽 관점에선 그럴걸요?) 블로거가 함께 하는 살짝 악취미적인 캐스팅이 성사됐습니다. 아아 껄끄러워라. 이래서 거절하고팠던건데. 이 기분은 뭐... 적진 한가운데에 잠입하는 것도 아니고. 어제도 언론자유지수 폭락 때문에 기세좋게도 씹어댔건만.

하지만 가장 곤란한건 역시나. 높으신 분 앞에 선다는(앉아있겠지만)게 무서워서요. 서울 시장이라니. 고을 원님 아닙니까. 

아니다. 한양은 고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크잖아크잖아크잖아잖아...

물론 저는 지난해, 노무현 전대통령 바로 옆에 잠깐이나마 섰던 적도 있습니다.(2008년 10월 2일자 '노무현 전대통령의 통일론' 참조) 그러나 그 땐 뭐랄까. 어려운 중압감은 없었습니다. 약간의 들뜬 기분이었달까요. 역시나 그는 '높고도 낮은'... 그런 사람이었나 봅니다.

아는 형한테 '저 내일 서울 시장 만나요'라고 했습니다. 현정부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그 형 왈, "반쯤 죽여놓고 와"라고 하네요. 으하하하. 형아, 나 결투하러 가는거 아니거던.

자. 이렇듯 별 거 아닌듯하지만서도.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어려운 자리에 나가게 됐습니다. 5공시절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던 젊은 내겐 여느 때보다도 권력이라는 것이 철권처럼 여겨지는 시대이기에. 그러면서도 그간 잘도 '까댔지만'서도.

그래도. 일단은 열린시정을 취지로 하는 행사인 모양인데 어떤 일인지 한번쯤 직접 체험해 보는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도 없고. 다녀와서 후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행여나 소신발언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할말은 해야겠죠. 본의는 아니지만, 이왕지사 건방지게시리 무려 '블로거를 대표하는 자'로 대한민국 수도의 시장님 앞에 서게 됐으니 말이죠. 물론 후기 역시 내 소신껏. 제 정성(?)이 듬뿍 들어갈 후기를 기대해주세요.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