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한국언론자유 3년새 31위서 69위 '뚜욱'...선진국 좋아하네

언론자유지수 '뚜욱'...선진국 좋아하네



이 글은 기사도 아니요, 칼럼이라 부르기도 뭣하다. '블로그틱'한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완전자유양식의 지대에서 붓가는대로 끄적인 진짜 블로그 포스팅.

포털 뉴스홈에서 정치 섹션 중 청와대나 여당 쪽 기사를 읽어보면 많이 인용되는 글자가 이거다.

"선진국"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중대 갈림길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이, 야당이나 여론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현정권에서 주로 쓰는 레퍼토리아니던가.

선진국의 개념이 뭘까. 지엔피? 지디피? 국방력 순위? 최저임금제 수준?

지금 우리나라가 이미 완료형의 '선진국'인지, 제대로 자리매김하려는 현재진행형의 '상위중진국'인지는 우선 제쳐두고요. 지금 우리가 차근차근 상위로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 맞는지 어떤지 정도는 제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난 이 문제의 해답이 의외로 간단하다 생각한다. 국민의 만족도다. 더 간단히 말할 수 있다, 바로 나와, 내 가족과 친구들의 그것. 서로가 아래의 저 정도 대답을 듣고 나눌 수 있다면 그럭저럭 선방하는 나라 아닐까.

"여전히 흡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반찬을 갖추고 먹고살수 있게 됐지!"

"시험에서 또 떨어졌지만 공정한 경쟁이었고 기회도 많이 있어, 뭐든 열심히 하면 다 이루는 세상 아닌가"

"옆나라 놈들 시비 걸지만 그래도 정부에서 할 말 다하니 속은 시원하네"

"할 말 다 하고 살 수 있잖아. 지금이 5공시절도 아니고..."

너무 소박한가? 그럴수도 있겠다. 특히 첫번째 것. 그리고 사실 저 정도는 다 만족시켜줘야 선진국 운운할 단계 아닌가.

자. 이쯤에서. 난 현정부에 이 기사를 보여주며 진지하게 이렇게 묻고 싶어. "정말 선진국 대열 진입하는 시기 맞나요"하고. 연합뉴스의 관련보도(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cateid=1001&newsid=20091020231409086&p=yonhap)와 독설닷컴의 (http://poisontongue.sisain.co.kr/1194) 이 글.

그래도 기잣밥 먹는 사람이라 시선이 안 갈 수가 없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 현주소가 세계 69위란다.

선방 날린 독설닷컴 님은 정작 독설하지 않는다. 해서 내가 대신 잘은 못하는 독설을 푼다.
무섭다. 혹시라도 175개국 중 69위면 반 뚝 떼어서 상위권 아니냐고 주장할까봐.

중요한건 과거 성적과의 순위 등락인데... 작년 49위보다 22단계 하락이고, 노무현 정부 시절과도 큰 차이가 있다. 2006년 31위, 2007년 39위로 참여정부 시절 30대를 찍던 기록이 2년만에 폭락, 40찍고 60대로...70위의 코앞에 겨우 선 것. 대폭락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 기자실에서 인터넷선이 끊긴 걸 두고 각 메이저신문이 '끊어진 언론자유'라며 대서특필하던 것이 2007년. 당시 각 언론사와 네티즌 반응을 취합해 기사를 내던 내 기억에서 기자실통폐합에 순응한건 한겨레 딱 하나였다. 그러나 국경없는 기자회의 잣대에서 한국언론자유의 쇠퇴기는 그 때가 아닌 지금이다. 독설닷컴에 따르면 미네르바 사건, 와이티엔 구속 사건 등이 이번 지수의 주요 원인이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보자. 당신은 기자실통폐합 때 언론통제를 몸소 느꼈는가? 빅3 신문사 개혁을 부르짖던 그 남자, 사후 몰라준 '진정성'에 이 시대를 한숨 쉬게 만든 그의 그 작품이 정말 언론탄압이었나?

지금은 어떤가. 다시 기자실 다 원상태로 만들고선 대신 네티즌 여론과 MBC를 미운오리새끼 마냥 보는 걸 두고 저들이 70위 바로 앞까지 떠다밀어버린 것에 불만 토로할 수 있는가. 아님 국경없는기자회도 좌파냐고 묻던가.

세계가 바라보는 언론자유도가 나날이 추락하는 선진국이라니 가히 이슈감 아닌가. 그런 선진국이 어딨나.

다른건 몰라도 인정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진짜 잘 한게 하나 있다. 별의 별 소리를 다 들으면서도 할 말 다하도록 언론과 여론의 자유를 보장했다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그가 그것을 좌지우지 했던 것은 권력이나 어떠한 힘이 아닌 자신의 목숨이었다. 

만일 그가 오늘 이 곳에 살아있었다면 국경없는기자회가 매긴 대한민국 언론자유 성적표를 보고 뭐라 했을까. 화를 냈을까. 아님 기가 차서 웃어버렸을까. 자기가 만들어낸 선진국 지표의 지대한 업적 하나를 그대로 허물어버린 현정권의 삽질을. 
그리고 그의 울타리를 넘어 험난한 이 시국에 기자질하고 블로그 꾸려가는 내 팔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당최 모르겠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