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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4900개 도용한 지식in 어뷰저 검거, 물갈이 좀 되려나?

ID 4900개 도용한 지식in 어뷰저 검거, 이제 물갈이 좀 되려나?


20일. NHN 측에서 보도자료 한 건이 날아왔다.

'알림. 지식인 어뷰저 검거'

...어뷰저가 뭐냐. 좀 더 읽어내려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이용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하고 자동답변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지식인에 조직적으로 광고성 질문답변을 올리는 부정행위자들을 검거, 불구속 입건하였습니다.' 

아항. 뭔가 했더니 이제사 감 오네. 그거?

네이버의 지식인에서 이게 질문인지 스팸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것들이 나오는거 본 적 있을 것이다. 사람은 급한 마음으로 서치하는데 별 희한한 질문이 나오질 않나, 혹은 답변에서 엄한 게 달리질 않나.

네이버에선 이를 엄연한 부정행위로 규정한다. 다른건 둘째 쳐도 남의 아이디를 도용하는 것이 큰 죄질. 지식인 스팸 필터링 시스템 가동으로 작년 12월 조직적 부정행위를 인지해 수사당국에 제보했고 10개월 협조수사 끝에 경찰이 9명을 검거했다는 것이 내용의 요지다. 역시나, 산발적인 것이 아니라 조직이 관여한 모양이다.

네이버는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알리고자 다이어리에 오늘자로 회사이야기를 등록했다. (http://diary.naver.com/150072336521)

여기선 입건자들이 회사는 물론 개인 아이디까지 해서 총 4900여개를 도용했다고 밝힌다.

더럽게 많이도 해 먹었네.
어디 신흥국가 홍보할 일 있나. 이만하면 제국을 세워도 되겠다. 질문게시판에서 질문은 안하고 제품 홍보나 사이트 추천을 먼저 시전해 보이면, 이번엔 불법프로그램으로 관심 답변을 올리는 자문자답형 시스템으로 추천수 증가를 꾀했다. 어느 블로거가 일전에 이걸 두고 "냄새난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 딱 들어맞는 상황. 포스팅서 캡처한 대상이 검거된 사안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 없어 링크 및 소개는 하지 않는다.

그런 어뷰저들에게도 할말은 있다고. 입소문으로 홍보하는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자기들 입 만으로 게시판 물 흐리면서?

우리가 흔히들 공룡포털(긍정적 시각이던 부정적 시각이던 간에)이라 부르는 네이버. 확실히 한국 인터넷판은 포털이 지배하는 양상이고 이 중에서도 네이버는 구글, 야후 등 해외 강자들조차 깨뜨리지 못한 업계의 왕좌다. 타 포털보다 검색이 원활해서? 그것도 있겠지만 네이버가 흥했던 원동력을 꺼낼때면 반드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지식IN.

나 역시 지식!N에는 여러 추억이 담겨 있다. 군을 제대하고 나온 2003년도, 그 땐 인터넷 세상이 일전과는 달리 몰라보게 커져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남들은 싸이니 뭐니 (그 땐 블로그가 뭔지도 몰랐다) 하며 도토리를 셀 때지만 나로선 지식IN에서 노는게 그저 재미있었던 시절.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즐기곤 했는데 그곳은 이미 문답을 넘어 내 별거아닌 지식을 과시하는 장이기도, 또 토론하는 장이기도 했다. 그런 지식IN은 인터넷 기사에서도 몇차례 '돌풍'을 전제로 다뤄졌다. 지금 이상의 영향력을 느끼게 했던 시절. 
그러나 이같은 기사는 항시 이런 말미로 결말이 났다. '초반과 달리 이젠 유입자수가 거대해지면서 수준이하의 답변 및 오답이 난무해 질이 떨어졌다'라고.

지식IN의 기세가 수그러든건 이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 좀 몰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스팸의 역류. 이제보니 이걸 어뷰징, 어뷰저라고 부르는 것이었구나.   

이번 사안은 내게 있어, 또 수년전에 나와 같이 지식인에서 즐거움을 느끼던 사람들에 있어 '추억의 환기와 물갈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이젠 다른 포털사에서도 지식 게시판으로 열어두고 있는데다, 네이버 지식IN이라고 해서 과거처럼 특성화된 무언가를 기대하진 않는다. 완전히 스팸 물갈이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왕년의 그것을 기대하긴 힘들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직도 생활 속 지혜나 조언이 필요할 때면 우선적으로 이 곳 서치대를 찾는 내 모습. 치아에 구멍이 났다 싶으면 같은 사람이 없나 물어보고, 갈비뼈 아래 멍울같은것이 만져질 때 걱정스레 이 곳으로 유입되곤 하니 이 곳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살아 있나 보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광장을 어뷰징 때문에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돌리는 일은 앞으로 없기 바라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