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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세종로 아래에 흐르는 '세종이야기'

세종로 아래에 흐르는 '세종이야기' -
세종대왕 동상, 그리고 세종 이야기의 첫날 답사기 - 하
     

 

...이것은?

내가 탁본해서 인쇄한 용비어천가. 하나 정도, 품고 다니는거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마지막에 밝히겠다.

 

세종로 아래에 흐르는 '세종이야기' - 세종대왕 동상, 그리고 세종 이야기의 첫날 답사기 - 하



지난회(http://v.daum.net/link/4410867) 이어서.

조금은 호기심 어린 기분으로 아래 통로로 내려갔다. 지하 도로는 심심치 않았다. 곧장 글자가 벽면 여기저기에 뿌려져 있었던 것.

전시관이었다. 글자와, 세종대왕의 기록을 알리는.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물론 이 땐 밤이었지만)를, 환한 형광등 대신 어둠과 빛의 조화로 장식한 곳이었다. 마치 은은한 촛불과 이로 밝혀진 방 안을 창호지 너머로 바라보는 듯한 기분. 전기가 없던 옛시절의 느낌이다. 글자 뿐 아니라 각 과학문명 및 예술분야에 있어서도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던 그의 정신을 되새기듯, 글은 곧 과학이요 예술임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내부의 작은 극장 안에선 KBS가 작년 방영한 대왕세종을 한글창제에 맞춰 15분으로 압축편집한 영상이 상영 중이었다. 드라마를 영상 전시 교재로 삼은 셈이다. 

이 밖에도 이 곳에선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움직이는 영상으로 내용을 알리는 부분이 상당수다. 퍼즐 맞추기 놀이로 배우는 학습장도 있어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나들이객들이 좋아할 만 했다.

     


  
여기저기엔 한글 뿐 아니라 그의 다른 업적 및 발명품을 작은 모형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작년 영화 개봉으로 관심에 오른 신기전. 다연발 로켓 국방 병기의 설명문은 한글 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기재돼 외국인들의 지대한 관심이 기대된다.

     


 
해시계다. 대형 해시계가 내부 한가운데에 들어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천정 위 별자리를 가리키는 시계의 대형 초침이 인상적.

     


 
외국인들도 신기한 듯 이 곳 저 곳을 둘러본다. 동양의 신비...라고 생각하는 걸까. 외국인 친구에게 '우린 이런 왕 아래 이같은 르네상스 시대를 누렸다'고 자랑할 수 있는 장소가 하나 늘었다는 것은 반가울 일이다.

...외국어가 좀 된다면 말이지.

         


 
전시관은 묘한 매력의 불친절함을 담고 있다. 상당히 어두워 당장 발길이 닿은 장소 외에 저 너머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 덕분에 한정된 공간을 꽤 넓게 느끼도록 만들고 동선마다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방문객들의 참여 프로그램을 여럿 만들어 뒀다는 것. 카메라 촬영 후 자신의 얼굴을 벽 위로 떠오르게 하는 모습은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이목을 끈 건 바로, 대형 모니터 상에서 터치방식으로 만들어내는 탁본 체험. 용비어천가와 훈민정음, 삼강행실도 등을 선택해 원판을 열심히 문지르면 탁본이 이뤄진다. 조금 과장을 섞으면 '노가다'...라고 할까. 손이 뻐근해질 때까지 열심히 문지르고 두드린 뒤, 완전히 진해지면 이를 인쇄하거나, 혹은 자기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다. 인터넷에 바로 연결돼 있는 것.

나는 이것을 현장에서 인쇄하는 것으로 결정. 그 결과물이 바로 제일 먼저 소개했던 사진 속 인쇄본이다. 이는 현장의 안내 데스크에서 찾아갈 수 있다. 무료니까 안심하고 뽑아가도 된다.

세종 이야기는 무료 개방으로 유지될 예정이다. 서울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한글과 세종대왕을 되새기는 새로운 장이 되어 줄 것인지, 나아가 갈수록 사회에 번져가는 영어만능주의를 잡아주는 제동장치 역할까지 해 줄지 기대해 볼 사안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