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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6.25 총탄 박힌 102살 건물, 수도박물관을 아세요?

[오래된 건축물 이야기] 1. 6.25 총탄 박힌 102살 건물, 수도박물관을 아세요?





14일 서울 뚝섬 아리수 정수센터에서.

서울블로거데이 '수돗물편'에 참석한 블로거들의 견학 코스 도중 눈길이 가는 곳 하나. 서양식의 고건축물이 내부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이국적이지만 어쩐지 낯익은 모습. 그랬다. 흑백영화에서 신부님과 수녀님이 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있다면 딱일 듯한, 오래된 성당같은 모습.

"1907년? ...서울 워터...웍스?"




이 곳은 수도박물관. 과거 서울시내 정수처리를 담당했던, 서울 최초의 상수도 생산시설인 구 정수장의 송수실이었다. '뚝도 수원지 제 1정수장'이 정식 명칭. 아담한 크기지만, 꽤나 호감이 가는 근대식 건물. 아니나다를까, 서울 유형문화재 72호로 선정된 건물이다.

우선 상세한 내역을 좀 더 설명한다면, 이 곳은 1907년 만들어진 장소. 그렇다. 올해로 102살을 맞은 할아버지 건물. 송수실은 1907년, 여과지는 1908년 완공됐다. 여과지는 다음에 다루도록 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들여온 기재가 사용됐고, 공장형 건물이라나? 건물 입구와 창틀을 이루는 것은 화강석, 몸체는 보시다 시피 벽돌, 그리고 박공지붕. 이같은 자료는 방문지에 설치된 안내판 내용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처럼 오래묵은 프로필만이 매력은 아니다. 이 건축물을 살피게 되면 먼저, 그 '노구'에 쌓인 역사의 상흔에 시선을 두게 된다.

"총알자국이예요."

안내자의 설명. 6.25 당시 총격전의 장소가 되면서 여기저기 총알이 박혔다고. 정말 그랬다. 아치형 포치의 화강석 여기저기엔 움푹 들어간 자리가 있었고, 이것이 모두, 당시 쏟아진 총알을 몸소 받아낸 상처자국이었다는게 그녀의 설명이다.

"저 위엔 총알이 아직 박혀 있어요."

'건물보다는 어리겠지만' 그래도 나이가 든 초로의 관리자가 몇마디 더 들려주었다. 카메라나 육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어딘가엔 아직 파내지 못한 총탄이 육신의 일부로 박혀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덕지덕지 때가 낀 듯 까만 부분은 그것을 메운 자국이라고 했다. "너무 파인 데는 보기 흉하니까..."라는게 그의 말. 그야말로 상처입은 한국 근대사의 실존하는 문화재인 셈이다.




광무 십일년. 국호가 새겨진 것을 보며 다시한번 정말 오래된 건축조물임을 마음에 새긴다. 그럼, 내부는?




안은 완전히 개방된 장소. 현대식으로 개조해 매끈한 유광 바닥과 깨끗한 디스플레이가 돋보이는 현장. 안에선 여러 모조품을 통해 과거 서울 수도공급지의 모습과 공급 라인의 시공간적 학습을 돕고 있다. 본래의 소임을 다한 할아버지 건물은 이렇듯 수도박물관으로서의 새 역할을 맞이하고 있었다.




첫인상은 푸근한 수도원같았던 곳. 그러나 다시 보니 전장의 숨차오르던 상황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장소. 그리고 그 속에선 서울 상수도 역사의 연결고리가 이어진 현장. 서울시민이라면 한번쯤은 답사해 볼만한 역사적 건물이다.


수도박물관

소재지 -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1가 642-1번지

단체관람신청 - 홈페이지로 1주일 이전 신청

관람료 - 무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