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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휴지심, 왜 버려요? 난 이렇게 쓴다!

휴지심, 왜 버려요? 난 이렇게 쓴다!  


 
휴지심, 비누포장지의 훌륭한 최후(?)에 경의를 표하며

홀로 사는 총각집네 욕실이 궁금해?

누가 궁금해하겠냐마는 "아니, 싫어" 하면 이야기 진행이 안 되는고로. '예스'를 전제하며 출발.

     
 


간만에 아들 집에 오신 어머니, 욕실을 보더니 "이거 왜 안 버리고 모아놨어"라 묻는다. 불초자식은 말한다.

"버리지 마요. 얼마나 요긴하게 쓰는데"

인류 4대 발명품 중 하나인 종이. ...중국 4대 발명품인가?

허나 그 종이 중에서도 특히나 생활적 측면에 있어 고마운 것이 바로, 뭐? 창호지나 화선지라 답한다면 갓쓴 선비실거고. 마분지나 도화지라 하면 아이쿠야, 초등학생님이 방문해 주신거여요? 준비물 챙기시던 상황이면 내일이 놀토는 아닌가봐요.

티슈? 아가씨가 답할 때는 에티켓 센스지만 총각이 답할 때는 본의아닌 의혹의 눈초리가...

휴지 말야 휴지. 여기서의 답은 휴지로다. 그 엄청난 실용성! 종이는 인류의 지식을 기록하는 데만 혁혁한 공로를 세운 것이 아니란 말이다. 오죽하면 집들이 선물 1호가 바로 술술 풀리는 휴지겠는가.

그런데 휴지 한 두루마기를 다 쓰면 꼭 남는 것이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이 바로 그것, 두루마기를 지탱하던 휴지심이다.

자기 역할을 다 한 뒤의 휴지심에게 남은 용도란? 첫째, 몇 개 소비했나 세는 데 용이하다. 마치 냉면가게에서 그날 소비하고 쌓인 달걀판을 보며 몇그릇 팔았나 세듯 말이다. 그럼 또 하나는 뭐냐고? 그게... 아, 잠깐. 또 하나 물어보신다.

"근데 저건 왜 안 버렸어?"

"저것도 쓸데가 있어요."

     


이번엔 비누 포장지. 역시나, 그냥 버려야만 하는 물건은 아니다. 휴지심에 비누포장지. 대체 이것들 깔끔하고 엣지있게 버리질 않고 너저분하게 남겨둔 이유가 뭘까?

설명 들어간다. 재생종이로 만들어진 이 또 하나의 종이물품, 이들에겐 그냥 버려지기 아까운 능력이 있다. 신문지를 찢어다가 물에 적셔 유리창을 닦는다던지 바닥 청소에 쓰는 지혜는 알고 있을 터, 하지만 이들을 쓰는 건 산전수전 다 겪은 주부들에게도 아직 익숙치 않은 모양인데. 이 친구들에게도 청소에 매우 유용한 재주가 있는 걸 혹 당신은 알고 있는가.

     


 


보시다시피 습기 차고 얼룩지기 쉬운 욕실 세면대나 구석구석을 닦아내는데 본인, 매우 유효하게 쓴다. 꺼끌꺼끌한 감촉이 조금 있으면 매끈매끈하게 느껴지는데 이게 과연 물에 젖어 흐물해진 휴지심 때문만일까. 천만에. 잠시 후 닦아낸 델 만져보면 '뽀드득'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제도, 거품 낼 비누도 필요없다. 충분히 적실 약간의 물만 있으면 된다. 쓰다 필요하면 다시 살짝 적시고, 또 적시고... 딱 그 정도면 된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이 역시 쌓이다 보면 훌륭한 절약이다. 이렇게 한동안 닦다 보면 휴지심은 말그대로 분골쇄신, 뜯겨져 나가기 시작한다. 훌륭한 최후를 맞이한 휴지심에게 경의를 표하며 물기를 쫙 빼면 어느샌가 부피도 몰라보게 줄어들어 버리는데 한결 편리하다. 일석이조.

비누 포장지도 마찬가지. 좌악 뜯어 안쪽 재생면을 갖대댄 채 평면으로 닦아내도, 그냥 우그러뜨려 인쇄면을 그대로 우격다짐식으로 닦아내도 그건 쓰는 사람 맘이다. 상황맞춰 적절하게 쓰면 역시나 휴지심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손 볼 곳이 어디 세면대 뿐이겠는가. 마지막으로 거울도 한번 싸악 훑어주시라. 이미 흐물흐물해진 이 친구들, 유리 겉면에 미끄러지는데 부드럽기도 하지. 거울에 물 한 번 뿌려주고 시작하면 더 좋다. 마지막 물기를 걷어내는데 있어 다소 난이도가 높긴 하지만 경험하다 보면 노하우는 반드시 축적되기 마련.

처음엔 한번 닦아내는데도 소비량이 꽤 많아서, 어지간히 오래도록 많이 모아두지 않는 이상은 시전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도 요령, 하다보면 한 두 개 정도로 세면대와 유리 정도는 가뿐히 커버할 수 있다.

생필품을 사서 쓰다 보면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 덤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유통과정에서, 혹은 모양새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들. 무심코 그냥 버려지는 그 자잘한 것들도 한데 모이면 그 양이 꽤나 골치아프다.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소비품의 말로. 그러나, 마지막에 이를 한번 더 사용할 수 없을까 궁리하다 보면 뜻밖의 길을 찾게 된다. 이들의 가치를 높이고 더불어 다른 소비재나 환경자원을 아끼는데 도울 수 있다면 그게 곧 생활 속에서 실천할 친환경, 절약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재활용으로 쓰레기에 또 하나의 생명을 불어넣어준다"는 거창한 말, 마음만 먹으면 하나도 어렵지가 않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