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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세대? 황금세대다!' 네티즌 뒤집어버린 U-20 축구팀

'암흑세대? 황금세대다!' 네티즌 뒤집어버린 U-20 축구팀


가끔 가다 보면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실현상보다 온라인 상에서 이를 두고 들고나는 관념의 현상이 더 재밌을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축구팬들의 국제경기 실시간 감상록이다.

5년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이 말리와 피튀기는 일전을 벌인 적이 있다. 말리에 3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가 만회골에 상대팀 자살골까지 엮어 극적인 동점을 일궈내 8강 진출했던 경기다. 그리고 이 때, 경기만큼이나 재밌는 일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죽었다(?)고 하지만, 당시엔 정말 대단했던 게시판이 있으니, 루리웹의 위닝일레븐 잡담 게시판이다.(http://ruliweb.nate.com/ruliboard/list.htm?main=winning&table=gr_winning_free3) 한줄 정도만 쫙쫙 나가 문자메시지를 연상케 하는 글이 대세요, 그 직설적, 특유의 소통화법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와도 흡사하다. 육두문자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거 보며 가끔씩 감탄하곤 했다.

이 게시판이 왜 대단했느냐. 그냥 여기만 들여다봐도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았기 때문이다. 정치사회부터 연예 스포츠까지. 눈 깜박하면 게시판이 넘어갈 정도로 등록글이 많았는데, 포털에서 속보기사 하나 뜨면 곧장 여기선 실시간대로 토론장이 열리곤 했다.

꼭 여론의 광장이라서 대단했던 건 아니다. 한국팀의 축구경기가 있으면 새벽에도 시간 가리지 않고 댓글성 단발게시물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당시 상황을 묘사해 볼까? 한국이 전반때 연속으로 골을 먹으며 어렵게 갈 때 여기선 원성이 자자했다. 특히나 당시 톱 스트라이커였던 조재진 선수.

헌데, 갑자기 그가 잠에서 깨어난 맹수라도 된 듯, 불과 2분안에 거의 똑같은 상황을 잇따라 연출하며 헤딩골을 2번 작렬시켰다. 타겟맨 역할을 교과서처럼 시전해 보인 것이다.

얼마나 웃겼는지 아는가. 그에게 수십분간 집중포화를 쏟아대던 사람들, '조재진 골!'을 연호하더니 갑작스레 사과와 반성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재진아 그간 내가 잘못했어"

"재진아! 한 골 더! 콜?"

여기저기서 "님들 왜 이렇게 웃겨요 ㅋㅋ"같은 반응이 폭발했다. 게다가 10여분뒤 조커로 투입된 최성국의 프리킥이 말리 수비수 머리에 맞고 행운의 자살골까지 터져나옴에 따라 한국은 극적으로 8강행을 확정했다. 김호곤 감독을 비롯해 팀에 '김호로곤', '삽질' 등 맹폭을 퍼붓던 모습도 가셨다.

그리고 5년 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지금 연출되고 있다.

    


  
  ▲ 스포탈코리아 '골짜기 세대' (http://sports.media.daum.net/nms/soccer/news/general/view.do?cate=23758&newsid=1576991&cp=sportalkr&allComment=T&ucc=1&cPageIndex=2)기사에 오른 말들  
 


사실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서 패배했을 땐 분위기가 대단히 좋지 않았다. 디시인사이드 국내축구갤러리에선 독일과의 일전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을 때에도 "암흑세대"라고, "우리가 잘한게 아니고 상대가 못한 거"라고 폄하성 글이 오르곤 했다. 물론 시드 최강자와의 값진 무승부는 동시간대 타 뉴스 게시판에선 "잘 싸웠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했지만.

미국전에서 3대0 대승, 와일드카드를 기약 할 수 없던 한국이 자력으로 2위 진출을 거머쥐었을 땐 그야말로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젠 16강에서 파라과이까지 잡으며 8강에 올랐다. 한 네티즌은 "그간 홍명보 까던 님들 어디갔냐"고 외쳤고 그 한 경기로 네티즌들의 시선은 싹 바뀌었다. "그간 홍명보호 까던 놈들 다 나와라"는 엄포까지 터졌다.

    


  
  ▲ 다음 스포츠 토론게시판. 이제 홍명보 감독이나 이들 선수단에 돌을 던지는 이는 없다.  
 


암흑세대, 골짜기세대로 불리우던 한국 20세이하 대표팀. 허나 이젠 18년만에 8강에 오른 황금기의 세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연합뉴스는 '황금세대'란 수식어로 타이틀을 장식해 기사를 내놨다.(http://sports.media.daum.net/nms/soccer/news/general/view.do?cate=23758&newsid=1576753&cp=yonhap)

그야말로 눈부신 변신이다. 물론, 기분 좋은 변신임에 틀림 없다. 첫경기에 비난의 칼부터 들이댔던 섣부른 네티즌들을 멋쩍게 만들며. 어떻게 이렇게 싹 바뀌냐 싶을만치 네티즌 댓글 성향은 180도 뒤집혔다.

자아, 이젠 모두가 다같이 좀 진득하게 응원할 수 있으려나? 하여간, 그래서 인터넷세상은 참 재밌어.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