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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마법' U-20 한국축구팀, "내가 잘못했어"

신데렐라의 마법 보여준 U-20 한국축구팀, "내가 잘못했어" 

 

경기 내내 신데렐라의 마법을 보는 것 같았다. 재와 먼지를 뒤집어 쓴 소녀가 화려한 드레스로 눈부시게 변신, 왕자님의 마음을 빼앗아 버리는 그 환상의 연출 말이다.


3일 새벽, 청소년축구대표팀이 멋진 추석 선물을 안겨줬다. 3대0. 성인, 유스를 떠나 한국 축구가 간만에 보여준 대승의 스코어다.


이집트 U-20 월드컵에 출전 중인 홍명보호는 3일 새벽 이집트 수에르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미국과의 일전에서 3대0 대승을 낚았다.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오르는 예선 마지막 3차전에서 결과는 물론 내용면에서도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미국은 카드 남발에 페널티킥 허용까지 자멸하는 모습이었다.


16강진출을 일궈낸 이번 대회는 오래도록 극적인 대회로 남게 됐다. 오래 묵은 회한의 징크스를 먼지 털 듯 부숴버린 것이 큰 결실이다. 첫 경기 카메룬전에서 2대0으로 패배, 항상 첫단추를 잘못 꿰 끌려가는 징크스가 재발되고 말았던 한국, 그러나 시드 최강인 독일과의 두번째 경기에선 확 달라진 투지로 밀어붙여 가치있는 1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때까지도 불안감은 여전했다. 첫패를 딛고 다시 가능성을 보여준 뒤 결국엔 뒷심부족으로 분루를 삼키곤 했던 한국. 이렇듯 첫단추 징크스 - 가능성 - 아쉬움으로 이어지는 것이 매번 벌어지던 레퍼토리였기에.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미국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조 최하위서 2위로까지 올라선 것. 독일을 제외하곤 한국 카메룬 미국이 서로 물고 물리는 대혼란 속에서 결국 승자가 될 수 있었다. 더구나 카메룬과 미국에 각각 3대0 대패를 안기며 우승후보다운 모습을 보인 독일에 유일하게 무승부를 기록했던 점 또한 고무적이다. 우리와의 첫경기에서 승리했던 카메룬이 결국 최하위로 낙마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엔 우리에게 바라마지 않던 '마지막에 웃는 승자' 배역이 돌아온 것이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매경기마다 전력이 강해진 모습이란데 있다. 첫 경기에서 아쉬웠던 투지가 거듭 강해지면서 새벽잠을 설친 팬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이쯤하니 난 그들에 사과해야 겠다. 카메룬전에서 뼈아픈 1패를 당한 뒤엔, 독일전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음에도 불구, 그들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최종전을 불안한 맘으로 지켜봤던 거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함부로 그들을 저평가하거나 험담하진 않았다. 불운의 레퍼토리를 깰 때라며 맘속으로 꾸준히 응원한 것을 변명으로 꺼내도 괜찮으려나. (지난 글 참조 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7150)


그래도 사과는 해야지. 확실히 믿어주지 못한것에 대해.


"내가 잘못했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명보 횽(감독보단 역시 이 별명이 더 입에 붙는다)은 매경기 서비스 게임을 선사하는 맘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난 그가 염려스러웠다. 이걸 두고 '슬슬 하겠단거냐' 등의 악플이 달리지 않을까 걱정한 것. 다행히 해설자로 나선 박성화 전 감독은 이에 대해 "조별리그 통과의 무거운 짐을 벗고 한결 가벼운 맘으로 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산뜻한 해답을 내놨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홍 감독을 배려한 멋진 해설이었다. 그 말대로, 이젠 정말 화려하게 변신한 청소년 대표팀이 부담없이 본래의 능력을 보여주길 기대할 따름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