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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격동 50년, 현정부 차례 두고 폐지이유가 소재고갈이라고?

'격동 50년', 하필 지금 폐지?


한국 라디오 드라마사에 한 획을 그은 MBC FM 격동 50년(http://www.imbc.com/broad/radio/fm/50years/index.html)이 격동 21년만에 폐지된다. 보도량이 부족(정확히 말하면 포털 뉴스 홈 노출빈도 등)한 것이 이상할만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품의 폐지 결정이다.
(관련보도 한국일보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05&newsid=20090928062505730&p=hankooki)

격동 50년은 지난 88년 첫 전파를 탄 후 굵직굵직한 대한민국사를 라디오 드라마로 펼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프로는 처음 '격동 30년'으로 출발했으나 20년간 롱런, 격동 50년으로 탈바꿈하면서 광복 후부터 참여정부까지 한국근대사의 빛과 어둠을 쏘아올렸다.
이승만 대통령에서 노무현 대통령까지 지난 모든 대통령들을 성우들의 목소리로 재현한 이 드라마는 사투리, 억양, 특유의 화술 등을 통해 각 인물의 캐릭터를 절묘히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양지운, 김종성 등 성우계의 원로들이 활약해 과거의 라디오 드라마 및 성우 황금시대를 현시점에서 접할 수 있던 몇 안되는 통로기도 했다. 시사적 면모는 물론 오디오 방송사에 있어서도 가치있는 현존의 프로그램이었던 것.

이번 폐지를 두고 편성국 측은 소재고갈을 비롯해 청취율, 비용적 측면을 이유로 들었다. 근래 들어 줄줄이 사라져가는 롱런 프로그램들과 엇비슷한 사유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외압설을 꺼내고 있다. 진짜 이유는 현정권의 압력 때문이 아니냐는 것.





박정희, 전두환 등 과거 군부정권의 시대까지도 조명했었던 이 작품이 이제 현 정권을 목도할 시점에서 급작스레 소재고갈 등을 이유로 폐지되는 건 '소가 웃을 일'이라는 반응이다. 노태우 정권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까지 5대에 걸쳐 이어진 MBC 라디오 간판 프로의 퇴장이 하필 시사프로 폐지가 잇따르는 현 정권에서 그 운명을 함께 함에 따라 또 한번 논란을 피할 길 없게 됐다. 
 
가뜩이나 이번 가을은 작년 시사투나잇 폐지와 맞바꿔 신설된 KBS 시사360의 폐지 소식이 한발 앞서 전해진 상황. 그러나 이들 시사TV프로와는 또다른 가치를 지닌 격동 50년이다. 논픽션 드라마 형식을 통해 시대를 넘어 한국 정부를 재연해내는 접근성과 이미 20년이 넘게 이어졌던 역사성이 그것. 특히 이 작품은 해외 수출 문제로 다시듣기가 금지돼 있어 지난날 방송 조차 오디오 역사기록으로 삼기 어려워 더욱 아쉽다.

한 네티즌은 "이 정권 끝난 뒤 'MB 5년'으로 부활하라"고 의견을 내며 불만을 표했다. 이 밖에도 "정권 끝난 뒤 다시 만나자"며 향후 부활해야 할 시사드라마임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다. 또다른 네티즌은 "촛불집회, 명박산성 소재만으로도 몇년은 할 것"이라며 소재고갈이 말이 되냐는 입장이다. 그 말대로 숱한 이슈가 이어지고 있는 현 정권을 격동50년이 향후 어떻게 다룰까 기대했던 사람에겐 명맥이 끊어지는 것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노릇.

격동50년은 격동이 다 지나간 뒤, 한국 민주주의국가 역사의 격동이 과거형이 된 뒤에 폐지되어야 했다. 촛불 정국과 미디어법통과, 전직 대통령 서거 등 여느 격동기 못지 않게 격동하는 현 정권의 시대에 사라지는 것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시대적 유감으로 남겨질 문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