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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이명박 김재박 보니 "비난은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 떠올라

이명박 김재박 보니 "비난은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 떠올라


이명박 대통령, 김재박 LG트윈스 감독. 지금 네티즌들에 '전시행정'으로 한창 까이는 중인 두 사람.

이 대통령은 G20 유치를 놓고 각 언론에 대서특필 중이지만 정작 댓글란에선 역풍이 일고, 김재박 감독은 박용택 타격왕 밀어주기로 야구의 참맛을 잃게 만들어 야구팬들에 야유를 받고 있다. 둘다 전시행정이란 말이 딱인 시점이다.

"비난은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다. 김영덕 빙그레이글스 감독의 명언으로, 20여년전 프로야구사의 명장으로 칭송받지만 한편으론 싫어하는 팬도 꽤 많은, 명암이 명확한 감독이었다.

먼저, 김재박 감독의 문제. 야구판에 몸담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혹시나 싶어 저 어록을 검색했더니 현 상황을 지적하며 여럿이 그 말을 회자한다. 단, 80년대엔 그 말에 일리가 있었어도 지금은 아니다는 게 대개의 판단.

마침 지난 주 빙그레-한화를 잇는 레전드 송진우 선수의 은퇴에 맞춰 글을 쓰다, 전성기의 19승 17세이브의 전설적 기록을 확인했다. 헌데 이를 좋게만 바라볼 수가 없는게, 다들 김 감독의 저 철학에 따라 철저히 혹사당한 기록이라 평하는 것. 현재는 보기가 힘든,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초인적 등판일정이 만든 영광의 상처인 셈이다. 그러고도 최고로 롱런한 투수가 됐으니 실로 대단하다.

허나 김영덕 감독의 저 사안은 내부적으론 문제였어도 최소한 경기장에서 상대팀을 물먹이진 않는 것이었다. 반면 김재박 감독의 이번 결정은 다르다. 타이틀을 놓고 자기팀 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던 타 팀 선수에게 의도적으로 승부를 회피, 싸울 기회를 주질 않았다. 게다가 그렇게 밀어주던 자기 선수는 경기에 내보내지 않아 역시, 싸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에겐 싸울 기회가 아니라 타이틀을 지켜주기 위한 보호였던 모양이다.

기록이라는게 가치가 있으려면, 그 판의 모든 이들이 최선과 열정으로 싸워 이긴 결과물이어야 한다. 일부러 승부를 피하며 다져놓은 기록이라면 그 존재 자체가 위태한 것임이기에 팬들은 분노하는 것이다. 전시행정의 부정적 모습이 야구판에서 불거진 대표적 사례로 회자될 것 같다.

자아, 이번엔 이 대통령. 오래전부터 전시행정이란 비난을 들어왔던 이명박 대통령이 마침 또 하나의 사안을 가져왔다. 어제부터 각 신문에 대서특필 중인 G20의 한국유치. 청와대는 이를 두고 화려한 수식어로 자화자찬했다. "한일합방 100년만의 일"(연합뉴스 http://media.daum.net/politics/president/view.html?cateid=100012&newsid=20090927155607992&p=yonhap) 이라던가 이 대통령의 '총성없는 전쟁터' 같은 말은 곧장 보도에 올랐다.  

네티즌 심경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질 않는다. 댓글란에선 "돌아가면서 하는 걸 엄청 생색낸다", "몇개월에 한번씩 하는 회담의 유치성사일 뿐"이라고 과대포장을 지적한다. 세계중심이라던가 하는 말은 '자뻑'이라는 비아냥으로 돌아왔다. 한 네티즌은 "그나마 네티즌들의 통찰력이 다행"이라며 언론보도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민심을 말했다. 심지어 기사가 인용해 단 타이틀 '한일합방 100년'은 그 뉘앙스로 열불을 터뜨리게 한다.

항간에선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지"라고 한다. 헌데, 그간 이명박 대통령의 전시행정 우선주의가 남긴 것들이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과거 노무현 전대통령은 전시행정에 너무도 눈을 돌리지 않았던 대통령으로, 당시 네티즌들은 "하는 게 없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현재 것 이상가는 이슈였던 APEC정상회담 조차 지금 시점에서보면 그렇게 내세우질 않았다. 헌데 정작 서울시장 시절부터 청계천 사업 등 눈에 확 들어오는 행정을 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자 이번엔 정반대로 "공약 지킬까 무섭다"고 한다. CEO와 달리 대통령 자리는 자기 소신만으로 밀어붙이는게 아니라 민의와 함께 해야 하기에 그의 불도저 정신과는 맞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건 대규모 전시행정으로 모든 걸 아름다이 포장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젠 모든게 너무도 복잡히 여겨 불신의 시대가 왔다. 결국 자찬으로 불러올 역효과는 생각치도 않기에 도리어 성과조차 '전시행정의 극치'로 폄하되는 것에 누구 탓을 하리.

같은 시기에 정계와 스포츠계의 두 '박-박' 수장은 빛나야 할 기록적 과업으로 도리어 여론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하나는 누적된 것들의 결과요, 또 하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저버리고 가진 것의 역효과다. 허나 차이는 있어도 두가지 사안 모두가 눈에 보이는 기록에만 연연하는 성과지상주의가 만들어낸 씁쓸한 풍경임은 같다.

비난은 순간, 기록은 영원이란 어록은 냉혹한 승부사에겐 맞을지 모른다. 허나 제대로 만들어진 판 안에서 떳떳하게 꺼낼 명분은 못 된다. 스포츠건 사회건간에 말이다. 행여나 엄한 데 쓰였다간 본전도 찾지 못할 터. 저 두사람은 정말 이십년전 김영덕 감독이 추구했던 그것을 자기 정당화에 쓰고 있는걸까. 

사람들은 결과만 만족하지 않는다. 그의 진정성을 믿어 의심치않을 정당한 절차를 기대하며, 또 자신이 곧장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상대가 절로 깨닫고 평하도록 기다릴 여유, 나아가 포장 속 실체의 진정성을 원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타이틀이라면 의미없음을 이 시대는 언제쯤 깨달으려나.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