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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연예

버마 vj, 07년 버마 사태 현장을 83분의 기록으로 본다

버마 vj, 2007년 버마 사태의 현장을 83분에 생생히 담았다
EIDF2009 (EBS국제다큐영화제) 출품작


2007년 8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던 버마의 항쟁. 19년전 군부 정권의 독재 이래 억눌렸던 버마의 민심은 스님들의 동참과 더불어 뜨겁게 폭발했다. 현지인들의 목숨을 건 취재, 그리고 일본 프리랜서기자 나가이 겐지의 사망으로 지구촌이 집중했던 그 때의 모습들. 유엔을 비롯 국제사회의 지탄에도 불구, 아랑곳하지 않은 군부의 진압으로 결국은 잦아들고만 시민혁명이었지만 그 정신은 세계인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한달여간의 전쟁같던 현실을 생생히 담은 현지 기자들의 영상을 83분의 다큐멘터리로 다듬은 생과 사의 기록,VJ 버마가 EBS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출처 - 국제 다큐영화제 홈페이지


VJ에서 보듯 이 다큐는 현장의 땀내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실록. 인터넷을 끊고 통화 수단마저 잘라버렸던 그 상황에서 버마와 세계의 유일한 통로를 천명, 목숨을 건 취재기를 썼던 라디오방송국 '버마 민주의 소리'(DVB)가 전하는 내용이다. DVB 기자들은 작은 캠코더 하나씩을 들고서 비디오로, 사진으로, 그마저 안되면 장비를 비닐에 숨긴채 전화통화와 소리만으로도 세계에 현실을 알렸다. 당시 상황에 주의깊게 목도한 이들마저 미처 접하지 못한 현지의 급박한 모습이 가감없이 담긴 영상은 보는 이들에게 소름끼치는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나가이 겐지 기자가 현장에서 총격당하는 모습을 망원거리에서 포착한 순간, 그것을 두고 유선상으로 기자들이 주고받는 육성녹음은 숨죽일 수 밖에 없는 찰나. 그들은 "표적 사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당시 세계를 경악케 한 저널리스트의 죽음이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그대로 담긴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군부정권이 유일하게 두려워 한다는 승려들의 대규모 시위 참가와 그마저 짓밟는 군부의 진압, 그리고 강에서 떠오른 승려의 시신 등도 감정의 곡선을 크게 파동치게 만드는 대목.  

이 작품의 리얼리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를 촬영하는 이들의 숨막히는 고동소리가 전달된다는 점이다. "저 놈 기자야, 잡아!"라 외치는 비밀경찰과 직후 뚝 끊기는 통화, 벽 뒤에 숨어 촬영과 은신을 거듭하는 속에 다가오는 군인들의 모습은 연출이 불가능한 생사의 기로, 그리고 이를 감수하는 촬영 기자들의 헌신적인 저널리스트 정신을 강렬히 각인시킨다. 

결국 기자들은 연락두절로 사망 추정되거나 체포, 재판을 기다리며 종신형을 예상케 만드는 등의 결말에 닿는다. 그들의 희생과 피맺힌 버마의 절규가 만들어낸 비극 속의 한줄기 희망이 '논픽션'의 표제 아래 절절히 닿는 83분의 시간은 관객에게 하여금 수많은 세상을 접하게 만든다. 결국 최후에 닿는 당신의 세계는 어디일까. 

어느 관객이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루할 틈 없는 83분'이라 평했다. 맞는 말이다. 83분의 런닝타임은 정말로 지루할 새 없이 그 어떤 영상보다도 강렬하게 당신을 압박해 온다. 다큐라는 타이틀에 지겹겠다는 예상은 완벽한 오산이다. 숨통을 조여오는 긴장감과 강력한 파문은 어떤 픽션 영화 못지않은 수준. 종영 후엔 너무도 긴 여운이 당신에게 여러 질문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너무 깊게 빠져들지 마라. 민주항쟁이 무엇인지, 시민이 흘리는 피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 모든 것들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덧 당신은 멀미와 같은 어지러움에 쓰러질지 모른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