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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내정자, 지금보니 딱 '고도의 안티'

정운찬 총리후보자, 지금보니 '고도의 안티'신가?  
 

 
으하하하하하.

웃음이 절로 터져나오니, 대체 뭔가. '높으신 분의 먼지'엔 국민으로서 씁쓸한 미소를 내야 할텐데, 이건 희한하게도... 실소? 아니... 어째선지 코미디 프로를 볼 때 터지는 그와 비슷한 느낌마저 감도니 이를 어쩌면 좋나.

난 오늘 포털 뉴스홈을 보면서 계속 웃고 있다. 제목만 봐도 웃고야 만다.

    


  
  미디어다음 뉴스홈, 22일 새벽판  
 


현재 최대의 이슈인 정운찬 총리내정자의 '먼지' 이야기. 22일 새벽 현재 다음 뉴스홈 헤드라인은 '소득누락 의혹에 "21일 아침 세금 1000만원 냈다"'다.

그리고 앞서 21일 아침 네이트 뉴스 홈엔 또다른 1000만원 뉴스, '1000만원 받았다'는 골자의 기사가 걸려 있었다. 위에서도 보인다. 검색창에서도 '정운찬 1000만원'을 쳐 보면 같은 날 터져나온 두 건의 '1000만원 뉴스'가 함께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전자는 밀린 세금 납부의 1000만원, 후자는 과거 모 회사에서 받은 '용돈' 1000만원이다.

덕분에 인터넷에선 웃지못할 말들이 흘러나온다. '용돈' 기사는 둘째치고, "오늘 세금 1000만원 냈다"는 뜻밖의 '대인배'라는 반응을 불렀다. 네티즌 왈 "그래 오늘은 밀린 세금 냈으니 내일은 못 갔던 군대에 입대하면 되겠다"란다. 앞서 도마에 오른 병역 면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청문회는 다른 의미에서도 참으로 보기 드물다. 뭐, 먼지낀 내정자야 이미 현정부 초기부터 계속된 일이니 그 사실자체만으로는 그다지 웃을일도 감흥도 없다.(어찌보면 감흥이 없다는 것 자체가 무지 슬픈 일이다)

그럼 뭣 때문에 웃느냐. 사실 과거에도 투기의혹에 '땅을 너무 사랑해서...'라고 해명하던가, '기분이 너무 좋아 오피스텔을 샀다'고 밝히는 장관내정자가 있지 않았던가. 지금 봐도 되게 웃긴 코미디라니깐. 그리고 이 블랙코미디의 계보가 지금 업데이트 중이다.

이들을 보며 웃는 건 결국 문제가 된 사안 때문이 아니라 해명이나 대처하는 모습에 있다. 전자는 그 답변 자체가 걸작이었던 상황. 그럼 지금의 후자는 뭐냐. 그... 너무도 광속으로 곧장 시인하고 사과하는 솔직함에 도리어 어안이 벙벙하달까. (하긴, 혹자는 전자에 대해서도 같은 상황이라 평할지 모르겠다.)

정운찬 내정자의 청문회 내역을 가만 보고 있자면, 어쩐지 과거 개그 프로그램의 명 아이템들이 연상된다. 하나는 코미디하우스의 허무개그. 너무 솔직한 답변에 그저 "어 그래"로 끝날 수 밖에 없는 문답 개그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개그콘서트의 코너로 지금은 개그계서 은퇴한 이정수 씨의 우격다짐. "웃기지? 웃기잖아."하면서 적나라하게 말을 퍼붓던 그 막나가던 언어유희.

왜 이걸 생각했느냐. '먼지'를 부인치 않고 인정하는 모습의 연속도 그렇거니와 덕분에 지지부진할 거 없이 나가는 청문회의 스피디함이 그들과 너무도 닮았다. 며칠 전엔 "의외로 많은 먼지"가 정치섹션 타이틀이었던가? 계속 이어지는 흠집, 그리고 이걸 지체없이 곧장 인정하는 모습... 물론 거짓말하는 것보다야 낫다지만, 이건 마치 일부러 노린 듯, 작정한 듯한 시나리오잖아?

지금 생각해보니 "혹시 이 양반?"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나간다면 "역시나"하고 무릎을 탁 치기 부족함이 없을 지경까지 왔다. 잠정적인 내 결론은 이거다.

"이 양반, 알고보니 고도의 안티야."

처음 그의 이름이 내정자에 올랐을 때 한 네티즌은 이것이 여권의 술수라고 주장했다. 심대평 총리설로 선진당을 뒤흔들더니 이젠 민주당계열의 차기 대권 후보로 일컬어지던 정운찬 내정자를 흠집내 미리 '손을 본다'는 가설이었다. 흠집만 내고, 다른 사람 영입... 이런 시나리오. 나 역시 그 땐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만일 그랬다면? 그럼 정운찬 내정자가 이를 역이용, X맨이 될 요량으로 영입에 응한 것은 아닐까? 지금은 이 쪽이 더 그럴듯하게 여겨지는 걸. 마치 "여러분이 얼마나 사람을 제대로 골랐는지 맛 좀 봐라"하며 현정부에 있어 회심의 일격이라던 '9.3 내각'을 손수 망가뜨려 주시는거 아닌가 싶단 말이다.

과거 참여정부의 대권 주자로 꼽히던 인사가 이 정도냐며 역시나, 처음 예상대로 현 야권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헌데 네티즌들이 이런 걸 꼭 잘 찾아낸단 말이지. 이건 2년여 전 그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운찬 카드에 '노!'했던 것의 경향신문 관련 기사다.

(http://zine.media.daum.net/weeklykh/view.html?cateid=3000&newsid=20070321190430533&p=weeklykh)

이 기사는 다음 아고라 등 여기저기서 뒤늦게 발굴(?)된 뒤, 화제가 되는 중이다. 현재 예상 이상으로 먼지가 심한 것으로 이야기되는 정 내정자, 노무현 전대통령은 일찍이 대권 카드로서 그를 검토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노무현의 혜안'이라는 말을 꺼내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줄곧 노무현 정부와 비교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다시 한번 이번 인사를 놓고서 비교당하는 것이다. 항간에선 지지율 상승을 놓고 이번 인사가 플러스 요인이라고 꼽을지 모르나, 다른 한편에선 이러한 그늘도 함께 드리워진 상황이다. 내일도 청문회가 이어진다고 하는데, 여권의 오늘밤 잠자리가 편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뭔가 나올게 있을까, 어떤 반전이 있는건 아닐까... 이 좁고 흐린 식견으로는 그저, 물음표만 그릴 뿐.

사실 난 정운찬 내정자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다. 과거 대권에서 참여정부 차기 대권의 블루칩으로 통했다는 것도 지금에서야 확인했을 정도. 해서 이번 청문회건에 대해선 별로 쓸 거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헌데 이런 사람에게조차 기사 헤드라인 몇 줄로 "나 이런 사람이요"하듯 알려주실 줄이야. 하긴, 논문 문제, 병역 문제, 용돈(1000만원짜리 포켓머니라니 적으면서도 환장하겠다)문제, 세금 문제 등 문제가 줄줄이 사탕인 지금 와선 그에 대해 "그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하던 분들도 꽤 줄지 않았을까나.

덕분에 다른 네티즌들이 "먼지 너무 많이 나온다"고 푸념하는 이 때, 난 또다른 관점에서 대단히 흥미롭게 내일 일정을 바라보게 됐다. 물론 그 관점이 나만의 착각이고 공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겠지만.

개그 코너 이야기를 꽤 많이 꺼냈는데, 마무리도 또다른 개그 멘트로 끝내볼까?

"어떤 결과일지, 어디 한번 청문회의 끝을 함께 지켜 봅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