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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바의 칵테일] 인생의 시계바퀴를 그대로 재현한 깔루아밀크

[바의 칵테일] 10. 인생의 시계바퀴를 그대로 재현한 깔루아밀크

     

  

BM바의 바텐더는 내게 몇 차례 '깔루아밀크'를 추천했었다. 도수 높은 술을 못하는 자신이 즐겨 마신다고 하던 메뉴. 커피 맛과 우유 맛의 앙상블이라고.

언제 한번 마셔봐야지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원정시음을 하게 됐다. 연재 후 BM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첫 칵테일이다.


인사동 맥주창고에서 맥주는 마다하고 칵테일 주문

     
 


맥주창고. 이름에서 보듯 여긴 '바'가 아니라 맥주 전문점. 보시다시피 세계 병맥주가 즐비하다. 같이 간 사람들이 좌라락 맥주를 주문할 때 홀로 칵테일을 주문하니 같이 있던 사람이 "몇 살이예요?"라 묻는다. 과거엔 이를 "노땅같다"고 해석했을 텐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보시다시피 분위기는 맥주 매니아들을 열광시킬만 하다. 이 곳은 다음 기회에 소개한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맥주가게에서 칵테일을 주문했다는 거다. 냉면전문점에서 만두를 주문하곤 그걸로 만족하는것과 같은 이친데... 괜찮을까?

 

깔루아밀크, 부드러운 밀크 아래 침전된 알콜의 내방... '화려한 방문'

이름에서 너무나 정직하게 레시피를 밝히는 칵테일이다. 깔루아 플러스 밀크. 이보다 더 확연한게 어디있는가. "블랙러시안? 어떤 역사적 의미지?"라던가 "갓파더? 왜?" 하며 작명에서 다른 외적 배경을 살필 이유가 없는 칵테일 되겠다.

깔루아는 생소할 수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커피로 만든 술. 일명 커피술로, 커피 리큐르라는군. 호오? 이거 대단한데. 커피에 위스키 타 마시는 아이리쉬의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 듣는다.

그리고 우유. 이 쯤 하니... 아 감 잡았다 하는 분들 틀림없이 있을 터. 커피우유 맛 아니냐는 물음.

실은 그렇습니다.(뭐 임마)

리큐르...라곤 하는데 정말 BM의 바텐더 말대로 도수가 엄청 낮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못 느낄 지경이라 영락없는 커피우유다. 진한 커피우유 말이다.

맛이 어떻냐고 묻길래 "커피우유"라고 했더니 "왜 마셔?"라 묻는다. 6천원짜리 고급 커피우유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돈이 아깝냐?(커피우유는 그 비싼 빙그레제 아XXXX도 1500원이면 편의점서 산다) 그렇진 않다. 분명 술기운은 느껴지지 않지만 그 맛은 살아있걸랑.

무슨 얘기냐. 커피 아이리쉬를 마시면 취하는 느낌은 없어도 위스키 특유의 향긋하고 화하는 느낌이 살아있지? 여기에도 그 고풍스럽고 진하고 '찐득한' 느낌이 살아있다. 단, 차이점이라면 저 위스키 탄 커피의 술기운이 '나 알콜이예요'하듯 위에 떠 있다면... 이 술은 정반대. 거꾸로 아래에 침전되어 우유의 부드러운 느낌 뒤를 따라서 천천히 음미하게 된다. 실제로 눈에 보이기에도 위엔 하얀 거품 우유가, 아래엔 진한 커피빛이 감돈다. 위로 치켜올려 바닥을 보면 침전물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순하기로는 이 쪽이 한 수 위다. 그러나 역시, 술은 술인지라 마시다 보면 취하기 시작한다는 거 잊지 말도록. 벌컥벌컥 마실 음료는 아니란 게다. 어느덧 천천히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취기가 황홀하다.

    


 
  보이는 대로 순하지만서도. 얘도 술이예요.  
 


1개월 후 다시 느끼는 그 감각은?

실은 깔루아밀크를 마신 뒤 한달도 넘어 이 글을 쓴다. 이래저래 하다보니 연재 자체가 밀려 버린 것. 덕분에 한달이란 긴 시간이 지난 뒤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다시 마시고 싶은지 여부는 더욱 확실히 알릴 수 있게 됐다.

마시고 싶다. 다시 한 번... 이란 게 내 대답. 더운 여름에 갈증을 식히고자 마셨던 그 때와 달리, 이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또다른 정취로 이를 음미할 수 있기에 기대된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인생 재현한 칵테일

앞서 밝혔듯 이 칵테일은 첫맛에서 우유의 순수함을, 끝맛에서 리큐르의 진함을 느끼게 한다. 처음엔 우유, 후엔 술... 마시는 사람은 일순간 어린아이가 됐다가, 또 어른이 되길 반복한다. 한 모금 한 모금 넘길 때마다 말이다.

인생의 시계바퀴를 한 잔에 그대로 재현한 칵테일이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 과거와 현재 내지 미래를 넘나들게 하는 맛이 있을까. 알고보니 꽤 철학적인 칵테일이다. 이제 당신에게 남은 과제는 하나. 그 사이에 펼쳐지는 과도기의 영역을 찰나에 맛볼 수 있느냐는 거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어린이와 어른의 벽을 넘나들어보고싶다면 이 술, 강추다.

 

깔루아밀크 (깔루아 + 밀크의 앙상블)

인사동 맥주창고

가격 6천원

촌평 - 확실한 우유맛, 확실한 어른의 맛, 그런데 그 사이에 끼워진 미지의 맛과 향은 누규?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