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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 마지막 집', 파워블로거 'M.M'도 보다 말고 도망갔다!

[리뷰]'왼편 마지막 집', 블로거도 도망간 그 작품!  

"안 되겠다. 나 먼저 가요."

그는 도무지 못 참겠다며 그만 시사회장을 나가 버렸다. 한 해에도 수십편. 숱한 시사회에 초청받았던 그가 중반부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릴 줄이야.

그런 영화다. 사실 이걸로 리뷰는 게임셋. 셧게임이 아닌가.     
 


     
 
[리뷰] 왼편 마지막 집, 블로거M.M도 도망간 그 작품!

끔찍한 일을 당한 가족의 복수극

의사인 아버지, 현명한 어머니, 수영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던 아름다운 딸. 딱 하나만 더 있었다면 행복한 중산층이었을 가족들. 1년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이자 오빠를 잃지 않았다면 이상적이었을 그들이다.

공허함 속에서 가족들은 가족산장으로 여행을 나선다. 단란한 저녁식사를 원했던 엄마 엠마지만 이는 이뤄지지 못한다. "아빠 차 좀 빌려주세요." 아빠 존의 승낙, 마지못해 승낙하는 엄마. 딸 메리는 친구 페이지를 만나러 떠나고 부부는 단 둘의 식사를 준비하게 된다. 폭풍우가 밀려오기 전의 그 순간이 가족여행의 처절한 엇박자였을 줄이야.

메리와 페이지, 두 소녀는 소년 저스틴을 만나 함께 어울리게 된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불행이 그들에게 찾아왔다.

폭풍우 치는 밤, 두 부부는 사고를 당했다며 도움을 청하는 4인 가족을 받아들인다. 흔쾌히 별채를 내어주는 존과 엠마. 그러나 잠들기 전 두 사람은 끔찍한 현실을 앞에 둔다. 총에 맞고 참혹한 몰골이 된 딸이 폭풍 속에서 집까지 기어온 것. 응급처치 중 두 사람은 별채의 4인 중 '소년'이 두고 간 딸아이의 목걸이를 발견한다.

"저 놈들 짓이야..."

처음엔 폭풍을 뚫고 병원에 달려갈 생각이었으나 어찌저찌하여 계획 변경. 한 놈 씩, 한 놈 씩... 

인간이 얼마나 지독한 악일 수 있는가 보여주는 잔혹한 영화

지난 3일 개봉된 서스펜스 스릴러 왼편 마지막 집은 상당히 잔혹한 작품이다. 비위가 약하면 극장에서 나가 버리고 말 정도.

그렇다고 해서 고어물이라던가, 슬래셔 무비는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런 장르의 대표작들이 가진 냄새가 조금씩 나온다. 종영 후 스탭롤을 보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웨스 크레이븐, 숀 S 커닝햄...

고교시절 부모님 없을 때 몰래몰래 빌려보던 호러 비디오에서 확인했던 그 이름들이 제작자로 나와 있다. 알다시피 웨스크레이븐은 스크림, 나이트메어로 유명한 호러의 명인. 숀 S 커닝햄은 13일의 금요일의 그 감독. 80년대 호러의 쌍두마차인 나이트메어와 13일의 금요일의 잔혹한 그림자가 스크린에 드리워져 있다 했더니 역시나, 그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순간순간 펼쳐지는 잔혹하고 리얼한 영상은 때때로 입을 손으로 가리게 만든다.

스크림의 냄새 역시 빠질 수 없다. 악랄한 자가 광포한 살육전을 벌이다가, 참다 못한 희생양이 반격을 개시하는 카타르시스가 여기에서도 재현되는 것. 서스펜스 스릴러지만 이처럼 명품 호러의 맛까지 갖췄다.  

그러나 그저 잔혹한 핏빛 영상 때문에 영화를 '잔혹하다'고 말하진 않는다. 이 영화는 나쁜 놈들이 얼마나 가차없이 희생양을 도륙하고 짓밟는지를 너무하다 싶을만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블로거 'M.M'이 보다 못해 나가 버린것도 그 때문.


      
"남자입장에서 도무지 볼 수가 없더라" - 파워블로거 M.M

이니셜 처리한 M.M은 꽤 잘 나가는 블로거다. 나로선 너무나 귀하게 여기는 영화 시사회 초청 기회가 그에게는 귀찮을 정도로 행복이 겹다. 전생에 오랑캐를 얼마나 때려잡은 걸까.

따라서 어떤 영화를 보던간에 장르별로 두루두루 상당한 수비력(?)을 자랑할 법한 내공일터. 그런 그를 달아나게 한 영화니 이것이 얼마나 인간의 추한 단면을 극명하게 그려낸 잔혹극인지 새삼 실감한다.

M.M은 "기분나쁘다"는 말을 남기며 자리를 떳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전화를 걸어 다시 말했다. "영화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남자로서 보기가 무지 어렵다"라고.

확실히, 남자 입장에 있어 무고한 여자를 노리개 삼는 남자의 가학적 범죄는 같은 남자로서 대단히 불쾌하다. 물론 악당 중엔 그 못지 않은 여자도 섞여 있지만 피해대상이 여성에 맞춰져 있어(피해 남성도 존재하지만 비중이 적다) 성별이 부정적 관계로 그려지는 면이 있다. 혹 연인끼리 극장을 찾았다가 순간 남성의 악마성 때문에 관계가 서먹해질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잔혹한 사지절단은 '영화니까'라고 눈 돌리기가 수월하다. 그러나 여기선 그것마저 '박탈'해 간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벌이는 추한 악행을 너무나 리얼하게 그려내는 것. 바꿔말하면 관객의 피해자를 향한 감정이입을 극대화 시킨 영화기도 하다. 이것이 너무 성공적이다 못해 도리어 영화감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사례가 바로 M.M의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배우들 집결

배우들 면면을 들춰보면 화려하진 않아도 여러방면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을 자랑한다. 사람좋은 아버지 토니 골드윈은 알고보니 사랑과영혼에서 패트릭과 데미 사이를 사별로 갈라놓았던 그 '썩을 넘'이다. 그러나 여기선 선역으로 완전히 전환.

한 네티즌이 이렇게 한줄요약하더라. "엄마는 해결사, 아빠는 속터져..." 종반의 복수극에서 고생하는 아버지에 비해 엄마는 한 번 한 번의 액션이 대단한 활약이다. 중반까지 보여준 자애로운 모습과는 딴판으로 돌변하는 그녀. 쏘우의 주역인 모니카 포터다.

아아. 이럴수가. 그에 앞서 콘에어를 빼 놓을 수 없구나. 니콜라스 케이지의 매력적인 아내 역으로 나왔던 그녀 말이다. 혼을 빼놓을만치 아름답던 그녀가 이번 작에선 미모를 잠시 접어두고 노여운 모성을 연기한다.

영화 전반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딸 메리 역은 사라 팩스톤에게 돌아갔다. 라이어 라이어의 아역은 어디가고 한창 아름다운 금발 소녀가 찾아와 안타까운 악마의 제물을 열연해 보인다.

연기의 하모니는 나쁘지 않다. 작품을 즐기는데 있어 위화감 없을만치 극렬한 악역의 가렛 딜라헌트 등 악인들도 제대로 한 밉상 한다.

     



가해의 충격, 그러나 복수극은 더했다

죽여도 시원찮을 놈으로 규정되는 악인, 그리고 이들에 처절하게 울부짖어야 할 선인.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는 걸 보여주려는듯 딸의 복수극은 당한 것 못지 않게 잔혹하다. 한 순간 악인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 자녀가 당한 것에 철저히 보복응징하는 부모들이다.

사실 영화 마지막에 가면 끝마무리가 시원찮았다는 듯 진짜 마지막 복수 장면이 나온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의 소감이 걸작이다.

"'중'으로 레버를 맞춰놓고 좀 더 오래 했어야지..."

가학은 물론, 복수까지, 또 이를 바라보는 시점까지도... 사람은 참으로 잔인한 족속이야.

작품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흐름이다. 앞부분에서 순간 너무 늘어진다 싶었으나 그 순간을 지나면 매우 빨라지는 전개. 스릴극의 템포를 좋아한다면 그리 불만족스럽진 않을 것이다.

다만 얻어온 보도자료를 보고선 한 순간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나오는 작품의 해설엔 "뜨거운 가족애"가 포함돼 있는데, 영화 안 보고 먼저 이를 읽은 사람이라면 어떤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기대할지도. 가족의 복수를 위해 죽일놈들을 죽여버리는(?) 게 가족애라면 가족애겠지만 영화 관람 후 남은 기억은 '복수극'에 맞춰져 있을 뿐, 가족의 끈끈한 정은 포인트로 잡기에 약한 감이 있다. 비현실적일만치 나쁜 놈들을 평범한 가족이 응징하는 복수극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에 딱 부합하는 작품. 

보도자료엔 기억에 남는 물음이 또 하나 첨부돼 있었다.

"공정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복수하시겠습니까"

적어도 여기에서만큼은 확실한 대답이 나와 있다. 과거 '중국영화'의 전형적 레퍼토리였던(말이야 바른 말이지 80년대 유선방송으로 틀어주던 중국영화는 백이면 백 다 가족 원수 갚는 이야기였지) 복수극이 간만에 헐리웃 영화로 돌아왔다는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는 보기 드물어진 그 레퍼토리를 다시금 확인하고 싶다면 별다른 대안 없이 추천표 한 장을 던진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