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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연예

[충무로영화제리뷰 3]우슈, 홍금보의 근간과 무술영화의 미래를 본다

홍금보를 정말 간만에 만났다. 올드 팬들에겐 이거 하나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리뷰] 우슈, 홍금보와 신예들의 가족액션극

- 충무로 국제 영화제 상영작 - 3

     


 

금보 횽아 오랜만이야... 홍콩코믹액션의 그리운 얼굴을 수년만에 보다

홍금보. 80년대 홍콩액션코미디영화를 즐기던 이라면 정말 반가운 이름이다. 물론 그 챕터의 주요 부분인 '성룡 영화'에서도 단골손님이던 그다. 성룡이나 원표, 이연걸 등에 비하면 액션스타보단 코미디스타의 이미지가 더 가깝지만 그 풍채에도 그들과 비견할 무술 실력을 발휘했던 것을 아직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90년대 들어 미국 드라마 진출에서도 그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였다. 딱 10년전 mbc에서 방영한 형사극 외화 동양특급로형사에선 당당히 주연을 차지, 사격실력과 무술실력, 유머러스한 감각까지 겸비한 형사로 열연해 반겼던 기억이다.

2000년대 들어 그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홍콩액션의 부재였다. 비디오샵에선 홍콩 섹션이 어느샌가 사라졌고 이젠... 비디오샵 자체가 희귀하다. 극장가에서도 이제 홍콩 영화 찾기는 쉽지가 않다.

배우들 역시 홍콩 무대에서 흩어져 버렸다. 장르 불문하며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영원의 미소년 장국영은 안타깝게 세상을 떳고 홍콩 느와르의 간판 주윤발 형님은 헐리웃 진출 후 행보가 많이 뜸하다. 물론 황후화 등 그의 대작은 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예전처럼 다작으로 얼굴을 자주 비춰주던 때가 그리운건 사실이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다른 배우도 대동소이하다. 이연걸도 성룡도 그 때와 비교하면 신작 소식을 들려주는 시간의 텀이 많이 길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충무로 국제 영화제를 통해 홍금보의 근래 모습을 보게 된 건 행운이었다. 어느샌가 깊은 주름과 백발이 성성한 노역이 됐으나 사람좋은 마스크에서 나오는 중후한 모습은 시간의 스크래치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케이스다.

 

전형적이고 무난한 가족액션오락극

이 작품은 우슈 학교의 학생들, 그리고 이 곳 출신이자 이들의 스승이며 아버지인 홍금보와 주변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무예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나뉘는데 하나는 점차 우슈 고수로 성장해가는 어린 학생들의 도전기, 또 하나는 이들이 타락해버린 옛 우슈학교 출신 유괴범과 벌이는 사투기다. 홍금보의 어린 두 아들과 세명의 친구가 자신들만의 추억 '금무문'을 세우고 우애를 쌓다 어느덧 훌륭히 성장, 우슈 학교의 대표선수로 한꺼번에 발탁돼 자웅을 겨루는 모습은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 레퍼토리다. 후자의 경우는 선악으로 갈린 무예인들의 대립이라는 고전적 설정을 현대무대로 옮겨 온 것으로 액션 홈드라마라고 할까. 

또 하나의 가지를 소개한다면, 무술영화의 무술감독이 된 선배가 등장해 무예인의 영화 제작 참여에 대한 모습을 살짝 살필 수 있다. 이는 액션스타가 현대 우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하나의 길임을 실감케 한다.

내용은 이렇듯 가족애와 젊은이들의 낭만, 액션과 코믹의 적절한 배합으로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오락영화의 abc를 다 갖췄다. 영화를 '즐기는데' 있어 무난하게 추천할 작품이다.

 

무술액션의 계보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

이 영화는 홍금보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성룡의 손길도 닿은 작품. 물론 그는 스탭롤에서 이름으로만 볼 수 있으나 다시금 직간접적으로 두 사람이 한 작품에 이어진 것이 감개무량하다. 그리고 우연인진 몰라도 성룡 영화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액션 장면이 이어진다. 순간 슬로우모션으로 잡아내는 역동적 액션, 배우의 몸놀림에 충실한 카메라 워크 등은 저도 모르게 성룡의 냄새를 맡게 한다.

그리고 다수의 뉴페이스가 그와 함께 한다. 우슈학교 학생들과 사범의 이야기를 소재로 무술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다수 모인 것은 그 자체가 올드팬들에 있어 반가울 일. 앞으로도 과거 홍콩 액션의 계보가 이들을 통해 이어질 것을 확인할 수 있기에 영화 외적으로도 기쁘다.

     

  
 

가이드북의 부족한 설명이 아쉬웠다

사실 이 영화가 상영됐던 일요일은 골든데이 답게 영화제의 거의 모든 상영관이 매진의 연속이었다. 다만, 이 영화만큼은 매진되지 않아 마지막 선택의 길이 되었다.

솔직히 나 역시 가이드북에 오른 설명만으로는 선택이 꺼려졌던게 사실. 암만 읽어봐도 일반적인 스토리 영화는 아니고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졌다. 다큐 영화가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큐가 아니라 대중적 영화를 보고 싶었던 터였다. 표를 끊으면서 어떻게 리뷰하나 걱정했던게 사실. 매진연석에서 빠진 걸 보니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그러나 이는 착각이었고, 한순간 나는 숨겨진 진주를 찾은 듯 즐거웠다. 가이드가 조금만 충실했다면 아마 이 작품도 좌석 얻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행운이지만 영화제 측으로선 아쉬울 대목.

홍금보는 마지막까지도 실력을 발휘하지 않을 듯 하다가, 결국엔 최강의 실력으로 라스트를 책임진다. 간만에 정통파 무술액션을 맛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상황 불문하고서 무난하게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