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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영화제 리뷰-1] 돈 맥케이, 가벼운 퍼즐맞추기의 즐거움

[리뷰] 돈 맥케이, 가벼운 퍼즐 맞추기의 즐거움

- 충무로 국제 영화제 출품작 1

     

  
 

요새 왜 이런 류의 영화만 걸린다냐...

가볍게, 개인적인 이야기좀 꺼내볼까.

묘하게도 요즘 들어 뭐랄까, 극장에 가면 '일탈'적이고, 피가 난무하는 그런 영화만 줄곧 걸려서 말이다.

최근 리뷰한 영화들 목록만 찾아봐도 꼭 한 사람 이상은 반드시 죽는다. 언노운 우먼은 매우 하드하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줄곧 죽어나가는 피의 미학이었고, 명탐정코난 칠흑의 추적자는 저연령에 인기있는 애니메이션 치고는 역시나, 추리탐정극 답게 살인과 죽음 등이 존재하는 다소 무거운 작품이다. 킹콩을 들다 정도가 그나마 실화에 근거한, 휴머니즘탑재의 작품이었는데... 이 역시도 결국은 죽음의 그림자가 극적인 감동의 매개체로 준비된다.

...하긴, 장르 막론하고 영화에서 사람 하나 안 죽는 작품 고르는게 더 어려우려나. 그치만 한 작품 빼고 죄다 서스펜스와 호러 등이 점철된 잔혹한 이야기의 연속이라면 역시나 그건 이야기거리라 할 수 있지.

아직 리뷰가 나가지 않은, 스탠바이 중인 작품도 그렇다. 며칠전 인기블로거 M.M 님과 함께 봤던 잔혹극 '왼편 마지막 집'은 급기야 M.M님이 중간에 뛰쳐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역시나 인기블로거인 한글로 님의 마수에 걸려 보게 된 발리우드 영화 랑그데 바 산티는 청춘의 소나타임에도 불구, 막판에 뒤통수를 퍽 치며 안타까운 몰살로 대단원을 장식한다.

해서 충무로국제영화제의 첫 만남만큼은 그저 편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바라볼 작품을 찾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찾은게 이 작품, 돈 맥케이인데...

분명 가이드북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래전 이별한 옛 연인이 암 말기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옛 낭만과 함께 귀향하는 회귀의 스토리라고.

뭐, 따져보자면 이 또한 죽음을 예감케 하는 스토리라인임이 사실이다. 암 말기의 러브스토리 라인이라면야 '연인과의 사별'이라는 것이 전제된 것이니까. 그러나 이 정도면 뭐, 피가 철철 넘쳐나던 작품에 지쳤던 내 마음을 잠시 쉬어가게 해 줄 오아시스의 드라마가 될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피가 퍽퍽 터지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

헌데 그게 아니더라. 이런 내용이었을줄이야. 결국은 스크린에 핏물이 튀는 '피 철철 폭포'의 연속이었던거 아니겠습니까.

 

80년대 토요명화의 느낌으로 장식된 복고풍 헐리웃 무비

으음, 뭐랄까. 이 영화엔 오래묵은 명곡이 여러 곡 삽입돼 있다. 'sunny'라던가 하는...

배경의 분위기도 그렇다. 좀 루즈하게 흐르는 타이밍도 그렇거니와, 요샌 보기 드문 '어눌함의 극치'를 표방하는 주인공, 복고풍 느낌을 가져다주는 가을의 색상...

영화의 첫 부분은 로맨스 영화의 전형적 틀을 고수한다. 보스턴에서 학교 청소부로 일하는 남자 돈 맥케이가 어느날, 편지 한통을 받고는 25년만에 귀향한다. 고교시절의 연인 소니가 그를 찾은 것. 암 말기에 접어든 그녀가 마지막 여생을 함께 하고 싶다며 부르자 그 순박한 총각은 한 걸음에 달려간다. 역시나 요샌 보기 드문 로맨티스트다.

너무 무르고 착하다 못해 답답해 보이는 돈. 25년만에 찾는 연인의 집에서 그는 아름다운 숙녀가 된 소니를 만난다. 아름다울 수 밖에. 배우가 무려 엘리자베스 슈인걸.

청순함과 섹시함을 겸비한 그녀가 불치병 말기라는 비련의 여주인공 컨셉까지 동원해 그를 붙잡아둔다. 그리고 동침.

여기까진 애정 드라마의 고전적 스토리다. 그런데...

 

갑자기 전개부분에서 수상해지는 작품

가이드북의 작품 소개에선 저 정도 선에서 스토리라인 소개를 마친다. 덕분에 본의아니지만 지대로 걸려든 나다. 스포일러를 조심하면서, 저것보다 '쬐금만 더' 다음번에 이어질 내용을 소개하자면...

생각치도 않게 작품은 살인사건과 치정극으로 번진다. 갑자기 예상치도 않은 주변인이 그를 습격하고, 여차저차해서 정당방위로 그를 죽이고 마는 돈. 

이 때부터 이야기가 묘하게 꼬인다. 마을 분위기도, 소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도 어째 이상하다. 뒷수습(?)을 위해 옛 친구를 찾지만 이도 여의치는 않고... 그러다 갑작스레 벌어지는 반전.

그렇다. 결국 이 작품은 심리극이었던 것이다. 다만, 작품 소개의 장르가 이를 코미디로 분류하고 있듯, 뭐랄까... 블랙 코미디랄까. 여기저기에 코믹 터치가 눈에 띈다. 무거운 소재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

       


꼬일대로 다 꼬았다가 일순간 풀리는 진상

수상하고 뭔가 비밀이 얽히고 섥힌 것이 분명한 영화는 종반부에 들어서며 급전개로 전환된다. 수상했던 인물 중 하나가 드디어 비밀을 입에 올리는 것.

그리고, 또 한번 반전. 또 다른 이가 뒤통수를 친다.

그런데, 또 한번 반전. 이번엔 돈도 지난 세월간 묻어뒀던 깜짝 놀랄 이야기를 꺼내든다. 꼬일대로 꼬였다가 후반부, 어느 한순간 급속히 모든 것이 풀리며 그제사 이해못할 부분이 한꺼번에 납득되는 게 작품의 클라이막스다. 물론 상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라 발설 못 한다.

제목을 '가벼운 퍼즐 맞추기'라 정한것도 이 때문. 일순간 해답이 나오며 퍼즐이 맞춰진다. 다만, 머리아플만치 복잡한 추리극은 아니고, 말 그대로 가벼운 두뇌회전 정도니 내용 이해에 난색을 표하거나 할 일은 없다.

 

추천 대상은 가볍게 영화를 즐기고자 하는 관람객

결국 이렇듯 피가 낭자한 작품을 또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가볍게 영화를 즐기고자 했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퍼즐 맞추기도 가벼운 즐길 거리였고, 피철철 작품 치고는 여기저기 숨겨진 코믹 요소가 그럭저럭 분위기를 너무 가라앉지 않게 조율한다. 내용이 난해하지 않아 내용 파악에도 어려움이 없으며  몰입도도 그리 나쁘진 않다.

하나 더 매력포인트를 밝히자면, 어딘가 모르게 컬트 개그의 냄새가 나는 것이다. 저 사람좋은 주인공, 돈 맥케이가 지닌 언밸런스한 매력이 그것의 원천인데... 보여주는 모습은 꼭 '애리조나 유괴사건'의 니콜라스 케이지처럼 순박하고 상황에 마구 휘둘리는 블루컬러의 친구건만 비주얼은 보시다시피 딴판이다. 은테 안경에 장발이 잘 어울리는, 꽤 엣지 있어 보이는 엘리트형 호남자가 아닌가. 작업복보다는 셔츠차림이 더 잘 어울리는데다 사람을 대할 때도 정직하다 못해 예의가 너무 곧바르다. 다만 너무 순박한 것이 죄라 줄곧 컬트개그 속 '당하는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행동거지까지 엣지 있었다면 영화는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류의 작품에 거리낌이 없는 당신이 마침 지친 심신을 위로받고 싶어하는 순간에 닿았다... 100프롭니다.

기분전환용으로 가볍게 영화를 즐기고자 할 때라면 추천할 만 한 작품. 아울러 엘리자베스 슈의 최근 모습을 볼 수 있는 2009년 신작인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