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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캬' 소리 안나오는 16.8도 저도의 소주 '처음처럼 쿨' 마셔보니...

16.8도 저도 소주 '처음처럼 쿨' 마셔보니... 
캬~ 소리 안 나오더라 

제목과 부제목만으로 할 말이 다 나오는 기사를 다 써본다. 솔직히 말해 저기다 괄호 열고 '내용없음' 내지 '냉무'라 써도 트위터 기사(?)감은 될 법하다.
     
 

    
 
현재 16.8도의 저도 소주 출시가 화제에 올라 있다. 롯데주류가 전개하는 '처음처럼'의 새 라인, '처음처럼 쿨'이 그 주인공. 그런데 사실 나는 가장 빨리 이 술을 입수한 사람 중 하나다.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처음처럼 쿨'의 신제품 발표회장에 불청객 두 사람이 떳다. 하나가 미디어몽구 님이고 또 하나가 이 소식을 그에게서 접수한 나다.

보기 좋게 입장을 거부당했다. 초청 받은 프로 기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던 것. (어째 정장에 노트북으로 완전무장한 선배님들만 눈에 띈다 했다 - 그게 아니라 엘리트들의 무리 속에서 레지스탕스같은 우리 둘만 유독 튀어보였던 것일지도)

여차저차 해서 잠시 현장을 스케치할 시간만 허락받는 선으로 입장이 가능해졌다. 서울을 시작으로 차츰 판매무대를 전국구로 넓혀간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급하게나마 몇 컷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갈 때, 시연품이 주어졌다. 불청객에게도 이를 챙겨 주신 담당자 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헌데 말이다.

재밌는건 몽구 님이나 나나, 소주를 못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 재밌는건 몽구 님이 먼저 리뷰 선방을 날렸다. 그리고 이번엔 내 차례다. 컨셉은 "고기 못 먹는 놈이 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로, 둘 모두 동일하다.

솔직히 말하는데, 지금껏 식성 가리지 않고 공연 영화에서 IT에 이르기까지 잡식성 리뷰를 써냈던 내게 가장 힘들었던 리뷰다. 리뷰에 사용된 술은 불과 2잔. 그것도 한잔씩, 이틀에 나눠 진행한 리뷰다. 나머진 마개를 꼭 조여 냉장 보관 중.

다시 말하는데, 나는 술과 담배하고 사이가 좀 많이 나쁘다. 배우고 싶었는데 얘네들이 날 마다한다. 한마디로 맛없어 못 피우고 못 마신다고 할까.

그나마 술은 요새 와인에다 칵테일 리뷰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 헌데 보시다시피 이 쪽 라인은 죄다 '양술'이다. 맥주는 그나마 가끔 마시는데, 한국 서민들의 수십년지기 친구 소주는 여전히 버겁다.

각설하고. 이렇듯 소주 한잔 조차 치사량으로 여기는 사람이, 그래도 과거에 순전히 '타의'로 마셔봤던 기존 제품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번 신제품의 차이를 파헤쳐 봤다.

일단, 이번 제품의 차별화된 사실을 먼저 소개한다. '쿨'이란 타이틀에서 보듯 젊은 20대를 타겟으로 한 시원하게 잘 넘어가는 신세대 소주를 표방한다. 올리고당으로 단 맛을 냈고 소주 중 가장 낮은 16.8도의 저도를 강조한다. 말 그대로 '술술' 잘 넘어가는 '알콜음료'의 성향에 중점을 둔 셈이다.
     
   


자. 그럼, 다른 걸 다 제쳐두고 마셔본 개인적 소견을 공개한다. 우선, 가장 궁극적인 결론은 이거다.

"20도나 16도나, 독해서 못 먹겄다."

저도니 고도니 할 거 없이 소주는 어쨌거나 소주올시다. 내게 있어선 입에 잠시 담고 있으려니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지는 고도의 술이다. 못 마시는 놈한텐 이 놈이고 저 놈이고 간에 독한 소주란 말씀. 소주에 대한 내공과 저항력이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이 중 행여나 이를 초심자용 코스로 사용하고자 했다면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일단 난이도는 하향조정됐을지 모르나 가시밭길임은 여전하오."

그래도 역시나, 다른 소주에 비해 '선선한 맛'임엔 틀림이 없다. 사실 어떤 소주나 할 거 없이 입에 한 모금을 머금으면 혀 뿌리로 갖다대지 않는 이상 첫 느낌은 '살짝 달콤한 물'과도 같다...는게 나만의 표현법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그 싱겁고 시원한 특성이 한층 강하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알콜향이 점차 입안에 감돌기 시작하고, 술방울은 혀를 타고 올라가며 목구멍을 넘기 시작해 단지 쓴지 모를 고행길이 열린다. 그리고 드디어 소주의 타들어가는 향연이 시작된다. 일단 술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이 술도 소주다운 독기를 품고 있기는 마찬가지.

소주는 첫맛이 매우 달달한 술이다. 처음처럼 쿨도 대동소이하다. 다만, 그래도 올리고당을 사용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듯, 조금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를테면, 과거의 것이 박하향 껌이라 했을시, 이번 것은 자일리톨 껌이랄까. 도수가 낮아진 것처럼 당도도 많이 줄었다.

그래도 역시나, 기존 소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거다.

"소주 들이키고 '크아~'하는 괴물 소리를 이제부턴 안 내도 돼요."

사실이다. 소주를 잘 못하는 나지만, 그래서 한 잔을 목에 털어놓고 '캬아'하는 소리를 낼 일조차 없었던 나지만, 만일 그러했다면 아마도 '캬아'가 아니라 '끄어억'하며 눈이 돌아갔을 것이 자명할 터. 허나 이 술은 용기를 내어 조금씩이나마 목을 축여보니 굳이 저런 타들어가는 신음(?)을 안 내도 좋은 술이라고 느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부러 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은 '캬'하는 소리가 안 나오는 소주다. 이건 마침 몽구님도 리뷰를 통해 동감하고 있더라.

자아, 우린 여기서 어렵지 않게 이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호불호가 매우 극명하게 갈릴 소주라는 것을. 만일 당신이 '소주란 '크아'하는 소리를 내야 제 맛이다'를 주장하는 이라면 처음처럼 쿨은 소주도 술도 아닌 이단의 것이다.

그러나 평소 때 '난 저런 소리 내고 싶지 않아, 난 엘레강트하게 침묵 속에서 홀짝이고 싶어'라 생각했던 그대라면 드디어 당신의 시대가 왔다고 꽹과리를 울려도 좋다.

     


       
추천과 비추천의 상대도 덕분에 쉽게 나뉜다. 우선 이 제품의 코어타겟은 광고에서도 보듯 20대의 젊은이들인데, 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현재 와인, 칵테일 등 새로운 장르에 점차 빼앗기고 있는 젊은 주류 소비층을 다시 소주로 끌어당기기 위한 전략이란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대학 동아리모임이나 축제에서 한창 술맛을 알아가고는 있지만, 아직 소주의 강도에 익숙치 않은 라이트 유저의 훈련자 코스를 열었다는 것.

전자의 경우, 양 쪽 모두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면 한번 쯤 흥미를 가져볼 사안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다만, 만일 당신이 암만 20대의 젊은이라고 한들 이미 헤비급 유저라면 더 이상 연령은 무의미하다.

대학 때 그런 선배들이 있었다.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지"라던가, "그래서 맥주는 배가 금방 불러 싫어"라며 소주를 선호하는 선배들이.

이렇듯 중급 레벨 이상의 사람이라면 이 술은 더이상 매력적인 신제품이 아니다. 물론 저도니 고도니 하는 점만 따지며 자기 술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수는 없을 터, 일단은 마셔봐야 결론이 나오겠지만 소주의 도수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만으로도 비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고수들에게 쉽게 권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만일 주량이 센 사람, 취할 때까지 마시려는 사람이 자신의 입맛에 맞아 이 술을 선호한다면, 저도인 만큼 당연히 이전 소주보다 소비량은 늘어날 것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 맥주 소비하듯 소비한다면 뭐...  

마지막으로 하나 궁금한 점이 있다. 파란색 뚜껑 제품이 있는가 하면 붉은색 뚜껑도 있다. 내용물에도 서로 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 아님 그저 디스플레이 용으로 두가지 버전을 출시한 것일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