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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해운대 바닷물엔 피부와 정신에 잘 듣는 신묘한 약효가 있다?

해운대 바닷물의 신묘한 약효를 아세요?
피부병 치유, 중독성... 내가 경험한 영약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난 유년과 청년시절에 그 곳을 자주 드나들었다. 집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동백섬과 웨스틴 조선호텔 앞에 닿는다. 가족과 떨어져 나홀로 서울 살이를 하는 지금이지만 내 본가는 여전히 그 곳에 있다. 언제 어떻게 다시 돌아가도 이상할게 전혀 없는 곳이 있다. 새삼스럽지만 그건 대단한 행복이다.

그런데 혹 알고 있는가. 해운대 해수욕장의 바닷물엔 마음과 육신에 곧바로 듣는 몇 가지의 약효가 있는 것을.

첫째는 황폐해진 정신에 생기를 회복케 하는 특효. 솔직히 말하면 이게 치료약인지, 아님 몹쓸 중독성으로 나를 지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저 바다의 농간인지 알 길이 없다. (아테나에게 푹 빠진 세이야와 같을지도 모른다)

내 갈 길 찾겠다고 홀로 서울에 상경하고서, 난 알게 모르게 미약하게나마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향수병을 앓는다. 물론 서울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별천지다. 동시에 부산서 살던 내게 있어선 너무나 당연한 듯 느끼던 몇 가지가 부재한 세상이기도 하다. 가장 상실감을 크게 느끼도록 한 것이 바로 해운대에서 돌아보던 넓은 수평선. 한강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그 존재감에 끌려 주기적으로 귀향하는 나였다. 마치 자석에 끌려 수백킬로를 넘나드는 쇠못 같았다. 생기를 잃어갈 때 찾아가 그 녹색 빛을 눈에 담으면 다시 수개월간 이를 잊고도 살 수 있게끔 활기를 충전시켜주는 것이었다.

여기까진 뜬 구름 쫓는 소리라고 코웃음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번엔?
두 번째는 피부병에 드는 효능. 사람은 물론 동물에게까지 즉효하다고 말한다면 첫번에 냉소하던 당신도 귀가 솔깃할 것이다. 직접 과학적인 입증을 해보일 길은 없지만, 이미 수년간 몇 차례에 걸쳐 직접 겪은 경험담을 들려준다면 조금은 신빙성 있게 들어주려나.

10년 전, 집에서 키우던 개가 피부병에 걸린 일이 있었다. 산책나갔다가 풀독이 올랐는데 너무 독하게 걸려 손 쓸 방도를 한달이상 찾지 못했다. 사람이 바르는 약을 발라도 보고 목욕도 시켜보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주인 맘도 몰라주는 이 놈, 가려움에 벅벅 긁어대는 통에 여기저기서 상처가 났고 피가 배어나왔다. 안아들면 피냄새가 진동했다.

집에서 도저히 못 키우겠다며 내다버리려 했다. 말도 안 듣고 주인까지 깨물던 놈이었지만 그래도 미운정이 들었던 나는 ‘책임지고 치료시켜 보겠다’며 일주일의 말미를 얻었다. 바닷물에 담그면 소독효과가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곧장 하루도 거르지 않고서 7일간 해운대 백사장으로 녀석을 끌고 나갔다. 해수욕철도 멀었던 6월, 아직은 들어가기에 많이 차가운 물이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다. 내 허리께까지 물이 차면 그 쯤에서 '성수 세례'를 시작했다. 버둥대는 놈을 붙들고선 좀 더 깊은 곳으로 냅다 집어던지고, 개헤엄으로 돌아오면 다시 던지길 반복했는데 모르는 이가 보면 아마도 소형견을 학대하는 몹쓸 사도마조히즘 주인으로 알았겠지. 그렇게 매번마다 녀석도 나도 덜덜 떨며 젖은 몸으로 귀가하곤 했다.

일주일만에 거짓말처럼 병세는 수그러들었다. (못된 성질은 안 낫더라) 다행히도 그 놈은 그렇게 여생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내게 있어 해수욕을 즐겁도록 만든 추억거리기도 하다.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 군대 있을 때도 앓지 않았건만, 홀로 살기 시작하면서 만성적 피부병으로 고생하기 시작한다. 목걸이, 벨트, 심지어 동전과 지갑을 넣고 다니는 호주머니를 통해서까지. 금속성의 기운이 닿는 곳은 전부 흉한 모습이 번졌다.

난 그 녀석을 낫게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역시나 때아닌 해수욕에 나섰다. 긴 휴가를 얻어 아직 차가운 해운대 물가를 드나들기 서너 번. 그 때와 마찬가지로 웨스틴 호텔 앞, 바위 지역과 인접한 곳에서 효험을 얻었다. 병원에서 얻은 약보다 더 좋은 효과를 얻었다고 말하면 믿어줄 수 있겠는가. 좀 더 지속했다면 완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의 상흔은 간직한 채 지낸다.

며칠 전 e스포츠페스티벌 원정을 겸해 다시 고향을 찾았다. 또한번 효험을 보기로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단 두번 해수욕을 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도 효과가 있었다.

저 먼 심연서부터 들었다 나갔다 하는 파도에 약효가 밀려오는 것일까 

약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략히 소개하겠다. 우선 바닷물에 닿으면 십수분 후 약간의 가려움과 따가움을 느낀다. 그러한 감각을 만성적으로 느낄만큼 상황이 심각했을땐 그것이 극대화되는 기분. 반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뿌리를 뽑지 못한 채 수년을 보내는 지금은 죽어있던 그 감각을 다시 두들겨 깨운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해수욕을 마친 뒤 샤워를 하면 환부가 수축되며 쭈글쭈글 해진다. 보기엔 흉하지만 가려움과 따가움은 상당부분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외상도, 가려움의 괴로움도 한결 가셨음을 체험하게 된다. 이후에 피부약으로 치료하면 경과가 매우 좋다. 내 생각이지만 해수욕장 개장 시즌이 아닌, 물이 좀 더 차갑고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지 않는 철에 효과가 배가되는 듯 하다.

실은 사진으로 환부를 공개해 시간차에 따른 변화를 보여줄까 했다. 헌데 두 번만에 바로 눈에 확 띠진 않더라. 아직 기술이 없어 '자동'에 의존하는 터라 사진이 일정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전과 달리 상당히 나아진 상황이라 말이다. 가뜩이나 증명할 게 없는 상황에서 신뢰 얻기엔 더 힘들어졌군.

이걸 가르쳐 준 것은 어머니다. 가끔은 신기해서 묻는다. 대답은 "바다는 생명의 원천이니까"였다. 과학적 입증과는 역시 거리가 먼 답변이지만 그것 외에는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역시, "바다는 위대해"라는 감탄사를 남발할 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