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게임

skt '지는 감독 삭발' vs 화승 '말 많으면 별 거 없다' 감독들 신경전

(스타도 한번 못해 본) 나의 부산 e스포츠 페스티벌 답사기 (4)
4. 스타크래프트와 프로레슬링의 닮은 꼴 봤다


"지면 삭발하겠습니다" - 박용운 skt 감독
"말 많은 사람은 별 거 없더라고요" - 조정웅 화승 감독

7일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결승 1차전. 경기에 앞서 외부적 볼거리도 다양했다. 개막선언과함께 수평선 위로 날아오르는 수많은 풍선의 대열이 그랬고, 노브레인의 축하무대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경기 시작도 전에 분위기를 과열시킨 예상 외의 볼거리가 있었으니, 양팀 감독 간의 쇼맨쉽이었다.

박용운 skt 감독이 먼저 시작했다. 그는 "이 경기에서 만일 우리가 진다면 내가 삭발을 하겠다"며 무리수(?)를 뒀다. 캐스터는 고조된 목소리로 조정웅 화승 감독에게 마이크를 돌렸다. 그는 "머리숱이 3분의 1도 안되는 박 감독이 삭발을 하겠다는데 이 제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부인 안연홍 씨도 이 상황을 보고 계실텐데"라고 한 마디를 더 보탠다. (몰랐는데 탤런트 안연홍 씨가 한살 연상의 부인이었다)


조정웅 감독은 마이크를 쥐고 이렇게 말했다.

"그런 제의는 받을 이유가 없을 거 같고요..."

skt 응원석에선 야유가 나왔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신경전은 필요가 없다"며 "말 많은 사람치고 별 거 없더라"고 밝혔다.

"그냥 게임을 보시면 실력으로 말하겠습니다."

난 옆에 있던 룸메이트 게임지 기자에게 물었다. 

"원래 이렇게 프로레슬링 같아요?"

요샌 좀 달라졌나 모르겠는데, 어릴 적 wwf 프로레슬링 비디오를 보면 이 선수들, 몸으로 싸우는 것만치 입싸움을 즐긴다. 너를 오늘 만나 어떻게 요리해 주겠다 등등의 악담인데, 그 시절엔 꽤 재밌게 봤다. 그런데 그 마이크 배틀이 여기서도 신경전 도구로 쓰일 줄이야.  

맞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트럼프 회장과 빈스 맥맨 회장이 삭발을 조건으로 싸운 적 있었지. 바비래쉴리와 우마가가 대리인이 되어 싸웠던...

뭐야, 자칫하면 그 상황이 날 뻔 한거야?

뭐... 개인적으로는 먼저 삭발 제의하는 사람이 밉상으로 보인다. 3분의1 밖에 안되는 머리숱 때문인가? 상대에게 더 많은 손해를 요하는 불공정 거래니까. 뭐... 그런 것도 있고. 헌데 바꿔 말하면 그만큼 자신에겐 더 절실한 무엇을 내놨다는 거니 그건 그럭저럭 이해할 법 하다.

그저 곤란한 입장에 상대를 밀어 야유를 유도한 것이 악역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사실은 이 캐스터가 더 밉상이다. 아주 싸움을 붙이던데 말이지. 이후에 화승의 한 선수는 "이렇게 말하지 말고 빨리 부스에 들어가 싸우고 싶다"며 간략히 인터뷰를 마치던데 일종의 일침처럼 들린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