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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포스 2009 1st 결승전 이스트로 대 KT를 복기한다


(스타 한번 해본적 없는)나의 부산 e스포츠페스티벌 답사기 (2)
2. 이스트로,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초대 챔피언에 어떻게 등극했나


경기결과 요약 - 이스트로, 최종 라운드 접전 끝 KT 잡고 역사적 초대 챔피언 등극
마지막 라운드, 초대 챔피언이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무적 KT를 잡고, 이스트로가 스페셜포스의 한 역사를 장식하는 페이지.





끝나는 순간 이스트로 선수단은 함성을 지르며 일어서 승리의 세레머니에 나섰다. 샴페인이 터져 머리 위로 부어졌다.

6일 부산 광안리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스페셜포스 2009 1st 결승전에서 웃은 건 이스트로였다. 리그 1위 KT와 시종일관 물고 물리는 접전 끝에 객관적 기록의 열세를 뒤집고 역사적 초대 챔피언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현진 감독에겐 4년전부터 이어진 광안리의 악몽을 깨 버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승팀 이스트로(위)와 준우승팀 KT
 
경기는 결승전답게 갈때까지 가는 대혼전이었다. 풀세트 풀라운드까지 가서야 우승이 결정된 것. 마지막 순간까지도 프레스석에선 "정말 누가 우승할지 모르겠다"는 감탄사가 이어졌다. 
세트 스코어도 재미있었다. 징검다리 건너듯 서로가 한세트씩 주고 받는 양상이었던 것. 1,3,5세트를 이스트로가, 2,4세트를 KT가 차지하며 분위기가 매번 바뀌었다. 5세트 역시 동점과 역전을 반복한 끝에 결과가 나왔다. 7대6상황에서 최종전 14라운드를 이스트로가 가져가 8대6으로 대장정을 마무리지었다. 반면 KT는 마지막 세트 전반까지만 해도 앞서가던 기세를 일순간 잃어버리며 회한의 기록으로 남았다. 


이날 결승전을 복기한다     

이호우 장군, 김찬수 멍군... 1세트와 2세트의 양팀 영웅들

1세트는 이스트로 이호우의, 이호우를 위한, 이호우에 의한 무대였다.
첫라운드는 KT가 가져가며 산뜻하게 테이프를 끊었다. 그러나 곧장 분위기가 반전되더니 전반전의 명암이 뒤집혔다. 이스트로가 4대2 스코어로 1세트 전반을 끝낸 것.
이호우의 활약이 돋보인 건 후반부터다. 10번째 라운드는 이날 가장 돋보이는 장면 중 하나였다.




리플레이 장면이다. 홀로 남은 이호우는 체력이 불과 5포인트 남은 상황에서 KT 김청훈과 김찬수를 상대했다. 더구나 KT의 히어로 김찬수는 풀게이지 상태. 여기에다 위치까지 노출당한 사면초가 상황이었다. KT로선 6대3 스코어를 6대4까지 쫓아갈 절호의 기회였고 만일 그렇게 됐다면 이스트로의 사기는 한 풀 꺾일 터닝포인트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이호우는 두 선수를 모두 제압, 1대2 상황서의 세이브를 기록하는 대활약을 보인다. 한 선수 한 선수 찾아가 침착하게 1대1 승부에서 살아남은 것. 결국 7대3까지 몰린 KT는 다음 라운드도 허무하게 내줬다. 중요한 1세트는 그렇게 이스트로에 돌아갔다.

그러나 2세트는 김찬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갔다. 정소림 캐스터 등 중계진은 김찬수에 대해 '별로 이름을 불러보지 못했다'며 그가 침체돼 있음을 지적했는데 이에 답변이라도 하듯 곧바로 살아나는 저력을 보인다.
데저트캠프는 3전전패의 지난 기록을 보듯 이스트로가 절대열세를 보이는 장소. 이를 확인이라도 시키듯 KT는 대반전의 기회를 마련한다. 초반 두 라운드를 KT가, 다음 두 라운드를 이스트로가 가져가더니 다시 한번씩 치고 받으며 3대3. 그리고 중요한 일곱번째 라운드에서 김찬수가 깨어났다. 앞서 이호우가 그랬듯 이번엔 그가 홀로 남아 1대2상황서 세이브를 기록한 것. 그렇게 전반을 4대3으로 챙긴 KT는 내리 승수를 쌓아 7대3까지 몰아쳤다. 여기엔 김찬수의 활약이 컸고 중계진은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스트로는 7대5까지 따라붙었지만 13라운드에서 김찬수와 조현종의 1대1 결과가 김찬수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렇게 KT는 8대5로 2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조현종의 고군분투 스토리 시작   

3세트 3라운드는 이스트로에게 치욕이었다. KT는 5명 전원생존, 이스트로 5인은 전멸... 여유롭게 폭탄을 해체하는 걸 보며 중계진은 '세레머니'라고 표현하기도. 
그러나 5라운드에서 조현종이 멋지게 설욕한다. 1대2 상황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것. 이스트로는 3대2로 앞서가기 시작했고 5대4로 쫓기던 상황에선 임정민이 선전해 6대4로 다시 도망갔다. 결국 승기를 잡은 이스트로의 8대4 승리. 
한편 4세트에서도 조현종 선수는 계속 고군분투하게 된다.


4세트, KT의 분전  

핀치에 몰린 KT지만 4세트 너브기스를 다시 원기회복의 장으로 마련했다. 8대3으로 손쉽게 제압한 것. 이스트로는 이 세트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를 내줬다. 재밌는건 조현종 선수의 외로운 싸움이었다는 점. 홀로 남아 3명, 많게는 4명을 상대하는 모습이 서너번에 걸쳐 나왔다.



운명의 5세트, 반전에 줄다리기... 풀카운트 접전

5세트, 위성 스테이지에서 피날레가 이뤄졌다. 사실 전반은 KT의 페이스였다. 4대3으로 전반 수비를 잘 지킨 KT. 그러나 그 중 마지막 7라운드는 통한의 기억으로 남게됐다. 5대2로 도망갈수도 있는 유리한 상황에서 아군을 피해입히는 뜻밖의 실책이 나와 그만 포인트를 빼앗겼고 여기서 분위기가 이스트로에 넘어갔다.
후반개시, 8라운드는 육탄전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호우가 살아남아 이스트로가 승리, 카운트는 4대4가 됐다. KT가 다시 5대4로 앞서갔지만 거짓말처럼 10, 11, 12라운드를 내리 이스트로가 따낸다. 동점과 역전, 매치포인트까지 진행되며 7대5까지 온 것. KT가 다시 7대6으로 따라잡아 경기는 드디어 공식 최종전인 5세트 14라운드에 이르렀다. 연장을 예감케하는 순간, 이스트로는 KT의 마지막 선수 온승재를 잡았고 그걸로 끝이었다. 이스트로 선수단은 환호를, KT 선수단은 고개를 떨구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