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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한번 해본 적 없는) 나의 부산 e스포츠페스티벌 답사기 (1)

(스타 한번 해본 적 없는)나의 부산 e스포츠페스티벌 답사기(1) 
1. 출전 전야의 출사표 - 쌈장은 요새 안 나와요?


새벽. 날짜가 바뀌어 드디어 6일이군요. 오늘부터 부산 광안리에선 e스포츠의 대제전, 부산 e스포츠페스티벌이 열립니다. 바캉스 피크 위크의 목금토에 걸린 백주의 대결,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대축제.

그런데, 실은 여러분들이 아직 모르는 뉴스감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서 발표하죠.

제가 기자원정단에 합류, 동행취재에 나섭니다. 호텔에서 재워주고 먹여도 준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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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랑질 하냐고 물어올 것이 거의 확실하기에, 그게 아님을 단 한 마디로 납득시켜 드립죠. 네에.

"저어... 실은, 아직 스타를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어요."

. . .

이만하면, 뉴스감 맞지요? 스타가 뭔지도 모르는 넘이 경기 취재한다는데 이게 뉴스 아니면 뭡니까.

'너 혹시 간첩인가요'하고 묻는 분께 전 이렇게 되묻고 싶네요. '간첩도 스타는 한번쯤 하지 않았을까요'라고. 이만하면 간첩도 아니고 원시인이군요.

뭐... 스페셜포스 결승도 있다고는 하는데. 전 이정도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불초, FPS도 해 본 적 없소이다. 수비범위를 넓혀 1인칭 슈팅게임 중에 잘 하는 거라곤... 아케이드의 하우스오브데드 정도? 전성기던 고딩 때(10년전...아니, 넘었나)는 투코인(200원x2, 400원) 엔딩을 봤으니 감각은 그래도 있네효.

아아, 바이오해저드4도 엔딩은 봤어요. 냐하하. 왜 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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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심각하지. (먼 산)

아무거나 좋으니 할 줄 아는 온라인 게임 하나만 대보라고 하신다면야(답할테니 멱살은 잡지 말아요) 뭐, 다크에덴의 아우스터즈를 120레벨대까지 키웠네요. 벌써 캐릭터 생성한지가 6년이 넘었군요. 지대로 온라인계의 지진아임을 인증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하나 심히 걱정됩니다. 뭘 알아야 상황 기재를 하지. 돌아가는 분위기나 승패야 뭐, 대충 눈치로 현장서 습득하면 될 것도 같지만 그래도 그렇지. 최악의 상황엔 '우라까이'를 해야 할지도 몰라요.

푸핫, 내일 이 글을 확인하고서 회사가 뒤집어지는 모습이 눈에 선하구료. 나야 뭐 이미 부산으로다가 먹고 튀었지만. 뭔 배짱으로 출장 제의를 받아들였을까이. 스스로 생각해봐도 감탄 중이요.

밤을 새워서라도 매뉴얼을 습득해 볼까요? 하루면 뭐, 룰 정도는 알 수 있겠지. 속독법으로 '스타크래프트 규칙'을 검색창에 띄워 봤습니다.

'유즈맵이 어쩌고 사기맵이 어쩌고...'

...이건 대체 무슨 달나라에서 파라파라댄스 추는 소리랍니까. 알아듣게 설명 좀 해 달라고. (파라파라댄스는 그래도 꽤 합니다만 - 리듬댄스 게임 매니아)

아아, 갑갑해라. 차라리 바둑을 배우겠다. 내겐 바둑이나 스타나, 워크래프트나 전부 딴 세상의 게임. 봐도 뭘 알아야 해 먹지요. 장기는 할 줄 아는데, 왜 장기는 온라인게임이 없지? (먼 달)

그래,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준비하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건...

     


 
그래. 다림질. 아악! 역시 놀러가는 분위기 맞잖아!

사나이가 갑빠가 있지, 열차표까지 받아놓곤 도망갈수 있습니까. 일단 해보는 거죠. 다만, 꼬라지가 이렇다보니 게임기자분들처럼 멋드러진 중계 기사는 힘들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연작 기획을 시도해 봅니다. 생초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e스포츠 대회의 첫경험 이야기를 자유분방하게 꺼내볼까 합니다. 경기 내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바깥의 사이드 스토리 일수도 있어요.

이거, 진짜로 걱정이네. 이러다가 휴가나 즐기고 오는거 아닐까요.

솔직히 뭐가 될진 몰라요. 포멀하게 블로거틱한 감상글로 흐른다면야, 그래도 무난하겠네요. 서지수 씨는 예뻤다, 임요환 씨는 멋졌네 같은 감탄을 섞어서 말이죠. 그런데 이 두 분 이번 대회에 오시던가?

으음... 임요환 씨는 보도자료 리스트에 없군요. 진짜 내가 생각해봐도 걱정이 해운대바닷가 폭풍간지파도급류처럼 몰려옵니다. 기자밥 먹으며 이처럼 위기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 진짜 난 연애질도 못해보고 스타도 한번 못해보고 뭐 하며 살았지. 아스라히 보낸 내 20대여.

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늦게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뜰지도.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혹여나, 친절히 스타의 ABC를 알려주실분은 댓글에다가 간략명료한 규칙 좀 올려주세요. 돌아오면 차 한 잔 사겠습니다. 십수년의 세월을 뒤처진 온라인게임 무뇌아의 위태한 답사기를 기대해주세요. 의외로 재밌을지도 모릅니다.

 

추신 - 10년전에 광고에 나왔던 분 있죠? 쌈장이라고. 헌데 이 분은 요새 안나와요?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