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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블로거들의 책여행 모임, 아세요?

블로거들의 책여행 모임, 아세요?


토요일 저녁 서울 홍대 앞 카페 커피와 사람들. 1층 플로어 한가운데에 묘한 손님들이 들어찼다. 책을 한 가득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뭔가 제스처를 취한다. 한사람 한사람 일어서서 각권의 책을 소개하고, 이에 흥미를 가진 이들은 손을 들어 취득을 희망한다. 경매와 비슷하지만 낙찰가로 주인을 정하진 않는다. 여러사람이 원할 시 그 행방은 가위바위보에 맡긴다.
무슨 모임이지?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본다. 모임 초반엔 세 사람만 있다. 먼저 자리를 떠난 사람이 두명. 모두 합쳐 다섯이지만 벌써부터 책이 상당히 모였다. 가장 많이 책을 꺼낸 사람은 우측 아래, 이 모임의 주관자이자 이글루스 대표브랜드인 자그니(http://news.egloos.com/) 님이다. 

"매달 말일이면 이렇게 모여요. 헌데 이번엔 제가 귀국이 늦어서 달이 넘어갔어요."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의 오프라인 정기모임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달마다 모여 책을 나누고 그렇게 돌려읽는 책여행 모임이다. '7월 책나눔 모임'에 모인 이들은 주로 이글루스 주민들. 건너편 역시 이글루스의 우람이(http://uram.egloos.com/) 님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갔다. 책도 함께 늘어난다. 이 중, 똑같은 책이 세권 모였다.


이 책의 원출처는 윈디네 다락방(http://xelllove.egloos.com/) 주인장 윈드라이더 님. 세 권 모두. 이 모임에선 일명 '책여행'의 첫 주자기도 하다. 세 권 모두 자비를 들여 구입했다고.


"모처럼 감명깊게 읽은 책이라 많은 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세 권 다 모임에 흘려보냈어요."

맨 끝 체어맨 자리에 위치한 윈드라이더, 애칭 '윈디'로 불리는 그녀. 책 구입에 인색한 이들에 있어서는 여러번 돌아보게 만드는 책 씀씀이다. 그 바람대로 이 책은 매 모임마다 이곳 저곳으로 흘러가며 한 달 주기의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요샌 MP3 같은데다 텍스트 파일로 넣어서 읽기도 하잖아요."

"손에 잡고, 넘기는 맛에 계속해서 책을 읽죠. 텍스트파일은 그런 맛이 없잖아요." 


인원이 점차 늘어난다. 평소 몇 명 가량 모이느냐고 물었더니 자그니 님은 "적겐 일곱명, 많겐 서른명도 모인다"고 밝힌다.

"그 땐 이 층이 거진 다 찼죠."
"그럼 오늘은 조촐한 편이네요."
"아주 한산한 편이요. 휴가철이잖아요."

그럼에도 총 11명이 모였다. 론(http://loan0419.egloos.com/) 님, 마멀레이드 님 등 거의가 역시 이글루스 멤버. 타 지역 블로거라면 텍스트큐브와 티스토리 등을 전전하는 함영호 mcharm 실장(www.mchahm.com) 과 나 정도? 

"이글루스는 일단 깊게 파고드는 맛이 있죠. 요샌 좀 말랑말랑해졌지만."

이들은 두어시간가량 책을 나누고, 차를 즐기며 담소한다. 책에 관한 이야기부터 인터넷 이야기까지 아우른다. 블로그들의 친화력이 만들어낸 현대사회의 독특한 문화모임이다.


책만 나누는 것은 아니다. 음반을 비롯 다른 아이템도 가능하다. 이 날은 자미로콰이의 앨범이 넉 장 나왔다. 이 날 자리에 모인 아이템, 총집합.

드디어 본 행사가 시작된다.


인기 있는 아이템은 저마다 치열한 공방이 펼쳐진다. 가위바위보에 약한 사람과 강한 사람의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자리. 이건 이거대로 참관하는 이들에 있어 즐거운 볼거리다. 
반면 아무도 나서지 않는 비인기 아이템이 나오면 곧장 자그니님이 골머리를 앓는다. 본인이 회수해가거나 아님 아무한테나 떠미는데, 덕분에 나도 한 권 득템했다.

"보통 한 달에 책을 몇 권씩 읽는거지요?"

자그니 님은 "대개 한 달에 열권 가량 읽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저도 그래요. 한 달에 열 권 정도. 그리고 많이 읽는 사람은 스무권도 독파하는 것 같아요."

그는 블로그 포스팅에 있어 독서가 필수인 것 같다고 말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글도 안 나오더라고요. 뭔가 인 풋이 있어야 아웃 풋이 되는데, 이게 안 되면 블로그 운영에 있어 정말 힘들어요."

난 순간 난감해졌다. 한달에 스무권씩 읽는 사람도 있는데, 난 마지막으로 책을 읽은게 언제지?
이 날 나온 책들은 소설에서 인문학까지 다양했다. 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에서부터 진중권 교수의 9년전 저서까지 나왔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방학 독후감 과제 때문에 읽던 SF고전 문고도 몇 권 나왔다. 다만, 만화책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나 다 와도 돼요. 이글루스던 티스토리던 상관 안 해요."

이들은 이렇게 주말 밤을 보낸다. 차 값은 더치페이를 원칙으로 한다. 닥치는 대로 뭔가 읽는 것을 좋아한다던지, 온라인 상의 대화로는 못내 아쉬운 사람냄새를 맡고 싶다던지, 제대로 된 커피향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관심 가져 볼 만한 서울 내 모임이다. 관심이 있다면 자그니 님 블로그의 매달 공지를 확인하도록. 블로그에서만 만날 수 있던 재미있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자그니 님과 그의 유쾌한 친구들을 말이다. 




"아직 귀국한지 얼마 안 돼서 시차 적응이 안 되네요. 책 안 읽으면 블로그질도 힘들어요. 한달에 열 권 정도 읽죠. 읽으면 또 다음번 모임 때 들고 오고..." - 자그니 님.




"연애요? 난 연상보다 연하가 좋은데. 일곱살 차의 연애는 어떤 느낌일까요?" - 우람이 님.




"글을 텍스트파일로 읽으면 눈도 아프잖아요. 넘기는 재미, 쥐는 재미... 책 읽는 재미가 그런 거죠." - 윈디 님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