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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바의 칵테일] 8. "김렛, 바텐더 보고 가장 궁금한게 이거였어"

[바의 칵테일] 8. "김렛, 바텐더 보고 가장 궁금한게 이거였어"  

 
 
처음으로 아는 사람을 대동하고 바에 들어섰다. "내가 한 잔 살게요"라면서. 물론 뒤엔 "한 잔 이상은 곤란하다"는 말이 붙긴 했지만.

만화 바텐더를 본 적 있다는 동행인은 메뉴판을 보더니 김렛을 선택했다. 5000원. 혹 가격에 신경쓰면서 고른 걸까?

"아냐. 바텐더 보면서 가장 궁금한게 이거였어."

 

[바의 칵테일] 8. "김렛, 바텐더 보고 가장 궁금한게 이거였어"

 

오늘은 바가 아닌 안쪽 테이블에 위치했다. 비취색이 감도는 언더락. 김렛 두 잔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잔을 기울인다.

"설탕가루가 들어가서 달아요."

바텐더가 달다고 하길래 조금 뒷맛이 강하게 남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입맛을 버리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설탕의 당도가 전해져오지만 끈적한 느낌이 없어 불쾌감이 전혀 없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달콤함. 마치 박하사탕을 연상케 하는 청량감이 차갑게 식혀져 전해져온다. 다행히 마주편에서도 '괜찮다'는 답변을 보냈다.

"여름에 딱이다."

우연일까. 돌아와서 김렛의 발원을 찾아보니 시작은 다름아닌 '마린', 영국 해군이었다고. 깔끔함의 대명사인 해군 말이다. 장교와 일반병사에게 각각 지급되는 음료를 한데 섞어 만들어진 칵테일. 확실히, 푸른 바다 위에서 이 빛깔의 음료를 받아들면 꽤 괜찮은 감흥이 전해지지 않을까.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다면 비주얼이 꽤 괜찮았을텐데 여러모로 아쉽다. 색깔이 예쁘다.   
 

사람 취향에 따라 커피처럼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건데 간소한 방법으로 취향을 탈 수 있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환영받을 강점. 만원 한장이면 두 사람이 즐길 수 있으니까.

그리고 도수. 아주 약한 축에 든다. 씁쓸하고 담백한 알콜 특유의 느낌이 없다면 정말로 탄산주스에 가깝다. 마실수록 여자아이들의 고무줄 놀이마냥 술과 음료의 경계를 살짝 살짝 넘는 기분. 덕분에 마신 뒤 머리가 아프다던지 하는 부작용은 아예 잊어버려도 좋다.

이렇다 보니... 뜬금없지만 데스노트의 엘이라면 아주 즐거이 받아들지 않을까.

 

김렛  - 언더락

바 BM

가격 5000원

촌평 - 섬머쿨 나잇 아이템으로 딱. 순한 술로 무더위를 식히고 싶은 이라면 강권한다. 달지만 끝맛 처리가 완벽에 가까워 담백한 맛과 달콤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