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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맨눈으로 개기일식 본 뒤 생긴 후유증 세가지

개기일식 맨 눈으로 본 뒤 생긴 후유증  
 

 
이틀 전, 개기일식을 스낵봉지로 보고, 또 사진을 찍었다. (관련기사 http://kwon.newsboy.kr/1339)

스낵봉지를 가지고 나오기 전엔, 잠깐이지만 맨눈에 맨카메라로 덤볐다. 참으로 바보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잠깐이니 괜찮겠거니 했다. 처음에 걱정한건 카메라. 까딱하면 센서가 녹는다는데. 내가 찍은건 딱 열 두장.

글쎄.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아니 아니, 아니지. 이것보다 더 걱정되는게 있다.

오우, 마이 아이즈...

 

맨카메라로 찍은 사진. 최대로 조리개를 잠그고 셔터속도를 최대 4000분의 1초로 건것도 모자라 블루 필터 효과까지 줘도 이 정도다. 그러니 맨 눈으로 봤던 그 찬란함(?)은 오죽했겠는가.

그 찬란함에 찬란한 후유증이 몇가지 생겼으니, 앞으로 맨눈을 통해 태양 관광을 떠나고 싶으신 분들은 아서시길.

 

1. 눈! 내 눈!

역시나 첫째는 눈이지 말입니다.

실눈을 뜨며 몇차례 봤을 뿐인데도 눈이 아팠다. 처음에 아픈 건 오른편이었다. 스낵봉지로 겹쳐서 보는 동안에도 통증은 점점 확실해졌다. 미러에 비춰 보니 바깥 흰자위가 갈색으로 '그을려' 있다. 핏발이 여럿 곤두서 만들어낸 실핏줄들의 작품이다.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눈을 깜박거렸다. 한 쪽 눈이 환하고 흐릿하다. 백화현상? 나 뱀인거야?

전날 잠을 설친 관계로 잠깐 눈을 붙였다. 두어시간 후 일어나보니...

"이번엔 왼 쪽 눈이 아파."

사이드 당기고 깜박이 바꾸고도 아니고 이게 뭐야. 오른편은 좀 덜한 듯 한데 이젠 왼편이 쑤신다. 그렇다. 쑤시는 듯한 아픔. 통증도 옮겨다니나. 다른게 아니고 통증 때문에 눈을 뜨는게 어렵다.

진짜 조심해야지.

그런데 부작용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계속된다.

 

2. 불면증 엄습!

이건 또 뭐야. 몸은 피로한데 잠이 오질 않아. 이건 또 이거대로 엉뚱 극장이다.

별 수 있나. 두시 세시 네시 째깍째깍 지나도록 아픈 눈을 뜨고 있다가 기분전환이나 할겸 플스2 스위치를 누른다. 정신차려보니 일곱시. 희한한 경험이다. 날밤 꼬박 새면 꼭 다음날 잠깐 눈을 붙여야 하는 체질인데도 뱀파이어가 된 듯 졸음이 없다.

오침을 할까도 했지만 역시나 잠은 없다. 아예 커피 한잔을 끓여마시곤 그냥 취재를 나선다. 별 희한한 부작용일세 그려. 태양에너지가 내 눈으로 흘러들어와 그 막강한 에너지를 나눠라도 주시는건가. 이거 무슨, 태양빛 받으면 기력 회복하는 아돌크리스틴도 아니고.

진종일 뽈뽈대며 돌아다니다가 다시 밤이 찾아오니 그제사 피곤이 몰려온다. 결국은 이틀째 밤에 TV켠 채로 한번도 안 일어나고 뻗어 잤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철야 작업이 필요할 경우 일부러 태양을 보는 것도 방법이려나.

 

3. 돈 씀씀이가 과감해진다?

눈여겨본 혁대가 있다. 가죽이라서 2만원이라나. 쳇, 이미테이션 주제에.

돌아다니며 눈으로 구경만 하던게 어언 3주. 뭐, 사정도 있었지만 확 지갑을 꺼내놓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날은 현금으로 2천원 빼 주는 에누리 성립에 주저없이 확 질러버렸슴메.

어째서인지 인생 뭐 있나 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었다. 이건 대체 뭘까.

훗. 망설임을 죽이고 설레임을 극도로 높여 현실화시키고 싶은 분이 있다면 역이용할수도 있겠네.

혹 이성에 고백하고픈 분 있음? 괜찮은 방법이 있는데...

 

마무리

언론보도에 따르면 실명 가능성이 무지 높은 짓이라고 손을 내젓는다. 저 70%의 실명확률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확실한 건 잠깐이라던가, 살짝이라던가 하며 흘깃하는 것 조차 이만큼 눈이 아프다는 거.

정말이지, 선글라스라도 있지 않다면 잠깐이나마 맨눈으로 보는건 그만두시라. 덤으로 불면증 플러스 금전 관념 저하까지 따라온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주의 - 의학적 근거, 그런거, 없구요. 절대 없습니다. 그냥 알아서 참조하시던가 흘려보내시던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