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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헤어지는 연극단원들의 모습 들여다봤더니...

헤어지는 연극단원들의 모습 들여다봤더니...
대학로 인아소극장 '연애특강' 팀의 이별하는 방법




처음엔 연극 자체가 종연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펼쳐지는 모습은 처음 예상했던 것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연극 도중 예정에 없던 눈물 연기가 나온다. 한 사람이 눈물을 보이니 또 다른 사람이 눈물을 함께 내보인다. 연극이 끝난 뒤, 포토타임 중에도 누군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뒷풀이 자리에서도 눈물이 연이어 쏟아졌다.
12일, 연극 연애특강 114회차 공연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4월 취재했던 연극 연애특강. (인터뷰 http://kwon.newsboy.kr/1198) (리뷰 http://kwon.newsboy.kr/1199)
그리고 며칠 전 인아소극장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쫑파티'와 마지막 무대로의 초대라고. 그러나 찾아가 확인해 보니 공연 자체가 종막을 맞은 것은 아니었다. 공연은 인기를 증명하듯 본래 일정이던 7월말에서 연말로 반년가량 연장됐다. 그런데 웬 쫑파티?

연애특강의 출연진 5인 중 두사람이 이날을 마지막으로 극단을 떠난다. 한예나, 김다희 두 사람이 빠지는 것. 다른 세 사람은 계약 연장으로 남지만 이 둘은 개인사정으로 하차하게 됐다. 연애특강은 남녀 커플 둘과 솔로 한 사람의 5인조가 구성하는 연극. 이번에 빠지는 두 사람은 각 커플의 여성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었다. 실제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다섯사람만의 연극이기에 멤버 교체는 곧장 연극 분위기의 큰 변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극단의 김선정 대표는 아쉽다고 했다. 이제 둘 다 캐릭터를 완성한 시점에 닿았는데 더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됐다는 것. 다음주부터 연극은 새 멤버를 받아 '시즌 2'의 모양새로 출발하게 됐다. 이젠 솔로이자 강사였던 김은아 씨를 한예나 씨의 공백에 투입하고 김다희 씨가 맡았던 역할과 새 강사를 충당할 예정이다.  
 





그들이 호흡하는 마지막 연극을 봤다. 석달전에 이어 두번째. 공연 후, 김 대표는 이제 안녕하는 두 사람을 순서대로 힘껏 끌어안았다. 다른 멤버들과도 똑같이 인사를 나눈다.

한편, 이날 연극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지난번과는 좀 달랐다. 개막 후 열흘 쯤 지났던 시점의 석달 전과 내용 자체는 별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감정의 흐름은 배우들의 연기로 상당히 바뀌었다. 한예나, 김윤식 커플이 지난번엔 보이지 않았던 눈물을 이별과 갈등 부분에서 꺼내보임에 따라 작품이 보다 애절하게 다뤄졌다.  





이 커플은 서로간의 사랑이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글썽글썽한 눈물로 관객 앞에 나섰다. 이에 내 옆에 있던 관객 커플 중 여자친구는 이들과 함께 울먹였고 남자친구가 그 눈물을 달래주어야 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두 사람은 "성공했다"며 즐거워 했다. 알고보니 이 날의 눈물은 예정에 없었다.

"윤식이하고 논의했었어요. 감정 몰입이 잘 된 날엔 한번 객석을 울렸다가 웃겼다가 들었다 놨다 해보자고. 그리고, 아무래도 날이 날이니 만큼..."

역시나. 한예나 씨는 마지막 연극이라는 개인적 분위기로 눈물샘이 동한 모양이다. 김은아 씨도 "내 마음에 취해 순간 울컥"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성공이었다. 그러나 김선정 대표는 '그건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관객이 울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자기 감정을 통제못해 자기가 울어버리면 그건 '조절'이 필요할 때의 실패라고.

한편 이들 커플은 쫑파티 자리에서 이별의 섭섭함을 함께 달랬다. 호흡을 맞추다가 여덟살 차이의 갭을 놓고 티격태격했을 두 사람이지만 여기선 정말 사이가 좋다. 다음 주면 한예나 씨는 미국으로 출국, 그리고 남겨진 김윤식 씨는 김은아 씨와 새로 입을 맞추게 된다. 극중에선 정말로 입을 맞춘다.

"이번에도 네살 차이 나요... 게다가 은아 누나는 담배 냄새가..."

"에어컨에 배인 냄새라니까 그러네."

...듣는 사람 부러워서 죽어버리라는 거냐. 미인들과 번갈아가며 수백번을 입맞추거늘, 행복한 투정이다.




임재호 씨와 김다희 씨 커플도 마찬가지. 앞서 커플이 함께 성장해가는 사랑을 연기했다면 이들은 애교와 닭살로 철저히 무장한 개그 콤비를 연기해 보였다. 이 날 자리에선 어디까지가 연기고 진심이었을까 의심스러울만치 극중과 흡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제 임재호 씨는 새 멤버와 함께 호흡해야 한다. 연출가는 "다희가 큐트했다면 이번 멤버는 섹시하게 다가온다"고 귀띰한다.
참고로.
이 작품 보러오는 관객은 맨 앞자리 좌석을 끊지 않는게 좋다. 아님 우산을 준비해 오거나.
난 분명 경고했다.

쫑파티 자리에서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지난 넉달간(공연 한달 전 소집됐다)의 소회를 털어놓는다. 먼저 떠나는 이들부터 시작. 처음으로 한예나 씨가 속내를 밝힌다.




김다희 씨는 비교적 간결하다.





이들과 석달간 연인으로 지냈던 남자들도 한 마디씩 전한다.




그리고, 김은아 씨. 아까도 위태하더니. 결국 눈물을 쏟고야 만다. 떠나는 이들보다 남겨진 이가 먼저 울고 만다.





내가 넌지시 스텝에게 물었다.

"뜻밖이네요. 떠나는 분들보다 먼저 울 줄은 몰랐네."

"눈이 젤 크잖아요..."






왕눈이의 눈물. 그리고 그것은 결국 떠나는 두사람에게도 감염돼 버렸다. 연기자에겐 특히나 면역성이 없을 감정 바이러스. 김효진 인아소극장 팀장이 떠나는 두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건넬 때, 드디어 그것이 터져버렸다.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도 그들은 언젠가 다시 돌아와 만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헤어짐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맏누이는 이제 서른, 막내동생은 이제 스물 둘. 아직은 이별이 쉽지 않을 나이.







이렇게 그들은 극장이 아닌, 자신들 삶의 진짜 무대에서 하나의 극적인 순간을 나눈다. 그것은 자신들 연기인생에서도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재산으로 남을 젊은 날의 기록이었다. 그렇기에 주워다 담을 수 없는 눈물구슬을 만인 앞에 꺼내보이는 것도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