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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노무현의 십계' - 마지막 줄은 당신이 채워주세요

'노무현의 십계' 
'진짜 안녕' 노 전대통령 49재에 바친다 

 
 
하나. 이 나라에서 향후 대통령이 될 자, 절대 청빈하라. 비리가 드러나면 죽음으로서 죄를 갚아야 할지니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자 자신의 목숨을 내던졌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대통령은 '그.러.한.자.리'임을. 절대적으로 깨끗해야 할 자리인 바, 탐욕에 물든 자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족쇄의 자리임을. 

 

둘. 챔피언 아닌 도전자로

그는 대통령이란 최고 권력자의 지위에 오르고서도 5년 임기 내내 약자로서 살았다. 조선 중앙 동아의 3대 메이저 언론에 줄곧 조소를 당했고 검찰을 스스로 적으로 돌렸다. 때론 자신의 지지기반인 여당에서조차 스스로 등을 돌렸다. 가시밭길의 도전의 나날.

사람들은 그런 그를 무능하다고 조소했다. 그러나 이젠 뒤늦은 짝사랑에 빠졌다. 그는 적어도 권력으로 통치하지 않았음을 이제사 깨닫는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절대강자의 가면을 버린 채 '지금도 약자'임을 드러냈던 그.

그거 아는가. 도전자는 항상 기댈곳 없는 약자임을. 

 

셋. 함부로 고개 숙이지 말라. 고개 숙일 땐 아끼지 말라

미국 대통령을 만나도, 일본 총리를 만나도, 그리고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도 항시 꼿꼿했던 그. 그러나 봉하마을을 찾아온 이름 모를 시민에겐 기꺼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는 인사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넷. 항시 돌아보라. 그대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검찰에 칼을 들이댔다. 우리들, 그런 그를 바보천지라 불렀다.

이제 우린 그 바보천지가 위대한 도전을 했던 게 아닌가 다시 되돌아보고 있다. 이 나라,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바보같은 싸움을. 비열한 싸움과 바보같은 싸움 중 무엇을 하고 싶나. 선택은 자유다.

 

다섯. 큰 것은 네가 결정해도 작은 것은 쉬 결정치 말라

2007 남북 정상선언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에 하루 더 머물다 가라고 권했다.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이 아래에 깔려 있었다.

노무현은 "나보다 더 센데가 두 곳이 있는데..."로 말문을 열었다. 강경한 '노'도, 피동적 '예스'도 아니었다. 쉽게 찾지 못할 돌파구.

상대는 불쾌한 듯 "일국의 대통령이 그거 하나 결정 못하십네까"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큰 것은 내가 결정해도 작은 것은 내가 결정치 못한다"고 답했다. 며칠 후 혹자는 그것을 카운터 펀치라 평했다. "절대권력의 독재를 비판한 그의 완승"이었다고.

 

여섯. 작은 것은 연연하지 말고 내주되 자존심은 내버리지 말라

"인민은 위대하다"

노무현은 남북정상선언 방북 당시 저 말을 방명록에 남겼다. 보수언론은 일제히 이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곧장 반문했다. '인민'이란 말조차 허용치 못하면서 무슨 통일과 화합을 논하며 그들을 끌어안느냐고. 

그러나 저자세는 용납치 않았다.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접하며 상대의 기 싸움엔 "그냥 짐 싸서 돌아갈지 모른다"고 화답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때 우린 머릿속을 전환하던가 가슴속을 환기시키던가 하며 스탠바이한다. 그런데 그 중 하나만으로는 쉽지가 않다. 여기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경중을 정확히 잴 괜찮은 추 하나일지도.

 

일곱. 당장의 훈장에 연연하지 말라. 세상의 평가는 한 숨 돌린 뒤 찾아온다

FTA협상 타결. 그러나 쇠고기 협상만큼은 후일 논의로 남겨뒀던 노무현.

정권교체 후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2개월만에 이를 타결시켰다. 곧장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며 자신의 치적을 인정받고 싶어 했다.

결과는 토네이도와 같은 역풍. 국민들은 몇번이고 광장을 채우며 '아웃'을 외쳐댔다. 정운천 농림수산부 장관은 옷을 벗어야 했고 훗날 PD수첩을 고소했다. 반면 박홍수 전 장관은 PD수첩에서 "그건 당신들 욕심이고 희망사항이지..."란 멘트 등으로 당시 상황을 밝히며 쇠고기 공격수로 활약하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

장기말이 퇴장할 땐 둘 중 하나다. 희생양이거나, 게임의 열쇠였거나. 평가는 당신에게 맡긴다.

노무현은 집권 당시 "한게 뭐가 있느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런데 그가 물러난 뒤, 후임자는 "전시행정"이란 정반대 비난에 휩싸였다.

이거 하나만큼은 당신의 답을 듣고 싶다. 진정 행하기 더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여덟. 원망하지 말라

마지막 유언에서 그는 "원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내에 대한 말이었고, 또 세상을 향한 메시지기도 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영결식에서 "당신은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린 원망하겠다"며 울먹였다. 끊어지지 않는 추모 물결 속에서 사람들은 그 한마디에 담긴 백마디의 무게를 곱씹어보는 것이었다.

 

아홉. 바보라고 인정하는 바보가 되라

바보 노무현. 그가 불리기를 즐겨했던 그 별칭. 융통성없고 한없이 고지식한 신념의 사수, 계산성 제로의 나날을 그는 거기서 위안받았다.

그런데 솔직히 나 바보요 하고 인정하는 바보가 바보 맞긴 한건가?

 

열. 마지막 남은 빈 자리

십계의 마지막 열번째 자리는 채우지 못했다. 나머지 하나는 저마다 다른 하나를 새겨넣는 편이 보다 좋지 않을까.

'간지나게'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비주류', '야인'에서 키워드를 찾을 수도 있겠다. 때론 좋고 나쁘고의 표현에 관대했던, 해서 비난도 감수해야 했던 그 특유의 지도자상을 언급할지 모른다.

노무현의 십계, 그 마지막 계율은 당신이 장식해 주길.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