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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어제가 칠월칠석? 양력이냐 음력이냐 그것이 헷갈리네

[게시판유랑] 헷갈리는 칠월칠석

어제, 아는 사람들과 달밤 거리를 걸을 때였다. 달은 더할 나위 없이 둥근 밤이었다. 
"달이 떠오른다~ 가자!"하며 내가 노래를 부르자 휴대폰을 꺼내 들춰보던 A씨, "맞다, 오늘이 보름이야"하고 맞장구를 쳐줬다.(요샌 휴대폰 달력으로 음력 날짜도 알 수 있나 보다)
그리고 아직 젊은 여성이라 여러모로 감수성이 예민한 A씨(28세), 오늘 날짜가 7월 7일임을 환기하며 이러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정말 오늘 칠월칠석이네!"
허나 난 그녀에게 맞장구를 쳐 줄 수가 없었다. 
"칠월칠석은 음력날짜로 7월 7일 아녜요?"
옆에 있던 B씨도 "음력이 맞아"라고 의견을 냈다. 참고로 B씨는 어느정도 연륜이 쌓인 남자(40세)다. 그러나 A씨의 눈은 저 보름달만큼이나 휘둥그래 졌다.
"아닌데? 오늘 비 왔잖아요!"
"비 오는 거 하고 무슨...?"
"칠월칠석날 비 오잖아요. 슬퍼서."
나는 순간 말을 더듬었다.
"그...그렇게 따지면 크리스마스는 항상 눈 오겠네?"

그런데 돌아와 인터넷을 열어보니 '칠월칠석'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중에 포함돼 있다. 이젠 나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다음날인 오늘 아침, 칠월칠석을 검색해 봤다. 으음. 예상한대로(?) 어제 오늘 칠월칠석을 키워드로 한 블로그 포스팅이 엄청나게 많이도 나온다. 게시판유랑이 아니라 블로그유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번엔 칠월칠석이 음력이냐 양력이냐를 다시 확인해 본다. 온라인 백과사전은 확실히 명기하고 있었다. '음력 7월 7일'이라고. 역시나, 온라인 오프라인 할 거 없이 음력과 양력이 상당히 헷갈렸던 모양이다.
물론, 음력임을 알고서 글을 올린 블로거도 꽤 있다. 각 블로그를 살폈더니 "물론 진짜 칠석날은 음력이지만..."을 전제한 글이 꽤 됐다. 예를 들어, 다음 블로거 여운 님은 제목부터 '양력 칠월칠석날에'(http://blog.daum.net/ajassii/15970313?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ajassii%2F15970313)를 뽑아다가 "물론 올해의 칠석날은 8월 26일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오늘(7일) 소낙비가 내렸다'며 그 칠석의 분위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것이었다.
양력 7월7일날 칠월칠석을 논하는 것엔 일본 문화도 일조하고 있음을 오늘에야 알았다. 일본에도 칠석날이 있고,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은 양력 7월 7일, 그러니까 정말로 어제 그것을 치뤘다나. 해서 이에 관련한 포스팅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또 한번 "그래서 칠석 포스팅이 꽤 되는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그 예로 이글루스의 키라메키7 님은 "칠월칠석입니다"(http://kirame7.egloos.com/2366392)를 등록하며 역시 "어디까지나 일본 기준의 칠월칠석이며 한국은 음력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글은 일본 인기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공식 홈페이지에서 펼쳐진 소원 적기 이벤트에 관한 내용, 그리고 역시 인기애니메이션인 럭키스타의 쌍둥이 캐릭터 자매가 설정상 생일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이러저러한 말이 없는 칠월칠석 관련글들이 상당히 많아서 말이다. 주인장들이 이를 알고 있는지, 아님 정말 양력으로 잘못 알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분명 헷갈리거나 잘못 아는 양반들 꽤 될 터. 이건 이거대로 꽤 재밌는 현상이다.
이글루스 유저인 세뇌 님은 헷갈렸다가 이를 알아차린 케이스. 8일 '아침부터 비'(http://ilikgirl.egloos.com/4183364)를 통해 한국은 양력이고 일본은 음력임을 그제사 알았다고. 티스토리의 성마가렛수녀 님 역시 7월7일(http://buff3007.tistory.com/10?srchid=BR1http%3A%2F%2Fbuff3007.tistory.com%2F10)을 통해 "그렇다 여러분, 애석하게도 무식한 나는 음력 양력 개념조차 없다"며 순간 착각했음을 실토했다.

한편, 이 날 칠석 포스팅 중 가장 눈에 띄는 이야기는 역시나 비. 그리고 슬픈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싸이월드 유저 정은숙 님의 '칠월칠석'(http://www.cyworld.com/ss830512/2648580)은 견우 직녀의 만남과 반나절의 비를 보며 변화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평소 비오는 것을 싫어하지만 오늘만큼은 1년간 기다린 그들 만남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좀 더 오래 만나고 좀 더 흐리고 좀 더 비가오길 빌었다고.
"반나절이 지나고 해가 돌아오고 비는 그쳤다. 왜 벌서 헤어졌을까 왜 더 만나지 않았을까..."
그러다 마지막엔 실소. 알고보니 양력이었음을 그제사 알았다고.

사실 중요한건 음력 양력이 아닐지도. 솔로들, 혹은 불안한 사랑을 나누는 이들에겐 칠석날과 비의 이미지가 안겨주는 애달픈 느낌이 무척이나 큰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센티멘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블로그 동향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