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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내가 말하는 몽구, 경찰소환된 그에 건넨 '담대하라' 문자의 뜻은...

[인터넷저널리스트의이야기]6. 기자, 파워블로거 몽구를 말하다 
경찰서 소환됐던 그에게 보낸 메시지의 사연 
 

 
# 인터넷 시대를 맞아 언론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터넷 저널리스트들의 이야기. 인터넷 기자, 블로거 기자들이 털어놓는 오늘날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들어본다.

 

1일. 독설닷컴(http://v.daum.net/link/3565488/http://poisontongue.sisain.co.kr/960)에 실려온 소식.

'미디어몽구 경찰 소환'

3시 소환이라고 했나. 시계를 보니 지금이면 아마도 한참 조사를 받고 있지 않을까.

그에게 문자 메시지로 뭔가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무슨 말을 남길까 하다가... 선택한 것은 이거였다.

       
       
 "담대하게!"

나와, 그만의 짤막한 주문. 우리만이 그 의미를 아는, 사나이들의 메시지였다.

 

[인터넷저널리스트의이야기] 6. 기자, 파워블로거 몽구를 말하다

 

작년 봄까지만 해도 난 다음 블로거뉴스(현 다음 뷰)가 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이 세계에 들어서게 되고, 운이 좋았던 것인지 초장부터 파워블로거들과 연을 맺게 됐다. 인연은 또다른 인연을 가져왔고 마침 타오른 촛불정국이 그 기회를 오프라인 취재를 통해 확대시켰다. 물론 그들의 영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몇번의 만남을 거듭한 후에야 알았다.

촛불집회는 서울이 참 좁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었다. 광화문에만 나가면 약속이라도 한듯 아는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먼저 인연을 맺었던 한글로 님은 그 특유의 포니테일 덕분에 뒤에서 보면 더 눈에 띄었는데 아는 체를 하면 옆에 또다른 남자 하나가 동행하고 있었다. 당시 그와 태그매치 파트너로 활약했던 파워블로거, 그가 몽구였다.

그는 상당히 특이하다. 가끔가다 내게 나이를 물어온 후엔 "나보다 형인줄 알았다"고 놀라곤 하는데, 나 역시도 가끔 그가 나보다 몇살 적은 소년처럼 느껴지곤 한다. 동안이라서? 글쎄. 그보다는 그의 평소 모습들이 장난꾸러기의 그것과 비슷해서겠지.

    


  
  ▲ 출처 고재열의 독설닷컴 (http://v.daum.net/link/3565488/http://poisontongue.sisain.co.kr/960)  
 


지난 4월 금산으로 공동취재 나갔을 때 모습. 하필 이날 내가 찍은 사진이 다 날아가버린 통에 대신 고재열 기자의 사진을 소개한다. (계속해 보면 알겠지만 지금 내가 가진 사진은 그의 뒷모습 뿐이다)

나도 저 모습을 보며 '사진이 된다' 싶어 찍었었는데... 고 기자 역시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애들 비눗방울 놀이가 재밌어 보였는지 냅다 달려가선 집어들고 함께 논다. 영락없는 어린이다.

     
  
이건 지난 6월 10일 시청앞 광장 집회 도중의 일이다. 이 날도 딱히 약속을 잡지 않았건만 그와 딱 마주쳤다. 함께 돌다 보니 저 측엔 창천항로 박형준 기자가 보인다. 장난끼가 발동한 그가 평범하게 인사할리 없다.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놀래킬 타이밍만 기다린다. 뒤에서 붙들자 이후 박 기자의 말이 걸작이다.

"어휴... 권 기자님, 이 사람 변태 아저씨예요."

이런 일도 있다. 지난달 연세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가 불발될 위기에 처했을 때, 나는 세트가 설치되던 한밤의 노천극장을 찍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문자 하나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의 메시지였다. "방금 전만 해도 정문앞에 아무 일 없었잖아?" 하며 냅다 뛰어갔다. 걸어 10분코스를 헐떡이며 3분에 주파.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저 멀리선 몽구 님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거짓말이야."

내가 안으로 들어가는 거 보고선 잠시후 장난기가 발동했다나. 혹 이런 특종 노렸던거야? '프리랜서 기자, 욱해서 블로거 기자 폭행 - 1신' 뭐 이런 거.

장난 뿐 아니라 호기심도 많은 모양이다. 그게 그의 발빠른 기동성의 원천일까. 그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라면 항시 그 자리에 있다. 아니, 내가 가는 곳엔 항상 그가 있다 해야 하나. 혹 그가 있나 둘러보면 꼭 그 자리에 있다. 기성매체에선 미처 캐치하지 못한 곳을 밝히는 건 그의 인기요인. 프로기자 못지 않은 정보력으로 시의성을 선점하고 있다.    

     
  
이건 지난 노 전대통령 추모콘서트장. 결국 연대가 아닌 성공회대로 무대를 옮겼다. 여기에도 그가 있었다. 기척을 지우고 다가가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더니 돌아보며 화들짝 놀란다. 깜짝깜짝 잘 놀라는 것 또한 어린이같다.

그렇다고 소심한가 하면... 그건 아닌 모양이다. 독설닷컴 고재열 기자 주재, 농림수산식품부 초청으로 여러 블로거가 금산으로 공동취재에 나설 때, 나도 몽구 님에게서 "재밌는 기사감이 있다"는 전화에 끌려 동참하게 됐다. 헌데 이에 대한 자세한 소식을 전해듣지 못해 이것이 농림부 행사임을 알았을 때는, 이 날이 또 하필 쇠고기 협상 타결 1년째 되는 날이라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마침 전날엔 이에 대한 기사를 내보낸터라 농림부 입장에서도 달가울 터가 없는 나다. 헌데 여기서 만난 농업벤처대학 학생들은 블로거들이 농어민들을 홍보해 주러 온다는 소식에 자신들이 재배한 농수산물을 선물로 안겨주고, 하루종일 코스라지만 식사까지 대접받게 돼 부담스럽기도 했다.

가시방석위에 오른 듯 부담스러워 하는 내 눈치를 보더니, 그는 대뜸 어깨를 툭 쳤다.

"어유, 내가 그 맘 모를 줄 알아요? 걱정말아요. 이건 이거지. 왜 그것과 연관 시켜. 상관없다니깐."

"그런가..."

그 때 그가 내게 해 준 말이 그거였다.

"남자는 담대하게!"

담대하라... 담대하라... 덕분에 난 그날 기사를 4건 생산해냈고. 이 중 2건은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걸렸다. '이건 1년전 것과 다른 내용이다', '필시 농어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짤막한 한마디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담대하란 말은 그 다음에도 몇번 이어졌다. 함께 다니다 식사를 해결하거나 할때면 그가 페이를 가지고 농을 칠 때가 있다. 헌데 나로선 그게 농으로 들리지가 않는다. 지갑이 가볍다 보니 그냥 심각해진다. '나 돈없어 도망칠테니 네가 독박써라'고 할 때는 압권이었지. 나중엔 이 때 곤두선 신경이 다른 일로까지 이어져 싸운 일도 있다.

그는 그 때마다 나더러 담대해지라고 한다. 쳇, 여유가 있어야 그것도 가능한 거라고.

그런데, 이번엔 내가 그에게 그 말을 들려주게 됐다. 지난 1년간 그를 옥죄어오던 고소건, '왜 아직 전화가 없는지 몰라'하며 토로하던 그것이 결국 경찰소환으로 이어졌다.

난 그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힘내세요? 아니면..."

문자로 건넬 메시지는 그리 많은 내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 눈에 확 들어오는, 뭔가 에너지를 보충시켜줄 뭔가가 없을까 하다가 내린 결론이 바로 저거다. 담대하게!

       
    
그가 내게 주문하던 것을, 이제 내가 돌려준다. 담대해져라. 아마 나보다도 자신이 그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겠지.

한참 지난 뒤 그가 답장을 주긴 했는데 센스없이 장문으로 보냈네. 같이 소개할까 했는데 말야, 재미없게시리.

지금 그의 속내는 알 수가 없다. 어쩜 이제사 '올게 왔다'는 생각에 오래 가던 마음의 짐을 놓고 편하게 지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진정 담대하라는 주문을 받아들인 거겠지. 그게 아니면 역시 그도 자신의 벽 안에 갇혀 숨막혀 할지 모른다. 다만, 그것이 극도로 치닫다 못해 자기가 걸어 온 날들의 모든 것들을 회한의 기억으로 밀어넣진 않길 바랄 뿐.

'담대하라!' 그와, 나와, 그리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인터넷저널리스트들이 외우게 될 주문이다. 한 순간, 지쳤던 자신의 에너지를 급속히 채워넣어 줄 마법의 주문이길 빌며. 우리들의 내일이 부디 안녕하길.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