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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의 칵테일] 5. '알콜주스', 초심자에 적격인 피치크러쉬

[바의 칵테일] 5. '알콜주스', 초심자에 적격인 피치크러쉬

 

  

복숭아동자를 떠올리다

생일 다음날 찾은 바 BM, 바텐더의 추천을 받아들이고 난 뒤에야 느꼈다. 생일을 자축하는 의미의 칵테일이기도 한 피치크러쉬... 복숭아... 복숭아동자라.

일본에선 복숭아동자라고, 왜 유명한 전래동화가 있지 않은가. 첫 등장이 어머니의 육신에서 태어날 때마냥 복숭아 안에서 벌거벗은 채로 나온다고 했나? 으음. 생일 자축잔에서 이걸 떠올릴 줄이야. 재밌는 일치점이다. 

 

술 못하는 이들, 모여

이번 칵테일은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즐거이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다. 만화 바텐더에선 프로즌... 뭐시기지. 헤밍웨이가 즐겨 마셔 유명해졌다는 그 칵테일을 초심자의 메뉴로 권하던데. 사사쿠라 류가 술 못하는 '사회 초심자'에게 이를 권했었지 아마. 그렇다면 나는 이 칵테일을 권한다.

정말이다. 진짜로 주스처럼 마셨다니까.

 

이 친구 뭐야. 미드필더야?

처음으로 재료를 찍었다.

들어간 술이 그래도 알콜도수 20도라고는 하는데... 대체 알콜은 어디로 다 날아간거야? 잔에 담기는 피치크러쉬의 3분의1을 차지한다는데 진짜로 믿거나 말거나. 

 

피치 트리. 이 칵테일의 복숭아맛은 모두 이 술이 전담한다. 바텐더는 이 술이 들어간 칵테일은 모두 맛이 좋다고 했다. 다만, 이 술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다른 재료와 섞이면 훌륭한 맛을 전담하지만 자기 혼자선 안 된다는 건가. 여러모로 재미있는 술일세. 마치 센터포워드에게 킬 패스하는 미드필더 같다. 자기 혼자선 골을 못 넣지만, 경기의 실세는 누가 뭐래도 자신임을 은근하게 내보이는 그런 술이란 건가.

나머지 재료는 거의가 주스라고. 복숭아 맛은 저 술이 전담하기에 정작 복숭아주스는 없고, 나머지는 레몬, 애플 등 다른 과일의 주스가 담당한다. 맛에 신 맛이 강한 것은 레몬 때문.

 

신 맛 강한 과일주스 맛

복숭아와 레몬 등의 과일맛이 한데 쉐이크된 이 칵테일, 맛도 다양한 과일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혼합음료의 맛을 연상시킨다. 적절하게 시큼한 것이 상쾌하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술이라고 하던데, 이쯤하면 여성 남성 할 거 없이 과일주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난하게 마실 수 있다.

다만 알콜도수를 느낄 수 없는데다 너무 '주스틱'하니까 술을 마신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게 되는데, 톡 쏘는 술을 찾는 사람에겐 '재미없다'란 무료함을 가져올 수 있다. 찾는 사람은 계속 찾고 안 찾는 사람은 들여다보지 않는 극과 극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무더위 갈증에 적격, 양은 많지만 금방 마셔버리니 일단 감안할 것

더위를 식히는데 있어 좋은 칵테일이다. 양도 많고 독한 기운도 없어 벌컥대며 마실수도 있는, 어떤 의미에선 스트레이트보다도 더 원샷이 용이한 술. 운동선수들이 레몬즙을 휴식시간에 맛보듯, 시큼한 맛도 떨어진 스태미너를 북돋워 주는데 일조한다.

그렇기에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 술 한잔을 앞에두고 천천히 음미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겐. 뜻밖에도 저 덩치 큰 친구, 단번에 사라진단 말이다. 더운 날 들이키는 주스처럼 생각없이 그냥 마셔버릴 수 있으니 처음부터 이를 의식하도록.

 

조용하게 찾아오는 쉐이킹의 거품

이 칵테일도 들고 흔드는 쉐이킹으로 만들어진다는데, 이렇다 할 큰 퍼포먼스 없이 그냥 찾아온다. 조용히 바 위로 스윽 올려지는 것을 보면 기분좋게 거품이 떠올라 있다. 복숭아빛 위로 얼음과 거품이 혼합된 모습이 꽤 예쁘다.

업무에 치여 기력이 떨어지고, 술은 못하고, 그럼에도 자극은 필요하고, 신선한게 땡기는 퇴근 길, 가볍게 한 잔 마시기에 괜찮은 칵테일.

 

피치크러쉬 (피치트리)

신촌 바 BM

가격 - 6000원

촌평 - 술 못하는 사람의 여름에 추천 한 방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