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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쥐를 잘 잡는다던데...' 고양이와 부엉이는 급호감 동물?

'쥐를 잘 잡는다던데...' 고양이와 부엉이는 급호감 동물? 
'다시, 바람이 분다' 콘서트장에서 벌어진 이야기 

 

    
 
21일 서울 성공회대 앞. 노무현 전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던 사람들 앞에선 여러가지 아이템이 판매 내지 배포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 시선을 붙잡던 5000원짜리 티셔츠가 있었다.

'2MB 잡는 티셔츠'로 명명된 이 티셔츠는 노란색상에 고양이를 프린팅한 제품. 반응이 좋아 여기저기서 지폐를 꺼내들고 '사이즈 있느냐'를 물어온다. 그간 '요물'이라며 천대받던 고양이가 문화적 변화 등 이유에 애완동물로 각광받고 있다는 소식은 익히 들었지만, 이런 이유로 호감형 동물이 될 줄이야.

학생들은 "2MB 잡는 고양이 티셔츱니다"를 외치며 셔츠 판매를 홍보하고 있었고 이를 바라보던 이들 사이에선 순간 실소가 터져나왔다. 사이즈 하나는 이미 품절돼 곤란해 하기도.

     


  
이를 바라보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말 나온김에 또다른 '동물'을 언급하고 있었다. 

"부엉이가 쥐를 그렇게 잘 잡는다네?"

한 아저씨의 말. 사람들의 귀가 순간 이 곳으로 향한다. 이번엔 부엉이인가. 소형 야생동물에 있어 달밤의 공포로 불리는 그 사냥꾼 말이다.

그런데, 사실 부엉이 역시도 그리 호감형 동물은 아니었다. 과거 손범수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야생 동물 탐사 다큐멘터리의 기억이 떠오른다. 부엉이는 지혜롭고 모성애가 강한 동물로 그려져 왔지만, 한 편으로는 본인(?)에게 있어 제작진에 불쾌함을 나타낼 만치 곤란한 사실도 함께 노출되고 있었다. '지저분한 동물'이란 이미지였다.

'부엉이의 지혜'라는 타이틀로 방영됐던 촬영분은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너무나 임팩트가 강했던 것. 제목은 '지혜'라고 달았건만, 기억에 남는 건 '끔찍하다'란 감상이다. 부엉이가 물고기를 잡아다가 거처에 가져왔는데, 글쎄 먹지 않고 부패할 때까지 그냥 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물고기가 퍽 터져나가며 안에서 벌레들이 득시글대는 영상이 나오자 패널들이 경악하며 입을 손으로 막던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다. 그 장면을 봤던 한 지인은 시간이 지나 부엉이에 대해 이처럼 회자하기도 했다.

"그렇게 더러운 동물은 태어나 또 본 적이 없어..."

알고보니 부엉이는 먹잇감이 있으면 무턱대고 다 잡아올리는 습성이 있다나. 한편으로는 이 때문에 재물복의 상징으로 대접받기도 한다고. 그치만 역시나, 그 영상은 여러모로 소름이 끼쳤었지.

그 외에도 부엉이는 한국 사회에서 오래도록 흉조로 인식돼 왔다. 불효의 상징으로 불렸고, 역사적 기록에서도 임금이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린 날엔 모든 정사 보고를 듣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젠 '쥐를 잘 잡는다'란 말 한마디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대상이 됐다.

전대통령의 추모콘서트 앞에서 벌어졌던 이야기. 과거 5공 시절이라면 '국가원수모독죄'가 두려워 술자리 안주거리로도 꺼려졌을 웃지 못할 말들이다. 며칠 전엔 아예 딴지일보가 시국선언 '찍찌리리리릭'을 발표해 네티즌들에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 그치만 당장엔 웃더라도 결국엔 씁쓸하게 입맛을 다셔야 하는, 한국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물론 국가 지도자가 비하의 목적으로 동물에 비유되는건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다. 멀리 볼 거 없이 당장 노 전대통령만 해도 두꺼비, 개구리로 불리지 않았던가. 뭐, 지금도 별 다를 건 없다. 지난번 서울대 시국선언장에 난입한 보수단체에선 '개구리', '강아지가 죽어도 서거라 할거냐' 등의 말이 터져나왔으니까.

그럼에도 '옛날엔 안 그랬나'라고 묻어두기엔 너무 뒷맛이 쓰다. 국민으로서의 욕심때문일지도. 그저, 민심의 불만에 희화적으로 그려지지 않을, 이상적인 군주를 또다시 다음 번에 기약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일지도. 불가능한 욕심일지도. 그치만 여기저기서 국정을 성토하는 시국선언이 터져나오고 대통령을 쥐로 부르며 '쥐 잡는 동물'이 급호감으로 전환되는 현 상황은 안주거리로 삼기에도 끝맛이 너무도 썼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