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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노 전대통령 추모콘서트 중 바람은 언제 불었을까요?

노 전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불어온 노풍 그리고 바람  
 
 

 

21일 저녁. 예정대로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신촌 연세대가 아닌 항동 성공회대에서 바람을 기다리게 됐다. 입구를 향해 줄지어진 인파, 그리고 노란 풍선.

이것은 또 하나의 바람이었으니, 바로 다시 부는 노풍이었다.

     

       

'교통 정체'는 오래도록 계속됐다. 한 사람은 "1시간 전쯤에 나왔는데 아직도 여기에 있어"라고 밝혔다. 모두 수용될 수 있을지 여부를 걱정해야 할 상황.

     
  
저 너머에 눈길을 끄는 이가 있다. 말로만 듣던 가수 전인권 씨. 선글라스 너머의 알 수 없는 얼굴.

     
  
'바보 노무현'. 그 '바보'라는 말은 언제까지나 그와 계속되는 걸까. 하다못해 '디시인사이드'에서도 금칙어로 사용 못하게 막는 그 말을 듣기 좋은 찬사로 만들어 버린 것은 그 나름대로 그의 족적이다.

      
 
천막 프레스센터를 찾았더니 프레스카드가 모두 떨어졌단다. 내가 받아든 건 볼펜으로 적은 확인증. 여튼 자유로운 출입은 보장받게 됐는데, 곧장 공연장으로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바깥에서 볼 거리가 너무도 많았다.

"많이 팔았어요?"

한 잔에 5000원, '노무현 머그컵'. 판매하던 학생은 '이제 시작한지라...'라며 얼버무렸다. 하지만 곧장 한 사람이 다가와선 얼마냐며 하나를 집어들었다.

       



공연장인 대운동장. 스탠드 위에도, 좌석에도 이 무료공연을 찾은 관객들이 들어차 장관을 이룬다. 노란 풍선과, 노란 티셔츠와, 노란 손수건이 행사장을 물들였다.

나는 하늘 저 너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푸른 하늘과 구름, 미루나무 사이에서 바람의 기척을 느끼려 했다. "바람이 불어오면 당신도 찾아온 것으로 알겠다"는 타이틀은 아무리 생각해도 '작품'이다. 정말, 그가 찾아왔는지 피부로 느껴보고 싶었다.

"바람은 부는가."

'......'

"바람은 불 것인가"

'......'

만화라면 '쏴아아'하는 글자가 하늘 위에 펼쳐져야 할 시간. 그러나 아직은 뺨 위로 그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질 않는다.

"바람은 불 수 있는가"

'......'

       


   
그의 영정이 눈에 들어온다. 혹, 이 앞에서 산들바람이 일까.

"언제쯤?"

'......'

     
  
공연 개시. 1시간여가 지체돼 7시30분께 드디어 막이 오른다. 락그룹 피아의 무대가 사람들 속을 열기로 채워간다. 바람을 기다리는 노풍은 어느새 열풍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 바람이 된 그가 언제쯤 우리 곁을 휭하고 스칠지. 어둑해진 밤하늘을 향한 기약없는 기다림. 그렇게, 다시 1시간...

유시민 전 장관이 게스트로 무대를 찾았다. 그는 노무현 전대통령 앞으로 '사랑합니다'를 불러 봤다. 그리고, 다음 무대의 주인공을 소개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안치환과 자유입니다."

무대 위로 다시 드리워지는 사운드. 그리고 푸른 빛 조명.

그 때였다.

     
  
"어?"

'솨아악'하는 옅은 바람이 내 뺨위를 훑고 지나갔다. 잎사귀가 하늘거리고, 피부 위로는 서늘한 감촉이 계속 전해져 온다.

"......"

'사악'

사람들은 느꼈을까. 하늘거리는 산들바람이 잠시 그렇게 우리 곁을 머물다 갔음을. 야외무대임에도 이상하리만치 바람 한 점 느끼기 힘들던 이 날은, 어쩜 더욱 더 확실하게 그 기척을 느낄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인지도.

"......"

'......'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무대를 돌아설 수 있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