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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연대 노 전대통령 추모콘서트, 바람은 불 수 있는가 - 19일 현장

연대 노 전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은 부는가 
19일 현장... 바람은 21일 성공회대에서 분다 
 

19일, 다음 뷰에서 심상치 않은 소식 하나가 곧장 베스트 상단에 올라 관심을 끌었다. 독설닷컴에서 꺼낸 속보였다.(http://v.daum.net/link/3452780/http://poisontongue.sisain.co.kr/927)

얼마전 연세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했을 때, 학생회장은 추후 일정으로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콘서트를 밝혔었다. (관련보도 http://v.daum.net/link/3352059/http://kwon.newsboy.kr/1270)이것을 위한 학교 내 노천극장 무대 설치를 두고 학교 측의 저지와 학생회의 강행이 충돌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마침 자신은 마감으로 날아갈 수 없으니 다른 블로거들에게 뒤를 부탁한다는 취재 요청을 함께 덧붙인 고재열 기자였다.

      
     
내가 찾아간 것은 오후 6시경. 노천극장에선 무대 설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설치하는 작업인들과 이를 지켜보는 몇 사람의 학생, 그리고 우연히 이곳을 지나치는 듯한 방문자들. 이렇다할 긴장감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출입 계단에 떨어져 내린 노란 테이프가 시선을 잡았다.

     
  
끊겨진 옐로우 라인, 출입통제를 알리는 표지. 현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양쪽 출입구에 떨어져 내린 일종의 '표식' 같았다.

       

학교 정문으로 다시 나와 봤다. 정문 중 가운데 위치한 대문은 굳게 걸어잠겨져 있고, 양쪽의 사이드 통로로 차량과 사람이 함께 오가는 상황. 봉쇄된 정문 앞엔 출입 통제를 알리는 공지판이 나와 있다. 22일 사법시험을 위해 다른 행사나 공사를 중지하므로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는 학교 측 알림판이다.

그런데 2시간 뒤 8시경. 돌아와 보니 이 공지판이 이렇게 달라져 있다.

       

어둑해질 무렵 정문 앞엔 추모콘서트를 알리는 포스터가 주욱 붙어 있고 통제 공지 위에도 도배됐다. 학생들이 이번 상황을 놓고 학교 앞에 내보이는 일종의 시위였다.

     



늦은 밤, 학생들은 정문 앞에서 상황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총학생회와 학교 측의 협의 결과를 기다리며 자리를 뜨지 않는다. 이들 뒤엔 가로막혀 진입할 수 없는 발전차가, 이들 앞에 걸어잠긴 정문 뒤엔 차량출입을 다시 이중으로 막아서는 스쿨버스가 있다. 조금은 이상한 모양새.

 

    
 
고감도 촬영으로 밝아보이지만 실은 완전한 밤. 노천극장은 여전히 지켜보는 몇 사람 앞에서 다음 설치를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다. 극장과 정문 앞,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학교와 학생의 협상 테이블 세 곳에서 실시간으로 계속되는 마라톤 진통.

밤 9시경. 총학생회장이 확성기를 들고 정문 앞에서 상황보고를 한다.


제한 시간이 설정되면서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 학생회장은 상황에 따라 발전차 진입, 또는 발전차가 없는 공연도 염두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사법고시 때문이라면 일정을 늦추는 선에서 협의할 수 있지 않느냐고. 그 역시 그것을 제시했다며 정말 제지 이유가 그것이라면 받아들여질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30분 후. 드디어 학교 측 답변과 협의 사항이 나왔다. 학생들이 시한을 늦춰 7월에 콘서트를 연다면 더이상 제지하지 않겠다는 총장 대리의 약속을 학생회가 받아들였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콘서트 일정 연기를 양측이 수용하면서 하룻동안의 대치는 일단락됐다. 장소를 정리하며 포스터를 뜯는 학생들. 총학생회장에게 다시 다가가 넌지시 물었다.

"포스터 새로 장만하는 비용도 만만찮을텐데."

"원래는 후원금으로 하려 했는데... 이렇듯 연기됐으니 이젠 우리들 스스로 마련해야겠죠."

그는 웃으면서도 입맛이 쓴 듯 했다. 오늘 쓰인 포스터가 1천장, 리플렛만 3천장이라고 밝힌다. 일정이 변경되면서 출연진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일단은 학교 문이 열리고 무대가 펼쳐질 수 있는 것에 대한 만족의 웃음일지도. 다만, 몇시간 뒤 이들의 최종결론은 다시, 바뀌었다.

날짜가 바뀌고, 새벽에 독설닷컴에서 새 소식이 전해졌다. 일정연기를 받아들였던 학생들이 결국은 일정이 아닌 장소를 변경, 시간 변화없이 성공회대에서 추모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http://v.daum.net/link/3452780/http://poisontongue.sisain.co.kr/927)     

  

역시 일정변화는 여러모로 무리였던 걸까. 이렇듯 노무현 전대통령의 추모콘서트는 시간변화 대신 장소변화를 택해 연세대에서 성공회대로 무대를 옮기게 됐다.

추모콘서트의 제목은 '다시, 바람이 분다'다. 공연 중 바람이 불어오면 당신이 다시 이 곳에 돌아온 것으로 알겠다는 추모의 마음을 담은 타이틀. 그 바람이 불 수 있을지 여부가 달린 하루동안의 줄다리기였던 것이다.

결국 풍향은 달라졌지만 여하튼 바람은 다시 불 수 있게 됐다. 20일 일요일 저녁 6시 30분. 성공회대 운동장에 찾아올 바람은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감싸올릴 것인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