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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라이프

[바의 칵테일]74.5도 바카드와 불꽃... 화염의 암살자 '블루몽키즈'

[바의 칵테일]2. 74.5도 바카드와 불꽃...화염의 암살자'블루몽키즈'  
   
  
   

 

내게, 첫번째 바가 된 'BM'.(지난회 참조) 역시나, '블루몽키즈'의 약자였다.

한 주 뒤의 주말, BM을 다시 찾았다. 바텐더는 딱 한번 봤을 뿐인 나를 기억하고선 '오늘은 잔 있어요'라고 말을 걸었다. 과연, 바텐더의 기억력은 기자 이상이군.

이번에 선택한 칵테일은 다름아닌 '블루몽키즈'였다.

 

[바의 칵테일] 2. 74,5도 바카드와 불꽃... 화염의 암살자 '블루몽키즈'




혹여나 "저거 정말 불 맞냐" 의심하는 이가 있을까봐 불꽃이 흩날리는 동영상을 보여드린다.

바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것에서 보듯, 이 곳의 '얼굴마담' 격 칵테일이다. 이 곳 바의 창작품 3가지 중 하나. 참고로 셋 모두 '몽키즈'가 이름에 붙는다.

칵테일을 처음 봤을 땐, '애걔걔' 했다. 이렇게 쬐그마한 칵테일이 있었나? 멋도 모르고 커피전문점에서 비싼 커피를 시켰다가 원액에 가까운 쬐그마한 잔이 나올 때의 충격과 비슷하지 않을까.

불이 붙는다더니, 정말이다. 바텐더가 라이터로 불을 켜자 확 올라온다.

지금에서야 생각이 미친다. 얼마나 도수가 높으면 저렇게 불이 붙겠느냐 하고.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자그마한 잔에 잔잔히 찰랑이는 파란 물결. 순해 보인다. 그러나 보는 것만으로 평하는 것은 죄악.

주문 후 바텐더는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우리 바에서 가장 독한 술이거던요..."

...진작 말을 해 달란 말야.

스트로우를 꽂으려니 바로 마시지 않으면 스트로우가 불길에 녹는다고. 원샷을 하라 그런 말인가. 시도했으나 한 모금 맛보고선 도저히 안되겠더라. 결국 조금씩 입에 대고자 불부터 입김으로 껐는데... 어케 된 불길인지 바의 바닥에 떨어져 붙는다. 대단한...

     
  
  스트로우 장착. 이만하면 충분히 사이즈를 짐작할 듯. 그러나 이래뵈도 무진당 세다.   
 

화염의 암살자  

퍼렁 원숭이. 그러나 소박한(?) 이름과 달리 본인은 이 칵테일에 이런 칭호를 붙인다. 독하기가 비할 바 없다. 취하고 싶은 날 겁도 없이 벌컥댔다간 정말로 뻑 나가 떨어질 술이다.

시원한 칵테일을 원한다면 일단은 추천하지 않는다. 불꽃을 토핑한 덕에 따뜻하다. 게다가 그 알콜도수는 당신의 뱃속을 불길에 잠기도록 하기 충분하다. 커피로 따지자면 정말로 원액에 가까운 원두 커피.

알콜 도수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칵테일이라 정확한 도수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다만, 여기 들어간 알콜음료 '바카드'의 도수는 74.5도. 적은 양에 비해 비중이 꽤나 높은 모양이다. 메뉴의 소개를 보면 '달콤한 작업용'이라고.

...눈이 번쩍 뜨이는 당신 말인데... 알콜로 누군가를 보내 버린 뒤 무슨 짓을 하려고? 거 참 무서운 양반일세. 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간에, 확실히 이걸 두 잔 정도 마시면 멀쩡히 걷긴 어렵겠다. 취하거나, 취하게 하기 딱인 건 사실이란 말씀.

차가운 얼음물 한 잔을 받아들고 술잔을 함께 비웠다. 간혹 물을 섞어 마시는 손님도 있다는데 이 때는 독한 느낌밖에 안 받게 된다 하니 이건 자중하는 편이 좋겠다. 참고로 바텐더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다고 소개했다.

 

달콤한 나락... 떠오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리고, 학살자

그런데 그 독한 기운과는 어울리지 않게 맛과 향은 무척이나 달콤하다. 푸르고 투명한 아름다운 액체가 입 안으로 흘러들어 올 때, 박하의 산뜻함이 퍼져간다. 남성적 느낌.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허니 보이'다. 결국은 여성들도 좋아할 법한 칵테일이란 것. 물론, 술이 세다면 말이다.

     

비주얼이 괜찮다. 조그만 덩치에 맞지 않게 꽤 오래도록 마실 법한 칵테일.
 

칵테일이라기 보다는, 진한 양주를 연상케 한다. 맞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그... 이름이 뭐였지? 주인공을 돕는 그 술 좋아하던 노인. 독한 술을 한 입에 털어놓고선 눈물을 찔끔거리며 마리아를 향해 웃는 얼굴로 말하지.

"이걸로 내 뱃 속의 벌레는 다 죽었을거야."

난 천천히 달래면서 마셨지만, 아마도 천천히 죽어가지 않았을까나. 이쯤하면 암살자라기 보단... (벌레) 학살자?

알콜의 힘을 빌려 한다는 '작업'이라는 게, 다른 '불순한 거' 말고도 있지 않을까. 술기운을 빌려 용기를 내어 뭔가 고백을 한다던지 하는 거 말이다. 그런 거라면 '작업용 칵테일'이란 말에 얼마든지 긍정 표시를 할 수 있겠다. 그 밖에도 뭔가 띵 하고 머리를 울려 두뇌 회전에 자극을 주고픈 사람들(문학인이라던가 하는 이들이 영감을 떠올리고자 술을 마실 때 있잖나)에게 좋을 듯 하다. 단순히 독한 술이 아니라 칵테일답게 운치 있는 센티멘털함을 선사하니까. 가격은 5000원으로 비교적 부담 없다.(물론 양 많은 것을 중시하는 이에겐 상황이 다를지도)

 

블루몽키즈 - 당 바 오리지널 메뉴

바 BM - 신촌

가격 - 5000원

촌평 - 저렴한 가격에 어른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달콤한 얼굴 저 너머에 강한 마력을 숨긴 야누스. 달면서 독한 술을 좋아한다면 감흥이 배가될 듯. 푸른 불꽃과 푸른 술의 조합도 눈요깃감으로 괜찮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