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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

하나로? 정말 이러시면 안되죠

하나로? 정말 이러시면 안되죠


살다살다 이런 표제어를 붙이고 주관기사를 꺼낼 줄은 기자 스스로도 몰랐다. 시론도 아니고, 칼럼도 아니고, 주장도 아니고. '뭐 이런 게 다있냐'고 자문하고 싶다. 정말 바라건데 처음이자 마지막의 '정신나간 짓거리'였으면 한다.

헌데 어쩌겠는가. 정말 욕을 바가지로 퍼먹이는 말밖엔 못 꺼낼테니 이보다 제대로 된 문구도 없지 않은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한 바가지 퍼올리기 전에 먼저, 감사 인사부터 올린다. 요새 내 필력과 통찰력에 자신을 잃고 그만 펜을 꺾고 싶었건만, 댁들 덕에 부활했다. 펜으로 누군가의 등심에 이름 파 주고 싶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뭐 데스크서 한소리 듣겠다 싶긴 하다만은, 정말이지 이번엔 도무지 파르르 떨리는 손을 멈출 수가 없다. 이성도 아니요, 그냥 단순히 감정이라 부를 성질의 것도 아니다. 지금 나를 움직이는 것은 극단의 살의.

언젠가 이 시대 독설가의 지존... 아니, 이걸로는 찬사가 부족하지 싶다. 지명한 표적을 우울의 끝자락으로 몰아넣는 희대의 '정신 살인마', 진중권 교수가 어느 칼럼의 제목 끝에다 이렇게 쓰고 붓을 '살짝' 뗀 적이 있다. "돌았냐?"라고.

사전양해 없이 무단으로 차용해 이렇게 묻겠다. "쳐돌았냐, 하나로?"

왜 이렇게 '오바'냐고? 간단히 답하자면 이렇다. 당신들은 지금껏 기자랍시고 살아왔던 나를 물먹이다 못해 '물먹는 하마'로 만들어버렸다. 내 신상을 팔았다는 배신감 이상의 것이 치솟고 있는데, 차근차근 설명해 주마.

난 당신들의 '주력' 하나포스를 장기간 사용한 고객이다. 며칠 후면 개통 3주년이 된다. 초장부터 자동이체, 이용료 연체 한번 하지 않았고 불만 전화 한번 날린 적 없는 으뜸 고객이다. 하도 "하나TV 보세요"라고 노래를 불러대기에 "다시 전화하면 케이블을 물어 뜯어버린다"고 으름장 한두번 놓은게 전부다.

뭐, 그건 좋다. 당신들의 한달이 멀다하고 날아오던 마케팅 전화, "다 그러려니"하고 넘겼다. 앞으로도 "그러겠거니"하고 체념한 채 살아줄 수 있다. 글 쓰고나서 진짜로 물어뜯지만 않는다면.

그간 다른 경쟁사에서도 "걔네들 끊고 우리한테 와요 오빠 오어 언니, 잘 해 줄게"란 러브콜 많이 들어왔다. 분명 말하는데 나 당신들에게만 목 매달고 살 만큼 인기없는 고객 아니다. 비록 당신들에 애착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귀찮아서였겠지만, 어쨌건 누가 각종 할인에 선물 혜택으로 유혹해 와도 "나 하나포스 쓰니까 다른 손님 알아보시라"며 뿌리쳤다.

뭐, 그것도 좋다. 당신들더러 이거 알아달라고 한 짓도 아니니까. 헌데 결국은 그게 최악의 바보짓이었다.

어째 지난 몇년간 이상할 정도로 스팸광고가 쏟아진다 싶었다. 언젠가부터 문자로 사채 쓰라는 광고가 들어오고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인물들이 전화로, 혹은 메일로 친근히 내 이름을 부르더니만 쓰잘데 없는 걸 사라고 성화더라. 지금 생각해 보니 "제 이름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한 번 물어보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가르쳐 줄리 만무하지만 이토록 우직하다 못해 갑갑한 자신을 떠올리진 않았을테니.

그래, 그 모든 것의 원흉이 너였냐, 하나로? 

사실은 이것 까지도 좋다. 아니, 좋을리야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뇌가 뒤집힐 듯 노여워하진 않았을 게다. 그럼 뭐 때문에 이토록 성화냐고?

내가 며칠 전부터 무슨 기사 썼는지 아는가. 비록 대단할 것도 없고 다른 동업자들도 다 써서 알렸겠지만 현재 최대 이슈인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기사...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일부턴 당신들이 주역이고 이제 저들은 당신들을 위한 전주곡에 지나지 않겠지만. 여하튼 며칠간 기자랍시고 여기저기 쑤시며 중국에서의 정보 밀거래 대책이니 뭐니 묻고 관련 정보통 인터뷰에다 네티즌 반응까지 쏟아냈다. 그걸 당신들 망을 통해 죄다 전달했다. 헌데 진짜 적은 저 멀리 물건너가 아니라 여기에 있더라.

날 물 먹였냐, 하나로?

다시 말한다. 이 모두가 당신들 망을 통해 송고하고 독자들에게 알린 것들이었다. 정작 내가 쓰고 있는 이 통신망의 주인이 내 신상을 돈 받고 여기저기 밀거래한다는 건 생각치도 못하고 말이다. 정작 본인이 뜯기고 있음은 생각도 못하고 독자들에 조심하라 당부하듯 기사를 전달했으니 이런 한심한 작자가 또 없다. 정보를 보호하고자 어떤 대책이 논의되고 있고 어떤 자들을 조심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진짜 도적인 당신들을 통해 지금껏 전해 왔다니. 사람 우스워지는 거 참으로 쉬운 거였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지금껏 프리랜서 기자질하며 유일한 파트너로 삼았던 댁들에 대한 배신감도 억누를 수가 없다.

얼마 주고 팔았나. 내 신상 말이다.

뭐, 비싸게 놀 생각은 없다. 어차피 댁들 눈에야 사람 하나하나의 가치, 당신들 믿고 써 주는 고객들조차 돈놀이 대상으로 보였을 정도니 무진장 값어치 없었던거 아닌가. 그래, 선심써서 아주 잠깐 정신줄 한번 내려 놓고 당신들 눈높이서 장단 한번 맞춰주마.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사람의 가치란 거... 누구 말을 살짝 빌리자면 참으로 싼 거다. 특히 내 것은.

그래도, 개인정보로 돈계산하는 댁들이라면 그 하나하나의 가치는 모를지언정 숫자 단위가 백만, 천만으로 모이면 조금은 그게 어느 정도인지 느끼겠지. 그간 팔아먹은 희생자가 600만명이라고 했나? 그리고 총 유출건수가 8500만이라 했나? 대단하다. 이 나라 업계 2인자라더니 헛말은 아니다. 그동안 퍽이나 즐거웠겠다. 주판알 모자라서 어떻게 계산들 하셨을까.

헌데 기자는 이같은 배신감을 함께 느끼고 있을 이들이 저토록 많다고 생각하니 말로 표현 못할 두려움부터 앞선다. 잠깐 보니 벌써 넷세상은 노기로 가득차 있더라. 오늘 어느 변호사가 개설한 집단소송카페는 첫날부터 회원수 5000명에 육박하더라. 아마 내일쯤 되면 네티즌들 눈이 죄다 뒤집혀 있을거다.

인물들 나셨다. 옥션사태 때부터 한국국민들, 어쩜 이리도 개인정보 우습게 아는 나라가 다 있냐고 스스로 한탄하던데 이젠 업계 2위가 벌인 진상짓에 더 이상 꺼낼 말도 남지 않았을 게다. 욕 빼고.

욕, 그거 많이 먹으면 장생하는 명약이라던데, 주판알 튕기던 여러분은 아주 오래 살다 못해 불사하시겠다. 물론 선량한 직원분들은 빼고. 나 말고도 끝없이 바가지로 퍼부을 사람들, 댁들이 그토록 우습게 여기던 600만의 욕바가지가 스탠바이 중이니 본인은 이쯤에서 치고 '일단' 빠지련다.

엿이든 욕이든 먹다가 배터질까 걱정이다. 하나로